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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하의 남편과 사는 아내들
유인봉
(김포 여성의 전화 공동대표)

10살이나 연상이셨던 아버지와 10년 연하의 아내로 만나서 사셨던 어머니는 늘 우리에게 말씀하셨다.

절대로 나이 많은 남편을 고르지 말라고.

나이와 남성, 남편이라는 권위의 아버지와 “치마만 둘러서 여자지 남자라”는 말을 듣던 어머니는 대소사 집안 일을 다하시면서 술친구 좋아하면서 일찍 집안 일을 놓으신 아버지를 대신해서 일하시느라 힘드셨다.

그래서 그런지 6남매인 우리형제들은 누구나 1살 혹은 2살 차이밖에 나지 않는 짝들을 구했다.

나는 결혼 전부터 결혼 상대자로 늘 아래로 15살, 위로 15살은 괜찮다(?)는 말을 농담처럼 해왔다.

어느 정도 나이가 들면서 정말 대화가 되는 사람은 나이가 그다지 크게 좌우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남성이나 여성이나 살아온 경험과 삶의 태도, 혹은 정서가 맞으면 많은 대화가 가능하고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 나이가 들면서도 조바심보다는 느긋하고 상당히 자유로와짐도 알았다.

그런데 요즘은 결혼이라는 것을 상정하면서 흔히 “남성이 여성보다 그래도 서너살은 위가 되어야 하지 않느냐”는 일반적인 상식을 뛰어넘어 연상의 여인으로 사는 여성들이 이제는 꽤 있다.

물론 나도 연상의 아내이다. 남편을 늘 선택 당했다고 하지만 아직 너무 지겨워하지는 않는 것 같다.

그런데 우연한 기회에 어느 부부를 만났더니 남편이 아내에 대한 호칭이 아주 깍듯한 경어를 쓰는 모습이 신선했다.

다양한 대화를 나누면서 그들이 4살 연상의 아내와 싱싱한 남편(?)임을 알았다.

사이좋은 그들의 속내 이야기를 들으면서 둘 사이에 나름대로 대화가 풍성하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아내는 아내대로 남편에게 경쟁적이지 않고 품어주게 되고 남편은 남편대로 아내를 존중해주는데 익숙한 그런 관계로 보였다.

열심히 사회생활을 하면서 만나기만 하면 이야기가 잘 통해 거실에서 안방으로, 그리고 때로는 새벽까지 다양한 의견을 나누면서 아이디어를 내게되고 사업에까지 잘 연결된다는 것이다.

이야기 끝에 연상의 아내들과 사는 남자들의 모임을 하자는 진담을 농담처럼 했다.

우리 사회에서 나이라는 것은 또 하나의 벽 중의 하나가 아니었을까?이야기를 잘 하다가도 “나이가 얼마냐”고 묻고는 곧 아래로 보기 시작하고 말을 놓는다. 하지만 나이라는 벽은 어느 정도 세월이 가면 스스로 헐어버려야 늘 신선하게 살 수 있는 비결이 아닐까 한다.

나이를 넘어서면 사람사이에는 수많은 별을 발견할 수 있다.

부부사이만이 아니라 동성 혹은 이성간에도 사람관계는 참으로 오묘하고 다양한 것 아닐까?나이가 있는 사람에게서 배울 일과 나이가 젊은 친구에게서 얻을 것들이 얼마나 많은가!그래서 요즘 나는 아끼는 이들을 감히 모두 나이를 초월해서 친구라고 부르고 싶다.

친구라는 것은 더 이상 힘들게 기대지도 않고 그 모습 그대로 만나는 관계 아닌가한다.

부부사이라고 해도 나이를 초월해서 친구라고 생각하면 더 이상 기대를 통한 실망도 없고 무리하게 기대서 상대방을 힘들게 하지도 않을 것이다.

친구는 옆에만 있어도 좋은 것!

어떤 사람을 만났을 때, 내 안에 있는 감동 하나가 그 사람과 연결되면 때로는 서로에게 북두칠성이 되어줄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잃어버리지 않을 일이다.
<제122호 9면/2001.10.12일자>

편집국  mirae@gimpo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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