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의 지저귐, 피아노의 선율, 아이들의 재잘거림 등의 소리는 공기 속을 1초에 340m의 빠르기로 이동하고 있다.

소리는 전달되는 물질의 종류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기도 하는데, 예를 들면 공기보다는 물 속에서 더 빨리 이동한다.

그런데, 소리의 이동 속도가 지금보다 훨씬 늦어지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소리의 속도가 초속 340m가 아니라 초속 340mm(34cm)로 변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말을 할 때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정지된 상태에서 말을 해야한다. 말하는 사람이 조금 빠르게 움직이면서 말한다고 할 때, 먼저 한 말보다 나중에 한 말이 먼저 귀에 들여오게 되어 처음 한 말과 나중에 한 말이 뒤섞여 들리기 때문이다.

즉, 먼저 입에서 나온 소리에 나중에 나온 소리가 따라붙어 버리는 경우가 생겨 도무지 무슨 의미인지 전혀 알아들을 수 없게 된다. 이 현상은 소리를 듣는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정지된 자세에서 말을 들어야 한다. 만약에 운동을 하면서 듣는다면 의사 소통에 큰 문제가 생길 것이다.

또한, 자동차 운전자가 크락션을 눌렀는데 소리보다 자동차가 먼저 도착하게 되므로 그 소리를 듣고 피할려고 할 때는 이미 자동차에 부딪힌 후일 것이다.

이렇게 되면 소리로 위험을 알리는 일은 불가능하게 되고, 자동차에 크락션을 설치할 이유가 없게 된다. 뿐만아니라 소리에 의지해 건널목을 건너는 시각 장애자들은 큰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

소리(초음파)의 반사음을 이용하여 날아다니는 박쥐는 더 이상 날아다닐 수 없고, 초음파로 의사 전달을 나누는 돌고래 등의 생활 양식도 크게 변할 것이다. 

이번에는 거꾸로 생각해보자. 소리의 이동 속도가 지금보다 훨씬 빨라지면 어떻게 될까? 소리의 속도가 초속 340m가 아니라 초속 3,400m로 변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말을 할 때 입 모양과 혀를 지금보다 빨리 움직여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말이 제대로 이어지지 않거나 끊기면서 들리게 될 것이다. 드럼을 연주하는 연주자의 손놀림이 더욱 빨라져야 할 것이다.

자동차의 크락션 소리가 자동차보다 훨씬 빨리 전달되기 때문에 크락션 소리를 듣고 피할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가 좀 더 생길지도 모르겠다. 정글에서 포식자들이 접근하는 소리를 빨리 느낄 수 있는 작은 동물들은 자신의 생명을 지킬 수 있는 여유로움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손영운  shonja@empal.net

<저작권자 © 미래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