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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인봉 대표이사 | ||
언제나 겨울은 그 모든 것을 다시 묻는 듯 하다.
겨울의 숲길을 걷다보면 그 무성했던 여름의 나뭇잎이 가려놓았던 것들을 다시 훤하게 드러나 보이게 한다.
다시 모든 숲의 속살이 보이고 새 옷이 필요한 것처럼이나, 겨울은 다시 차가운 정신으로, 초심으로 가서 새로운 시작을 하라고 하는 것만 같다.
우리의 아침도 새로운 시작이고 우리의 일 년도 새로운 시작이다.
마지막 12월을 보내고 있다고 하는 것은 그 무엇보다도 지속가능한 세월을 걸어와서 만나는 행복의 꼭지점과 정상에 오름처럼 그렇게 기뻐야 한다.
12월, 시원하고 차가운 겨울 달빛아래서 다시 시작할 기회를 감사한다.
가난함에 떨고 두려운 시간들을 건너 생기를 이어온 생명들은 작은 것에도 늘 감사할 수 있다.
12월의 겨울 촛불과 태극기로 나뉘어지는 대한민국의 아픔도 언젠가는 감사로움으로 이어질 것이고 우리의 초심의 얼굴을 닦아내는 역사임이 틀림없다.
늘 넉넉한 사람들은 모를지도 모르는 가난한 이들의 감사함과 행복이란 눈 돌리면 도처에 널려 있다. 아무리 현실이 어려울 지라도 현실이 우리의 진실한 삶을 무너뜨리지는 못한다.
연탄을 때던 시절을 이야기하니 아는 이도 있지만 모르는 이들도 너무 많은 시대이다.
언제나 쌀독의 쌀이 늘 그득한 것만 알지, 항아리 바닥을 닥닥 긁어서 밥을 지어서 가족을 먹여야 했던 피눈물 나는 삶의 주인공이었던 우리들의 어머니의 삶과 역사를 생각하면 길을 가다가도 갑자기 혼자 소리 내어 울음이 터져 나올 때 가 있다.
학교를 파하고 오리길을 걸어서 손을 호호 불며 돌아오면 추운 겨울날 방 안 윗목에는 걸레가 땅땅 얼어붙어도 화롯불에 의지해 들기름에 김치를 쏭쏭 썰어서 찬밥을 비벼주던 가난한 행복이 있었다.
어쩌면 초심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알몸 이외의 아무것도 덧 붙여지지 않은 모습으로 가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경쟁심 없이, 질투도 없이, 어떤 생명을 업신여김도 없는 그런 가장 어린아이와 같은 마음의 상태로 돌아가서 행복하게 다시 자신을 바라보는 일과 같지 않을까!
세월이 지나 많이 가진 줄도 모르고 쌓았던 것들을 되돌려 줄 수 있는 것들이 많을 수 있어야 한다. 하나를 가진 이의 것을 아흔 아홉을 가진 이가 욕심내는 것은 겨울의 초심을 모르는 일이다.
아무것도 가지지 않았던 세월과 빈손을 기억하면서 아무것도 나눌 수 없는 사람은 세상에 존재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 것이야말로 초심으로 돌아가는 일이다.
네팔의 카투만두에 갔을 때 사람들이 살고 있는 도시에 바로 화장터가 있는 것을 보고 결코 잊지 않게 된다.
세상에 살 때 가진 이들의 화장은 몇 송이의 꽃이 더해 져 있을 뿐 저 세상으로 돌아간 그들은 작은 강가로 한줌의 재가 되어 흘러간다.
요즘 권력의 무상함과 물질과 그 이상의 명예, 탐욕의 무상함을 온 국민이 몸서리치게 배우고 있다.
옳고 그름을 떠나 포승줄에 묶여있던 그들도 초심으로 살던 가장 사랑스러웠던 자신의 모습이 분명 있었을 터라는 생각이 든다.
그 가장 순수한 아름다운 초심의 가르침을 찾아갈 일이다.
오늘 다 뒤죽박죽된 파괴되어버린 세포기억과 부정적인 믿음과 잘못된 일들을 씻어내고 닦아낼 일이다.
초심은 언제나 처음마음으로 돌아가라고 한다.
욕심으로 물들지 않은 그 찬란한 아름다움이 우리에게 분명히 있었다.
오늘 내게 청초한 그림으로 찾아오는 나의 초심은 어떤 모습일까!
얼룩진 자화상을 씻어줄 생명의 그림을 찾아가자.
유인봉 대표이사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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