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면서 스트레스와 긴장이 심해지고 체력이 점점 떨어지는 것을 느낀다.

보양식의 효능을 믿지는 않지만 요즘 같이 축 늘어진 분위기에선 뭔가 대책이 필요하겠다 싶어 ‘보양’ 꽤나 좋아하는 지인을 따라나섰다.

48도로를 따라 한참을 가는가 싶더니 어라, 성동검문소까지 왔다. 검문소 바로 앞에서 좌회전, 장어구이집 몇몇이 눈에 들어왔다. 몇 집을 차례로 지나 이 사람을 따라 들어선 곳이 ‘청기와집’이다. 진한 ‘갱상도’사투리 아줌마가 “왜 이리 오랜만이냐”며 대뜸 핀잔이다.

문수산이 정면에서 내다보이는 경치좋은 자리를 잡고 장어 1㎏를 시켰더니 큼직한 놈 세 마리가 속을 까뒤집고 나온다. 아는 사람이라 더 주는가 싶어 좋아라 하니 이 친구 말이 이게 정량이란다. 보통 살아있는 놈 무게를 달아 나오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곳은 뼈와 기타 부속을 제거하고 다 다듬어진 상태의 장어로 무게를 맞춘다.

석쇠 위에서 발그스름 구워낸 장어냄새에 입안가득 군침이 돈다. 들은 풍월은 있다고 꼬랑지부터 한 젓가락 집어들었다. 부드러운 장어살과 함께 감칠맛 나는 소스맛이 입안 가득히 퍼지는 사이 젓가락은 어느새 통통히 살이 오른 윗부분에 가 있다.

맛의 비결인 이집 소스는 설탕을 넣지 않는 대신 배와 사과를 조청처럼 진득이 달인 후 장어 특유의 비린내를 없애기 위해 홍삼과 당귀를 쪼려낸 액기스를 넣고 양념장을 섞어 내놓는다. 담백하고 물리지 않는 맛에 아이들과 여자들도 이집을 자주 찾는다.

장어를 다 먹고나면 고소한 장어죽으로 아쉬움을 달랜다. 이 곳에서 직접 만든 식혜가 마지막 후식으로 나온다. 차를 움직일 필요가 없다면 역시 직접 담근 동동주를 한잔 걸치는 것도 좋겠다.

이곳은 사실 아는 사람들에겐 ‘다리 밑 오리집’으로 더 알려졌다. 10년전 강화대교 밑에서 장사를 시작해 한땐 자리가 없어 줄지어 서서 순서를 기다릴 정도로 유명했단다. 탤런트 이덕화씨도 10년째 이집 당골이다.

오리도 양이 푸짐해 800g짜리 한 마리를 시키면 장정 셋이 먹기에 충분하다. 곁들여 나오는 채소류와 겉절이는 강화에서 직접키운 무공해 자연산이다. 배달은 하지 않지만 집에서 요리를 해먹을 수 있도록 정가보다 돈을 덜 받고 포장판매를 하고 있다.

금강산이 아니면 어떠랴, 식후경 할겸 문수산을 오르는데 정말 효과가 있는지, 기분인지는 모르지만 발걸음이 가볍다.
<청기와집:981-5278>

황인문 기자  im@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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