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사람을 빤히 쳐다보는 습관이 생겼다. 한 사람을 그렇게 쳐다보면 아무래도 시비가 붙을 수밖에 없는 사회분위기인지라 그리는 못한다. 그저 지나가다 마주치는 여러 사람을 바라보는 것이다.

그러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 사람들 얼굴이 달라졌네? 보릿고개란 것을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던 내 어린 시절 한국인의 모습과 지금의 모습은 느낌으로 볼 때 많이 달라져 있었던 것이다.

그 달라짐의 정체는 무엇일까? 멍청하게도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얻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을 허비했다. 그리고 마침내 나름대로의 해석을 내놓게 되었다. 달라짐의 정체는 순수와 탐욕이었다. 

지난 시절 못먹어 쭈그렁얼굴을 지닌 가난한 한국인은 그래도 예술사진의 모델이 될 수 있을 정도로 순수성을 간직하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삶에 지쳐 힘없는 모습에도 남의 것을 쉽게 탐하지 않는 절제와 윤리가 깃들어 있었다. 굶어죽을 지언정.

그런데 지금의 한국인은 굶어죽기는커녕 좀 더 많은 물자를 소비하겠다고 아우성치는 듯한 탐욕을 체질화하고 있다. 물질적 풍요에 버금가는 정신적 수준을 미처 갖추지 못한 탓이라는 사회학자들의 분석이 틀린 말이 아닐성 싶다. 게다가 채식보다 육식을 선호하는 경향이 인간을 더욱 포악하고 탐욕스럽게 만들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문제는 한국인의 얼굴이 아니라 그 얼굴이 상징하고 있는 우리사회의 자화상이다. 탐욕스런 한국인의 얼굴로는 우리들이 사는 사회공동체가 하루도 편안할 날이 없다. 각종 반사회적 범죄를 양산해내고 있는 사회분위기를 놔두고 경찰의 과학수사능력만 비난해서 해결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고, 그만큼 우리의 삶은 피곤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더구나 지금은 미국과 일본에 이어 한국도 장기불황터널로 들어선 것이 아니냐는 일부의 분석이 있는 경제상황이다. 1등만 살아남는 냉엄한 신자유주의경제질서로 인해 한 국가내에서 부익부 빈익빈 양상은 극단화 될 수밖에 없고 , 실제로 지금 현실에서 구체화 되고 있다. 실업은 늘어나고 구직포기와 자포자기인생도 늘어나고 있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소비패턴이 극단적으로 대비되고 있어 사회적 위화감으로 발전하고 있고, 이 와중에 사회구성의 기초단위인 가정이 파탄 나고 있다. 서구사회에서 일찍이 경험한 실업자동맹이 결성되어 사회를 폭동과 난장판으로 만들 위험성이 서서히 현재화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같은 경제현실은 우리들에게 엄청난 사회적 스트레스로 이어지고, 이는 가히 모든 한국인을 ‘잠재적 살인기계’로 만들어가는 정신분열적 환자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살아야 한다. 그것도 후속세대를 기약할 수 있도록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위해 이제는 본래 우리가 가지고 있었던 덕성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못입고 못먹던 시절의 나눔의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  먹다가 버리고, 입다가 버리고, 쓰다가 버리는 순간순간에 이웃을 생각하며 버려야 한다.

생존의 위협을 받지 않는 시민들이 건전한 소비생활을 해주어야 한다. 돈을 써도 국내에서 쓰고, 그래도 여유가 있다면 소득의 일정부분을 가난한 이웃에게 기부하는 마음을 가질줄 알아야 한다. 버릴 것이 있어도 이웃을 위해 재활용할 수 있도록 마음을 써주어야 한다.  

그래야 이 사회의 한쪽에서 물질적 풍요 속에 허우적 거리며 거들먹거리는 ‘배부른 돼지’와 가진 자에 대한 적개심에 불타 그들에 대한 살의(殺意)만 키워가는 ‘배고픈 살인기계들’이 양산되는 비인간적인 사회를 우리가 예방할 수 있으리라. 

나눔은 인간성의 본연을 회복하는 유효한 마음가짐이다.

김석수  pwks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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