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풍요와 결실의 계절일진대 내게서도 풍성한 열매를 기대할 수 있을는지.
내 나이 가 어느새 50, 결혼을 한지도 벌써 23년이나 되었다.
나는 오늘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나만의 비밀을 공개하려고 한다나보다 한 살 많은 아내와 결혼을 하고 생긴 나만의 아픔은 부부가 함께 되면 부부라고 보기보다는 누나와 동생처럼 보는 이들이 많다. (원래 내가 동안이기도 하지만)그럴 때마다 좋기도 하지만 아내에겐 미안할 때가 많았다.
세월은 지나갔고 한 2년 전쯤인가 겨울 앞에 선 내 모습, 그 중에도 나의 머리카락이 가을에 나뭇잎이 단풍들 듯이 하얗게 단풍이 들기 시작했다. 놀라고 당황스러운 생각에 아이들에게 돈을 주어 가면서 까지 흰 머리카락을 뽑아보기로 했지만 이젠 그 수가 너무 늘어나 다 뽑으려하면 남는 게 얼마 없을 것 같아 포기하고 말았다. 그러나 지금은 초가을도 아닌 만추의 색을 보이고 있다.
내 모습을 본 아내가 염색을 하라고 한다. 갑자기 늙어버린 내 모습이 보기 싫다나.
아이들은 염색약을 사와서 아빠 염색해드린다고 합동작전을 펼친다. 심지어는 교회 집사 님들도 염색을 왜 안 하시냐고 주무실 때 몰래와서 염색을 하겠다는 등.
하여간 말도 많고 사연도 많았다. 그래도 염색하기를 단호히 거절하는 비밀스런 이유는 첫째 그런다고 다시 여름이 올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
둘째, 자연에 순응하는 것이 가장 멋이 있으니까.
셋째,(가장 큰 이유) 이제야 부부간에 조화가 어울리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라, 그 동안 내가 얼마나 아내에게 미안했었는데 이제야 편해지고, 이젠 그 간의 미안함을 보상하며 살아야 할 때인데 내가 왜 염색을 해서 또 미안한 마음으로 산단 말인가이 가을 나와 함께 인생의 가을을 함께 맞는 아내에게 지면을 통해 한마디 고백을 한다.
여보, 그 동안 미안했소. 그리고 긴 세월 기다려 주고 함께 해주어 고맙소. 이제는 우리 남는 인생 서로 사랑하며 주어진 열매를 잘 익을 수 있도록 힘을 씁시다.
<제120호 7면/2001.9.17일자>
편집국 mirae@gimpo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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