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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를 잘 알면서도 모르는 사이
유 인 봉
(사)김포여성의 전화 공동대표

사이좋은 부부를 만나면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그런 사람들을 만나면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는 언어에 익숙하고 의견을 묻는 방법이 정중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물좀 줘”라고 말하기보다는 “당신 시간 있어요? 물 한잔 줄래요?”라고 말하는 법을 배웠다는 남편이나 아내를 보면서 상쾌한 행복지수가 느껴졌다.

세상살이에 지친 마음으로 아내나 남편에게만은 풀어지고 싶어하는 것이 많은 남편과 아내들의 마음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세상에서 가장 익숙한 사람으로 다소 함부로 풀어진 모습으로 대하기 쉽다. 하지만 정말 가까운 사람일 수록 존중받고 인격적으로 대하는 것이 얼마나 필요한지. 잘 알만하고 가까운 사람한테 이해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것은 더 큰 상처이다.

상대방을 대하는 연습이 안된 부부들은 오래 살면서 살수록 점점 멀어지는 증오의 시간들을 키우고 사는 것을 보게된다. 부부가 건강하게 살고 젊을 때 서로에 대한 삶의 스타일을 배우고 익히지 않으면 세월이 갈수록 서로가 짐스러워질 것임에 틀림이 없다. 실버여성들과 이야기 하다보면 늙어가면서 영감님 좋다는 사람들보다 솔직히 귀찮다는 생각을 많이 갖는다는 것이다. 같이 늙고 피곤해도, 늘 챙겨주는데 익숙한 영감님들은 젊은 시절의 아내의 극진한 서비스가 늘 변하지 않기를 강요한다.
그에 대해 상대는 너무 힘들어 한다.

아주 괜찮은 사람들이 오히려 부부사이에서 소외감을 느끼는 이들도 있다.
점 점 더 남편이나 아내보다 다른 사람들의 만남이나 판단이나 의지를 통해 위로를 받는다는 사람들이 있다. 헤어지는 사람도 많지만 억지로 사는 부부들이 많은 세상,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하나같이 외롭다는 거다.

아내는 남편으로부터 소외당하고 남편은 아내로부터 별 볼일 없이 취급당하는 것, 슬프지만 내놓지 못하고 앓고 있는 현실들이다. 자신들의 문제를 드러내놓고 이혼하는 사람들이 부럽다는 사람들도 있다.
잘 아는 사업가가 가을문턱에 감기가 들었다.

늦은 시간 일에 매달려 일하다 집에 들어가자마자 쇼파에서 잠이 들었는데 밤새 달라진 기온에 이불도 없이 잔 탓이란다.

아내가 왜 이불을 덮어주지 않았을까하고 매우 섭섭해 하고 있는 그를 보면서 아내는 아마 함께 공유하는 시간들을 잃어버리고 남같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을 했다.

부부는 가장 가까운 듯 하지만 어찌 보면 참 미묘한 존재들 아닐까? 피도 섞이지 않은 남인데 항상 얼굴보고 사는 사이.

얼마간 아이들과 살 때는 그럭저럭 문제가 가리워 졌다가도 아이들이 없는 자리에서는 두 사람의 문제가 확연하게 드러나게 마련이다.

부부로 살면 남한테 말하기는 어렵지만 남편이나 아내의 가장 싫어하는 면들이 저장된다.

그렇게 되면 상대방과 열전을 벌이게 될 때 그 부정적인 그림이 전면을 가리면서 더 예민한 상태를 만들어 낸다.

작은 일로 시작한 다툼이 과거에 이러저러한 부정적으로 저장된 그림에 의해 더 키워지는 것 말이다.

그러므로 어찌 보면 남한테도 잘해야 하겠지만 부부사이만큼 무한한 투자(?)를 해야하는 상대도 쉽지 않으리라.

사회적으로 꽤 성공했다고 해도 자신의 아내 혹은 남편과 관계가 풀리지 않는다면 반쪽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가장 가까운 사람과의 관계를 잘 풀고 성공적으로 이루어가는 사람이야말로 이미 반을 이루고 50%의 전진만 하면 되는 것 아닐까?가까운 사람이라고 나중에 잘 해 주지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서로에게 잘하는 것은 훈련된 결과이다. 젊어서 배운 친절이 평생을 좌우하는 것 아니겠는가!
<제121호 4면/2001.9.28일자>

편집국  mirae@gimpo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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