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이런거 보지마. 엄만 울면 안되니까…”막내 효경이가 슬픈 드라마를 보며 눈물짓는 엄마를 달래며 채널을 돌린다. 이제 아이들도 아빠가 없다는 현실을 받아들이는가 보다.
8월이면 이종순(46세)씨가 남편을 잃은지 1년이 된다.
꺼억꺼억 목을 누르는 아픔도 이제는 차츰 줄어들고 남편 없이도 웃을 수 있다.
그런 그녀가 남편의 영전에 글을 띄웠다. 연애시절 줄곧 받기만 한 남편의 편지에 10여년이 지난 오늘에야 비로서 답장을 한 것이다.
‘성찰하고 참회하는 마음으로 천국의 우체통으로 남편 영전에 바칩니다’라는 구절로 시작하는 편지에는 남편 임현규씨를 향한 애틋한 그리움과 사랑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종순씨는 1년전 진해 가스 폭발 사고로 남편을 잃고 효선(10살), 효정(8살), 효경(7살) 세딸과 가정탁아로 돌보는 여자아이 셋까지 모두 여섯을 키우며 살아가는 주부다.
서른여섯에 친구 소개로 만난 동갑내기 부부. 늦은 결혼이니만큼 삶에 대한 욕심도 더 컸으리라.
더 완벽하고 완전한 생활을 원했던 종순씨에게 사람 좋아하는 남편의 자유분방함은 잦은 다툼으로 이어졌다.
“10년쯤 지나니 이제 좀 알것 같고 이제 좀 맞춰가겠다 했더니…”
먼저 가버린 남편에 대한 아쉬움과 좀 더 남편에게 너그럽지 못했던 것에 대한 미안함으로 가슴이 아려온다. 어디에 있든 기념일을 잊지 않고 챙겨줬던 남편이기에 시간이 지날수록 특별한 날이 되면 더 사무치게 그립다고.
새벽 6시부터 저녁 8시까지 꼬박 14시간을 아이들과 부대끼며 보내지만 이씨는 늦은 시간까지 책을 읽는다. 그리고 가끔 하고 싶은 말이 턱밑까지 차오를 때면 남편을 향해 글을 쓰며 이렇게 고백한다.
“이 다음에 우리가 다시 만나 새로운 인생여정을 함께 할 때는 각자의 아집과 독선으로 맞서지 말고 상대방의 마음을 조율하며 아름다운 사랑의 노래를 부르는 진정한 부부가 되자”고.

강소정기자  p3340@gimpo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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