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해 였던가. 막 가을이 오고 있었습니다.

드높은 파아란 하늘과 따사로운 햇살의 조화가 잘 어우러진 참으로 아름답고 깨끗한 나라,저와 저의 사랑 한국은 그렇게 첫 인연을 맺었습니다.

내 어릴적 사춘기 시절에 어여쁜 여선생님께로 향했던 순수와 대학때 만난, 내 마음을 온통 사로잡았던 그녀와의 두근거리는 감정과도 같이 저는 한국땅에 첫발을 디뎠습니다.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를 익히고 또 외웠는데 택시에서 만난 기사님 첫 말씀이 “어느 나라에서 왔어?”“어디가?” “왜 왔어?” “몇살이야?” 등 무수히 많은 반말 (처음엔 반말임을 몰랐지요) 공세에 넋을 잃을 정도였습니다.

참으로 특이한 사람이구나 싶었는데 얼마후 버스기사님도 똑같은 질문을 하지 않겠습니까?심지어는 “결혼은 했니?” “여자는 있나?” 등 공손치 못한 태도로 개인적인 질문도 서슴치 않았습니다.

동방예의 지국인 한국이라는데, 짧은 포옹이나 잦은 입맞춤으로 대신할수 없는, 고개숙여 예의를 푶하고, 마음으로 인사나누는 민족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기대가 컸음인지 실망스런 부분도 적지 않았습니다.

길거리에 함부로 침을 뱉거나 휴지나 담배꽁초를 슬그머니 버리는 행위는 한국에 대한 깨끗한 이미지를 손상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리고 운전자들의 신호위반, 과속, 버스들의 난폭운전과 욕설은 제 마음을 아프게까지 했습니다.

특히 놀라웠던 것은 상담차 만나는 중소업체의 대표나 간부들이 더러 술자리를 요구하고 그런 자리에서 오히려 원만하게 비즈니스가 성사되는걸 보면서 참으로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그렇게 조금씩 한국문화에 동화되어 갈 즈음 어느 기업의 훌륭하신 한 사장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곳 저곳에서 귀동냥한 제 한국말에 실망을 표명하시면서 어느 대학의 어학 코스를 추천해 주셨습니다.

그곳에서 한국말은 영어와는 달리 존대어와 반말이 있다는 사실과 어른과 아이들에게 각각 사용하는 말이 다르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일부 교양이 조금 없는 사람들이 작은 실수를 하는 것이지 다른 많은 한국인들은 예의를 잘 지키고 공중도덕을 소중히 함도 알게 되었습니다.

얼마전 일본과 미국에서 사업차, 여행차 친구들이 찾아왔습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인천국제공항으로 달렸지요. “한국에 온 것을 환영하네” 인사를 나누며 심정적으로는 내가 한국인이 다된 것 같은 기분입니다. 우리는 곳곳에서 한국인을 만났는데, 더러 한국인의 실수장면을 친구들이 볼라치면 변명이라도 하듯 한국 문화를 설명하고 그들을 이해시키려고 애씁니다.

그리곤 자문해 봅니다. 외국인이 사업하기에 힘든 나라중의하나가 한국인데, 나는 왜 이곳에 머무르며 한국사람이 되어가는가?무엇이 나를 잡고 있는가?

저는 확신합니다.

“정” 때문이라고, 나를 아껴주고, 사랑해주고 충고와 조언으로 키워주신 많은 한국인들의 “정” 때문이라고, 한국민족의 끈끈한 정이 나를 잡고 있다고, 2002년 월드컵이 내년으로 다가왔습니다. 우리 한발 더 힘차게 내 딛는 계기가 되리라 기대해 봅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동방예의지국, 한국을 온 세계에 떨쳐보일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 라자 (레스토랑 샤힌 대표)
<제121호 5면/2001.9.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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