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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을 것은 마누라 하나 뿐
유인봉
(사)김포여성의 전화 공동대표


요 근래에 들어와서 하나의 의문이 생겼다.
이 남성중심의 사회에서 사회적으로 꽤 성공했다고 믿어지는 사람들이나 범부나 하는 말이 하나 같이 똑같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생긴 의문이다.

사업을 성공한 사람이든 실패하고 어려운 남성이든 자신들의 삶을 고백하면서 하는 말이 있었다.

결국 마지막으로 곁에 남아 있는 사람은 마누라 뿐이었다고.
소위 김포에서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명사요 사업가인 그가 감옥에 갔다와서 했던 말도 “믿을 수 있는 사람은 마누라뿐이었소” 라는 고백이었다. 그 말을 들었을 때 조금은 의아했었다. 사나이들의 절개는 송죽같은 거라고 책에서 많이 보아왔기 때문에.

두번째로 만난 이가 말했다.
현재 잘 김포에서는 부러울것 없이 잘 나가는 사업가이다.
“이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것은 마누라밖에 없소. 마누라가 마음을 다치는 것은 견딜 수가 없소”

세번째 사나이가 말했다.
“솔직히 말해서 정말 믿을 것은 마누라밖에 더 있소?”

김포에서 이름 석자만 대면 금방 알 수 있는 이들, 적어도 인생의 쓴 맛 단 맛을 다보고 똥물의 쓴맛까지 경험한 이들이 하는 말이니 허수로 들을 수는 더욱 없는 말들이다.

어제의 친구가 오늘의 적이 되고 나의 몸 일부, 혹은 심장을 도려가는 아픔을 경험하고 사는 남성들의 고백이니 거짓이라 말할 수는 더욱 없으리.

소위 의리나 지조, 그 밖에 좋은 어휘들을 자신들의 상징으로 가지고 있는 남성들과 달리 속이 좁아 밴뎅이라고 일컬어지는 여편네들인 여성들은 늘 본인의 값보다는 반값으로 쳐지거나 아니면 구색맞추기 아니면 참고인 자격정도로만 정리되곤 했다. 그런데 인생의 갖은
맛을 경험한 남성들이 믿을 것은 마누라밖에는 없단다. 정말 황량한 가슴들이 아니고 무엇인가?
마지막까지 다 밀려서 영토가 바닥이 나도 최후의 보루로 남아 있는 섬, 그것이 마누라라는 섬이라니. 그런데 평상시의 남편들은 그 진주같은 섬을 진주로 보기 보다는 언제나 나만을 보고 헤빌 죽 웃고 언제나 자신만을 위해 있어줄 해바라기 정도로만 보기 일쑤다.
그래서 사업에는 많은 투자를 하면서도 외롭고 힘들어서 엎어지고 싶을 때 바다처럼 받아줄 마누라에게는 전혀 투자를 안 한다.
남성들이 지조가 있다고? 웃기는 말이다. 정말 환상적인 말이기는 하지만 이제는 거덜이 나고 있다. 그것은 남성이든 여성이든 따질 일이 아니라 인간 그 본질에서부터 시작할 일이다. 남성, 여성이 중요한 것이라기 보다는 그의 삶의 지향점과 과정이 중요한 일이다.
왜 마지막의 보루는 마누라일까?
전폭적인 인생의 지지와 격려를 보내 줄 이는 마누라인 것을 아는 이들은 적어도 발효과정을 거치고 쓸데없는 군더더기를 제다 걷우어 낸 다음에서야 진국인 마누라의 가치를 안다.
소위 내게 유익이 없거나 싫으면 친구이고 나발이고 걷어치우는 남성들과 달리 쉽게 대어들지는 않지만 한번 마음을 주면 변치 않는 인종들이 여성들이다.
중요한 것은 그가 남성인가 여성인가로 부터 출발하는 차별의식이 아니라 그, 혹은 그녀가 지향하는 삶의 목표와 통일성이 중요하다.
이제 모든 언어는 남성, 혹은 여성을 나누는 말들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적어도 운명공동체를 생각하는 사람들과 잠시의 동거를 생각하는 사람들의 사람살이는 엄청난 차이가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아내이며 소위 마누라로 사는 사람들은 운명을 나누어서 생각
하지 않는다. 그와 나의 삶을 일체로 끌어안고 산다. 소위 일심동체라 하지 않던가!
그런 삶의 일체성이야말로 이 세상의 또다른 소외자인 아내 혹은 남편의 최후의 지팡이가 되기에 충분한 그 무엇이다. 그런 사람들은 삶의 충족성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삶의 원칙이요,선택이 그의 인생을 좌우할 뿐이다.
단지 내 이름이 누구의 마누라로 호칭되는 것보다는 나와 그가 하나로 이어져 완성된 사람살이의 근본이 나오기를 기대하면서 살아갈 뿐이다.
그래서 오늘도 사람살이에서 지친 사람들이 신이 아닌 인간 세계에서 기대하는 것이 마누라인가 보다.
<제116호 4면/2001.8.20일자>

유인봉  mirae@gimpo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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