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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과 베품

   
▲ 최훈동/한별정신병원장
모든 종교의 율법에는 공통으로 도둑질하지 말라는 계율이 있다. 살인(살생)하지 말라는 계율 다음으로 엄중하게 요구하는 계율이다.

아마 거짓말하지 말라는 계율이 다음 순서일 것이다. 남의 것을 훔친다는 것은 남이 주겠다는 동의 절차가 없음을 의미한다. 남의 것을 갖기 위해서는 온갖 거짓과 폭력이 동원된다.

 도둑질은 남이 주지 않는 것을 임의로 갖는 행위라고 정의할 때 마음속으로 동의하지 않고 주는 것을 받는 것은 모두 도적질에 해당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도둑에는 여러 도둑이 있다. 장발장형 도둑, 임꺽정이나 장길산형 도둑과 같은 비교적 선한 도둑이 있는가 하면, 수단 방법이 사기와 갈취, 강도와 살인까지 저지르는 악한 도둑이 있다. 그 중간에 선한 도둑이 처한 상황에 의해 불가피하게 악한 도둑으로 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권력형 비리나 회사건 관공서건 공금을 임의로 사용하여 처벌받는 정도의 도둑은 더 이상 우리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현실이 되어 가고 있다, 정치와 도둑, 도둑과 폭력, 거짓은 형제처럼 함께 한다. 종교를 팔아 신자들의 귀중한 헌금을 사회 구제에 제대로 쓰지 않고 교회나 사찰의 건물 증축과 같은 외형적 사업에 주로 쓴다면 이 또한 종교형 도적이 아닐까.

그런데 나라를 팔아먹고도 처벌도 받지 않고 한세상 부귀를 누리다 간 뻔뻔한 자들을 세상이 도둑으로 단죄 하지 않는다면 그 공정하지 못함에 대해 선하고 악한 수많은 도둑들이 죽어서도 자신들의 죄의 가벼움을 항변할 일이다.

세상에 이와 같은 도적같지 않은 신사형 도둑이 가장 경계해야 될 도둑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일본 홋까이도(북해도)에는 조선 농장이라는 데가 있는데 처음엔 그 크기가 엄청났다 한다. 해방 후 명의가 정부 소유로 넘어 가자 그 후손이 소송을 하였으나 소유권을 되찾지 못하였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매국노 송병준의 땅이라는 것이다.

만약 100년 전 일본 본토인들이 거들떠보지도 않은 척박한 불모의 땅을 금수강산 조국을 넘긴 댓가로 받았다면 그 어리석음과 탐욕에 아연할 뿐이다. 친일파에 대한 역사적 단죄만으로 그 잘못이 처벌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오늘날에도 송병준과 같은 크고 작은 권력의 자리에서 국민의 혈세를 취하는 무리들이 많다. 법적 처벌만으로 그 욕망이 다스려질 수 없기 때문이다.

권력과 욕망은 그 속성이 우리의 이성을 흐리게 하고 눈을 멀게 하는 강력한 마취 능력이 있다. 부끄러워하는 마음이 없다면 이 마취제의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없다. 부끄러워 할 줄 아는 마음은 곧 잘못을 고백하고 그 책임을 다하는 행동으로 이어진다. 그것은 세상에 대한 속죄이며 그 구체적 행동은 이웃에 대한 봉사와 베품이고 나눔의 실천이다.

굶지 않기 위해 마지막으로 선택하는 도적질을 하고, 심지어는 안전하게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해 범죄를 저지르고 감옥에 안주하는 자들에게 개인적 잘못만 묻는다는 것은 무언가 중요한 게 바진 감을 느낀다. 사회 또한 상당 부분 책임이 있다. 사회 구성원 모두 자신의 잘 사는 것에만 치중한다면 위의 수많은 도둑들과 매국노 송병준과 다르지 않다고 장담할 수 있을 것인가.

이웃 가운데 어렵고 소외된 이들과 함께 나누고 조그만 베품을 실천한다면 무자비한 생계형 범죄가 없어질 것이다. 나눔과 베품. 이것은 분명 물질적 풍요와 정신적 웰빙을 추구하는 오늘 우리가 반듯이 갖추어야 될 화두이다. 남의 것을 훔치지 말라는 계율은 금기의 명령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나누고 베풀라는 실천적 덕목이다.

그래야만 내가 평화롭고 사회가 평화로워지기 때문이다. 더 많이 소유하고 더 잘 사는 데 급급한 나머지 주변을 돌보지 않고 이웃을 밟고서는, 나의 행복과 평화는 존재하지 않는다. 존재한다 해도 그것은 허위의 행복이다. 진정한 행복은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것이고 그것은 소유욕을 감소시켜야 얻을 수 있다. 소유욕을 다스리는 묘약이 나눔이요 베품이다.

사랑과 행복을 나누고 평화를 베푸는 대열에 함께 참여함은 가장 가치로우며 감동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환경의 훼손과 자원의 낭비를 참회하고 속죄하는 일 또한 나눔과 베품의 정신이다. 남과 이웃뿐만 아니라 환경까지 배려하는 마음이 그것이다. 남의 것을 갖지 말라는 계율의 진정한 의미이기도 하다.

편집국  mirae@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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