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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칼럼>탄핵정국과 사회분열증최 훈 동 (한별정신병원 원장)
광복 후 60년간 한국의 민주주의는 꾸준히 성장하여 왔다. 미군정과 6․25전쟁, 독재와 군부 쿠데타, 4·19항쟁과 광주항쟁 등을 거치며 비교적 짧은 기간에 건강한 시민들의 소리가 울려 퍼지는 수준으로 발전한 것이다. 그러나 남북의 이데올로기 대립, 동서간의 지역 갈등, 노사 갈등, 끊임없는 정쟁, 탄핵 사태로 상징되는 진보와 보수의 대립 등은 한국사회의 분열이 심각한 수준임을 말해주고 있다.

정신분열병은 정서적인 둔마와 괴이한 행동, 현실 판단력의 결여, 그리고 망상과 착각이 특징적인 장애로 개인의 삶이 황폐화되고 사회생활이 불가능해지는 병이다. 탄핵 정국은 민심을 정확히 읽지 못하고 민심을 왜곡하고 아전인수격으로 착각하여 판단력이 결여된 채 다수의 힘으로 나라를 분열과 대립으로 몰아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정신분열병과 흡사하다.

국민의 지대한 관심사이자 국가적 중대 사안인 대통령 탄핵을 국회는 토론은커녕 이의제기 한마디 들어보지도 않고 공개투표나 다름없게 일사천리로 진행되어 세계 의정사에 해괴한 선례를 기록하였다.

국회의장은 경호권 발동을 의사진행을 위해서라기보다 자신의 권위가 짓밟히는 것을 참지 못하여 행사하였고, 거대야당은 중대한 위법행위를 저지르지 않았는데도 대통령을 탄핵하였다. 대화는 없고 일방적 주장과 함께 물리적 폭력이 난무하는 것은 부부싸움의 가정에서부터 노사 대립 현장과 국회 단상에서 동일하게 반복되고 있다.

진지한 노력 없이 감정적으로 대결하고 쉽게 헤어지는 부부들로 인하여 이혼율 세계 최고의 나라가 우리이고, 대통령의 독주와 횡포를 견제하는 장치인 탄핵을 정작 필요로 할 때는 못쓰다가 만만한 대통령에게 휘두른 세계 최초의 나라가 우리의 현주소이다. 국민적 저항도 없는 상황에서 국회가 탄핵한 것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다수의 횡포로 밖에 볼 수 없다.

민심을 거스르는 것은 준엄한 심판을 받는다는 진리는, 독재 군주에만 적용되는 진리가 아니다. 국회의원들 또한 민심을 거스르고 당리당략만 도모한다면 직무유기로 준엄한 심판을 받아야 할 것이다.

아직도 왕정의 잔재가 남아 대통령을 국가의 어버이로 보려 하는 국민의 기대는 노대통령에 의해 무산되었다. 권위주의적 옷들을 벗어버린 것은 잘한 일이나, 대통령으로서 걸맞지 않는 다변과 경망함은 국민들에게 실추된 대통령의 모습을 심어주기도 했다.

노대통령의 잘못과 인간적 허물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잘못된 정치 관행을 청산하고 부패한 정치를 투명한 정치 풍토와 사회로 전환시키려는 그의 사심 없는 노력은 잘한일이다. 이 노력은 한국 민주주의의 성장에 기여하는 방향이라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자연인 노무현은 비난받을 수 있어도 대통령 노무현은 결코 탄핵 대상은 아니라는 것이 대다수 국민의 생각이다.

대통령은 갖은 매도 감수하는데 국회의원들은 대통령을 제압하였다는 승리의 희열을 맛보고, 국민 위에 군림하는 권위주의적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눈치보기와 편가르기는 힘있는 자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권력 지향적인 자들은 권력의 햇볕에서 벗어나 그늘에 있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

권력에 대한 욕망은 당리당략에 허수아비처럼 휘둘리면서도 집단사고에 의해 자신의 행동을 마치 충절이고 애국인 것처럼 착각한다. 집단사고는 만장일치를 특징으로 하는 패거리 사고로 개인은 사라지고 집단의 정체성만 남는다. 집단으로부터 소외되거나 거세될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자신의 주체적 신념은 억압하고 만다. 뽑아준 국민은 없고 소속 정당만 있는 셈이다.

분열과 갈등의 해결은 대화가 최선이다. 내 생각은 옳고 너는 그르다는 이분법적 주장과 힘으로라도 상대를 굴복시켜야만 된다는 사고는 가정과 사회를 파탄으로 몰고 간다. 갈등이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다. 보다 나은 단계를 위해 통과해야 될 필수적인 관문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의견을 관철하기 위해 견강부회를 마다 않고 내 의견을 따르지 않는다고 소수나 약자를 억누르던 잘못을 더 이상 반복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완전한 승리와 완전 항복을 원하는 지배의 욕망을 성찰해야 한다. 정신분열이 대화요법의 단계를 넘어서면 약물요법이나, 충격요법이 동원된다. 대화의 단절로 파행을 낳은 탄핵정국은 이제 ‘민심’이라는 충격요법이 필요한 단계에 왔다.

성숙한 정치와 사회는 대화로 돌아가는 것이다. 상대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주고,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는 성숙한 대화 방식과, 적마저 존중하는 넓은 마음으로 돌아가야 한다.
충격요법은 치유의 상처도 크다.

편집국  mirae@gimpo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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