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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수의 김포일기】 대통령이 할일

시대가 많이 민주화되었지만 동서고금을 불문하고 최고권력자에 대한 기대는 여전한 모양이다. 무신정권을 다룬 TV사극을 보아도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권력자의 태도를 ‘난신적자’로 규정하여 쿠데타를 거듭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만큼 기대란 모두에게 버거운 일이 아닐수 없다.

노무현대통령에 대해 말들이 많다. 대한민국을 토론공화국으로 만들고 싶다는 대통령의 바람때문인지 국민들이 말이 많아 졌다. 의사소통을 위한 것이 말이니 만치 말이 많아진 것 자체를 비난할 필요는 없겠다.

그러나 사람들이 과거의 권위주의적이며 무소불위의 권력자를 염두에 두고 하는 비판이라면 다소 초점을 잘못 맞춘 듯 싶다. 왜냐면 노대통령은 자신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탈권위주의독트린을 충실히 실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대통령이 할수 있는 것과 분산해야 할 것을 갈라내고 있는 과정이기에 그렇다. 그러니 대통령에게 모두 다 해놓으라고 떼거지 쓰는 것은 시대흐름을 잘못 맞춘 것이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이 대통령에게 요구할수 있는 ‘그 무엇’은 있을성 싶다. 그것이 무엇일까? 당연히 지도력이다. 최고지도자이니 그에게 지도력을 요구하는 것은 국민의 당연한 권리다.

그러면 어떤 지도력이 노대통령에게 필요할까? 물론 과거의 불행했던 역사, 그리고 그 잔영이 아직까지 우리사회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불의한 역사를 청산하고 정리하는 것은 한 사회의 정의와 공의를 확립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고, 이것은 최고권력자가 해야 할 일이다.  따라서 과거사정리를 이런 저런 상황논리를 빗대어 가로막으려는 시도와 음모는 당연히 배격해야만 한다.

그런데 이 과거사정리를 잘하겠다는 대통령의 태도를 보면서도 국민들은 만족해하지 않는 듯 하다. 왜 그럴까? 그것은 지도력의 ‘앙꼬’가 빠졌기 때문이 아닐까? 내 보기에 그 ‘앙꼬’는 바로 과거사정리를 하면서도 동시에 앞으로의 우리역사, 우리사회, 우리 경제는 어디로 가야 한다고 제시하는 향도적 비젼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마치 박정희가 ‘잘살아보세!’ 라는 슬로건과 개발독재식 국가총동원체제로 새마을운동을 통해 오늘의 경제토대를 닦았듯이 노대통령도 무언가 국민의 힘을 결집시킬만한 미래비젼과 가치를 제시하는데 아직은 미진한 것이 아닐까?

물론 지금은 국민소득 100달러시대의 경제개발5개년계획과 새마을운동등 주로 동원형 경제체제와 같이 손쉬운 비젼제시는 이미 불가능한 시대다. 왜냐면 지금은 민간이 공공부문을 압도해버린 상황이어서 국민의 자발적인 참여와 협조가 없는 미래비젼제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만큼 덩치가 커져버린 대한민국호의 미래비젼, 지금의 어려움을 헤치고 잠재성장동력을 만들어내는 향도적 가치를 제창한다는 것은 말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국민들이 박정희를 그리워하고, 심지어 전두환까지 그리워하는 것은 그들의 독단적 리더쉽보다는 뭔가 미래를 향한 그림을 그려 보여주고, 그 목표를 위해 ‘돌격앞으로!’ 했던 과단성을 높이 사기 때문이 아닐까?

그러므로 대통령은 총리와 장관, 그리고 국회를 통해 과거사를 말끔히 정리할 것은 정리하되, 또 다른 한편으로는 국민이 목말라하고 있는 미래비젼을 제시하고 그 일을 위해 솔선수범하는 자세를 보여주는 것이 온당하지 않을까 한다.

그래서 대통령이 과거에만 시선을 맞춘 대통령이 아니라 미래도 충실히 설계하고 실천하고 있다는 국민적 믿음을 주는 것, 그것이 지금 시기 국민이 뽑아준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이 아닐까? 버겁지만 대통령이기에 해야 할 당연한 숙제가 아닐까 싶다.

 

김석수  pwks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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