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물단지 돼 버린 반달곰. 24일 장기택지지구내 반달곰 사육농가에서.

팔자니 팔리지도 않고 데리고 나가 살자니 키울 길이 막막하다.

택지개발사업이 한창인 장기지구에서 반달곰 15마리를 사육하고 있는 심의섭(52)씨는 요즘 답답한 마음에 연신 함숨만 나온다.

심씨는 최근 장기지구 사업자인 토지공사로부터 ‘사업시행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고 있는 바 7월10일까지 자진이주해주기 바란다’는 공문을 전달받았다. ‘이주하지 않을 경우 공사일정상 부득이 사업지연에 따른 손해배상청구 등 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다’는 서슬퍼런 경고다.

20년 전 소득증대 목적으로 당국의 허가를 받아 몇 마리 키우기 시작한 것이 15마리로 증식됐지만 수익은 커녕 단 한 마리도 분양을 하지 못해 애물단지로 변해버린지 오래다.

90년대 이후 강화된 조수보호와 수렵에 관한 법률로 국내거래가 불법화되고 이어 ‘멸종위기야생동식물의국제거래에관한협약’에 우리나라가 가입하면서 수출길까지 막혀버렸다.

처음 사육을 시작할 때만 해도 고기에, 보약에 정성을 쏟았지만 사육비가 수억원에 이르도록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자 곰식구들도 개사료를 먹는 신세가 됐다.

같이 키우던 사슴 35마리는 얼마 전 어렵사리 모두 처분했지만 이 골칫덩어리들은 처치 곤란이다.

자신들의 처지를 아는지 모르는지 반달곰 식구들은 뿌연 먼지가 일고 있는 우리 밖 세상을 우두커니 바라보고 있다.

결국 심씨는 당국에 수용재결을 요청 현재 중앙토지수용위가 재결심의 중이다.

재결심의에 들어가면 토공측의 이주 및 철거 요구는 보류되지만 중토위 결정 이후에도 뾰족한 대안은 없어 보인다.

24일 토공 인천본부 보상관계자는 "평가사에 의한 재평가 실시 후 이전비 보상액의 변화는 있을 수 있지만 취득보상은 원칙적으로 불가"라며 "워낙 특수한 경우고 지원근거가 없어 본부도 고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관계자에 따르면 토공이 추진하는 모든 사업장을 통틀어 아직까지 곰 사육농가에 대한 보상은 처리한 사례가 없다. 또 취득보상의 경우 재활용이 가능하거나 이전보상보다 취득보상이 더 낮은 경우로 한정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장기지구에서 아직 보상이 마무리 되지 않은 사육농가는 이곳 반달곰 사육농가가 유일하다.

심씨는 “법과 현실에 꽉 막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며 대책마련을 호소했다.

정부의 적절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곰사육농가가 강제수용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황인문 기자  im@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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