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총리 선출은 이미 전부터 예측돼 정작 일본에서는 커다란 관심을 끌지는 못했지만 우리에게는 각별한 의미가 있다. 그것은 일본의 이번 개각이 총리와 장관이 바뀌는 단순한 절차의 문제가 아님을 의미한다.
그 이유는 신임 고이즈미 총리가 선거 유세 및 연립내각 구성을 위한 협의 때부터 공공연히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겠다는 언동을 해왔기 때문이다. 신사참배 문제만이 아니다. 그는 2차대전 패전 이후 지켜져 온 교전권 포기를 전면 부정해 헌법을 고치겠다는 의사도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다. 그것이 득표를 위한 계산된 행동이었는지는 그리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일본의 새 총리가 외교에는 문외한이란 소리도 들린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이웃 국가들의 이같은 관심과 반응에 일본인들은 또 주권침해라고 반박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는 이 문제들을 일본 국내정치의 한 부분으로만 볼 수는 없다. 그들과 우리 사이에는 없어질래야 없어질 수 없는 과거의 역사가 엄연히 존재한다. 이 과거사의 가해자는 일본이며 피해자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이웃 국가들이다. 가해자가 과거사는 이제 그만 말하자고 한다고 해서 과거사는 없어지지 않는다. 과거사에 대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사과와 이에 따르는 행동이 보여질 때 비로소 피해자들은 가해자를 용서하고 새로운 이웃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다.
고이즈미 신임총리는 ‘파벌정치의 청산, 구조개혁’ 등 을 외치며 수시로 자신의 정권이 개혁정권이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국내정치와 경제에서 개혁을 한다고 해서 개혁정권이 될 수는 없다. 진정한 개혁은 총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남의 나라 일에 개혁이 되거나 말거나 무슨 상관이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작금의 현실에서 보여주는 일본 새 내각의 행태는 결코 남의 문제로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일본은 스스로를 개혁하기 위해 가장 먼저 교과서 파동을 원점으로 되돌리고, 신사참배 망언 등 잇따르는 잘못과 잘못된 과거사를 인정하고 이웃 국가와 자국의 희생자들에게 용서를 구해야 한다. 그렇게 될 때 일본의 새 내각이 주장하고 있는 개혁이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제101호 3면/2001.4.30일자>
편집국 mirae@gimpo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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