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실크벨리 주민 김모씨는 “주민 안전은 뒷전이고 대책위와 동대표들이 이전투구에만 골몰하고 있다”며 “이렇게 하려고 집단이기주의라는 조롱을 받으며 3년을 싸워왔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현장을 지켜온 주민들 사이에선 최근 상황을 두고 “이러다간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변전소 짓는 꼴을 구경만 해야 할 판”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동대표단은 ‘입주자대표회의’와 ‘대책위’를 이원화하자는 입장인데 반해, 노인회와 부녀회 등은 힘의 결집을 위해 “동대표단이 대책위를 맡아야 한다”며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것. 결국 ‘누가 총대를 멜 것이냐’가 내부갈등의 원인이다.
급기야 대책위는 자체회의를 소집하고 3년차 하자진단 부실 등의 이유로 동대표단 해임안을 주민총회에 상정키로 했다. 하지만 2일 열린 주민총회에서 동대표단은 “책임질 잘못이 없다”며 해임안을 상정조차 하지 않았다. <관련기사 인터넷판 미래신문 2. 27일자>
이어 대표자회는 대책위 임원 A씨에게 권한을 위임하려 했으나 A씨는 “신뢰할 수 없는 현 대표자회 체제에선 대책위를 꾸려나갈 수 없다”며 이를 거부했다.
주민총회 후 동대표단은 각 동에 총회 결과를 설명하는 안내문과 진단업체의 인증서를 부착하고 “일부에서 정확한 사실확인 없이 의혹을 제기하고 있으나 확인결과 아무런 법적 하자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대책위 주장에 반박했다. 대표자회는 7일 통반장단 회의를 소집해 변전소 대책위원장 선출 건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대책위 관계자 최모씨는 “주민총회에서 대책위 주민들에겐 발언기회도 주지 않았다”며 “동대표들이 소형녹음기와 카메라를 들고 명예훼손 운운하며 고발하겠다고 협박까지 하는 상황”이라며 분개했다.
이에 대해 대표자회 관계자는 “대표자회의를 음해하는 일부의 주장일뿐”이라며 “변전소 못지않게 3년차 하자보수도 중요한 사안임에도 현실을 왜곡하는 발언으로 분열을 조장하지 말라”고 반박했다.
실크벨리 한 주민은 “한 때 검찰구속도 불사하며 하나로 뭉쳐 변전소 설립을 완강히 저지하던 주민들이 내부갈등으로 자괴감에 빠져 있다”며 “더 곪기 전에 문제를 공론화하고 주민총회 등 민주적인 절차를 거쳐 대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대표회의와 대책위가 갈등을 겪고 있는 사이 신안실크벨리 노인들은 눈 덮인 변전소 부지 현장을 묵묵히 지키고 있다.
황인문기자 p3344@gimpo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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