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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기와 온도가 모두 높은 여름철에는 바이러스, 박테리아, 세균 등의 미생물이 활동하기에 가장 좋은 때이다. 이들 미생물들로 인해 여름철에는 질병이 더욱 번창해진다. 콜렐라, 이질, 급성 장염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그래서 여름철에는 손을 자주 씻고, 행주나 주방 기구의 소독에 철저해야 한다.
이렇게 말썽만 피우고, 우리 인간들에게 해만 끼치는 미생물들을 모두 박멸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러면 겨울에 감기도 걸리지 않고, 에이즈(AIDS) 환자도 없어질테고… 모두 좋지 않을까? 그런데, 그렇지가 않다. 우리가 천대하고 무시하는 미생물이 우리를 위해서 하는 일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다음은 미생물이 없을 때 우리가 겪는 일들의 몇 가지이다.
■지구는 말라 비틀어진 시체와 낙엽들로 그득할
것이다.
인류 역사는 전쟁의 역사이다. 그런데 미생물들이 없다면 인류 역사 이래로 죽은
시체들이 모두 썩지 않고 말라 비틀어진 채로 남아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동안 나무들이 떨어뜨린 낙엽들이 온통 지구를 두텁게 덮고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사람의 시체나 동물의 사체 그리고 낙엽 등이 썩는 것은 모두 미생물의 분해 작용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 말라 비틀어진 시체나 사체
그리고 낙엽들을 치우는데는 천문학적인 경비가 들어갈 것이다.
■죽은 고래가 물에 퉁퉁 불어 바다를
떠돌아다닌다.
플랑크톤이란 물에 떠돌아 다니는 미생물인데, 광합성을 하는 식물성 플랑크톤과 이를 먹고 사는
동물성 플랑크톤이 있다. 플랑크톤은 호수나 바다에서 먹이사슬의 가장 근본을 이루고 있다. 따라서, 이들이 없어진다면 작은 물고기들은 며칠이
지나지 않아 영양실조로 모두 죽을 것이고, 차례로 큰 물고기들이 죽게 된다. 뿐만 아니라 강에 사는 식물은 미생물이 없어지면 질소 고정을 할 수
없게 되어 단백질 결핍으로 죽게된다. 강이나 호수, 바다의 모습은 지금과는 전혀 달라질 것이다. 단백질 결핍으로 허물허물하게 죽어가고 있는
수초들, 먹이가 없어 굶어 죽은 물고기, 심지어 고래와 같은 아주 큰 바다 생물들이 썩지 않아 퉁퉁 불은 상태로 둥둥 떠다닐 것이다. 강이나
호수 그리고 바다는 완전히 죽은 세계가 된다.
■식물이 영양 실조에 걸린다.
식물이 자라는 데는
물과 햇빛 그리고 공기(이산화탄소나 산소)만 있으면 되는 줄 아는데 그건 그렇지 않다. 식물의 성장에는 비료의 3요소 중의 하나인 질소가
절대으로 필요하다. 식물들이 대기 중의 질소를 섭취하는 과정에서 뿌리혹박테리아 등과 같은 미생물의 도움이 필수적인데, 이러한 과정을 질소
고정이라고 한다. 따라서, 박테리아와 같은 미생물이 없어지면 식물은 질소가 없기 때문에 단백질 합성을 할 수 없다. 단백질이 없다는 것은 식물의
성장 뿐만 아니라 생식 활동이 불가능함을 의미한다.
손영운 shonja@emp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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