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자유를 너무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니 겉으로 나타나는 인간의 모습에 대해서 무관심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전적으로 이를 무시하는 그런 생활을 하였다. 그래서 그들을 비난하는 사람들이, 즉 개와 같은 생활을 하는 학파라고 하여 견유학파라는 이름을 붙여준 것이다. 그들은 겉으로는 세상에 쓸모없는 거지로 보였지만, 그러나 속마음으로는 이 세상의 어느 누구보다도 만족하고 흡족한 생활을 한 사람들이었다.
그 중에도 특히 디오게네스에 대해서는 많은 일화가 있다. 디오게네스가 살던 시대는 유명한 알렉산더 대왕이 대제국을 건립하여 세상을 호령하던 때였다. 디오게네스가 하도 유명하다는 말을 듣고 있던 알렉산더 대왕이 하루는 이 거지 철학자 디오게네스를 찾아갔다. 술통을 굴리고 다니면서 그 속에서 잠을 자고 주머니에다 음식을 가지고 다니며 냄새나는 누더기 옷을 입은 디오게네스를 보았을 때 알렉산더 대왕은 어이가 없었다.
천하를 호령하는 대왕으로서 이 거지 철학자 앞에 선 알렉산더는 자기의 권력과 부귀와 명예를 자랑하는 듯이 디오게네스가 무엇이든지 원하는 대로 도와주겠다고 호언장담을 하였다. 그러자 새까만 얼굴을 들어 알렉산더대왕을 뚫어지게 바라다보면서 디오게네스는 “당신이 서 있어서 햇빛이 가리워지니 좀 비켜달라”고 하였다. 거지같은 생활을 하고 있는 디오게네스였으나 마음이 흡족하고 만족한 것은 비록 천하를 호령하던 알렉산더에게 비할 바가 아니었다.
이 이야기는 너무 극단적인 예가 될지 모르지만 정신적인 자유와 행복을 찾는 사람과 물질적인 소유에 만족을 얻으려는 두 가지 형태의 사람을 잘 설명해 준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디오게네스와 같이 거지같은 생활을 하면서 정신적인 자유와 행복을 찾자고 권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오늘날 우리는 너무나 알렉산더 대왕 편에만 서서 물질적인 가치 때문에 정신적 가치의 문제를 등한히 하고 있지 않느냐 하는 것이다. 우리가 한가지 꼭 기억해야 할 것은 인간의 행복이란 소유하는 것만 가지고는 결코 성취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무엇을 소유한다는 것은 언제든지 우리들 마음 밖에서 일어나는 것이지 그것이 우리 자신의 사람됨을 좌우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돈은 있다가 없어질 수도 있으며, 권세도 시일이 가면 시들어지기가 쉽다. 이 모든 것이 다 사라진 뒤에 남는 것은 자기 자신뿐일 것이다. 자기를 둘러싸고 자기를 장식해 주던 모든 겉치레가 사라지고 발가벗은 몸이 될 때에야 우리는 모든 소유물이 인간 존재를 규정할 수 없다고 하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즉 인간은 그가 소유하는 부속품 때문에 그 본질이 좌우되는 것이 아니요, 오히려 그 인품이 그의 사람됨을 좌우한다고 해야 할 것이다. 오늘의 현대인은 너무나 겉치레, 즉 자기 자신이 아니고 자기에게 속한 것에만 관심을 쓰고 진정한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것이 아닐까. 다시 말해서 사람됨이 문제가 아니고 어떻게 보이고 얼마나 크고 많이 가졌느냐에만 우리의 눈길을 모으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내가 잘 아는 교인 중 한 사람이 “목사님, 사실 프린스 승용차가 있지만 아내에게 사준 티코 승용차를 어쩌다가 몰고 나오면 다 무시하고 비웃듯이 자기만을 바라보는 것 같더라"고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물론 그것이 잘못된 인상이기를 바라지만, 그러나 오늘날 너무나 겉모양,
인간의 소유물에만 관심을 두어 인간을 피상적으로 판단하려는 우리들에게 좋은 경고가 되는 이야기라고 생각이 되어진다. 인간의 속사람을 충실하게 하는 것은 종교뿐이다. 올바른 신앙과 신념을 가진 사람만이 소유물보다 속사람을 더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겉사람은 후패(朽敗)하여 보잘 것 없으나 인간의 속사람이 날마다 새로워져 믿음과 소망과 사랑으로 꼭채워진 사람들이 존경받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김춘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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