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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 문화의 종말한익수 RBPS경영연구소 소장
   
▲ 한익수 RBPS경영연구소 소장

1997년, 대우의 세계경영의 일환으로 소련의 위성국가였던 우크라이나와 합작 자동차회사 “오토쟈즈”를 설립했을 때의 일이다. 그 당시 우리 팀이 그곳에 갔을 때는 공산주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었다. 그 중 하나가 벽 문화이다.

사무실에 들어서 보니 복도 좌우로 방이 즐비하게 있다. 사무직원들이 직급에 관계없이 모두 독방을 차지하고 근무를 하고 있는 것이다. 임원 방은 이중 구조로 되어 있고, 방을 비울 때는 자물쇠를 두 개씩 잠그곤 한다.

비밀유지가 철저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벽을 없애고 통합사무실로 만들기 위해 현지인들을 설득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한때 미국과 함께 세계를 이끌어 가던 초 강대국이었던 소련은 왜 붕괴 되었을까? 궁금했다.
모스크바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그곳에서 보냈고, 모스크바 대학을 나온 여비서에게 물어 보았다. “미스 이리나, 우크라이나가 소련으로부터 분리 독립 된지 이제 6년 정도 지났는데 그때하고 지금, 어느 쪽이 더 살기 좋은 것 같아?

“디렉터 한, 지금은 독립 후 모두 살기가 힘드니까 어른들은 공산주의에 대한 향수를 아직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러나 젊은 사람들은 좋아하죠. 자유가 있으니까요. 공산주의 사회에서는 인민에게 네 가지를 주고, 한 가지를 빼앗았죠.

살 집을 주고, 식량을 주고, 의료비와 교육비를 나라에서 해결해 주었어요. 그리고 자유를 빼앗았죠. 철저하게 비밀을 지켜야 했으니까요.” 그럴듯한 대답이다. 그래서 한가지 더 물어 보았다.

“그런데 미국과 함께 한때 세계를 이끌어 가던 초 강대국이었던 소련이 왜 붕괴 되었는지 이해가 안돼요”

“제가 전문가는 아니지만, 제 생각에는 그 동안은 소련이 막강한 군비를 앞세워 이웃나라들을 등쳐, 위성국가들을 먹여 살렸는데 이제는 침공할 나라도 마땅치 않아요. 그리고 그 동안은 우리끼리 잘 먹고 잘 살았는데, 국제적으로 인적 물적 교류가 빈번해지면서 서방 나라 사람들의 생활 수준이 월등히 높다는 것을 국민들이 알게 되면서, 공산주의 사회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 같아요.”

일리 있는 대답이다. 공산주의는 평등주의, 무상분배, 빈부격차해소 등 이론적으로는 장점도 많기 때문에 1922년 탄생 이후 70여 년간이나 유지해 왔다.

공산주의가 붕괴된 것은 아마도 정치적인 이유라기 보다는 경제적 이유 때문인지도 모른다. 외국에서 수입한 생필품의 품질이 좋은 것을 알게 되었고, 품질 경쟁력이 떨어지니까 수출도 점점 줄어들게 되었다.

소련의 계획경제가 시장경제를 능가하기 어려웠고, 시간이 갈수록 격차는 점점 더 커진다는 것이 판명된 것이다. 글로벌화, 정보화, 개방화 시대에서는 국가든 개인이든 경쟁력에서 뒤지면 도태될 수 밖에 없다. 아직도 공산주의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구 소련에 한번 가 보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변화와 혁신은 아이디어와 아이디어의 충돌에서 나온다. 폐쇄된 벽 문화, 칸막이 문화에서는 혁신이 이루어지기 어렵다.

환경을 보면 그 회사의 기업문화를 알 수 있다. 혁신문화를 가지고 있는 회사 사무실에 가보면, 책상 주위에 있는 칸막이 높이부터 낮다.

임원 방의 문은 항상 열려 있고, 회의 탁자도 라운드 테이블이다. 사무실 문을 개방하는 것은 언제나 들어와도 된다는 뜻이고, 라운드테이블은 대화할 때는 서로 직위를 의식하지 말고 의견을 말해도 된다는 뜻이다.

혁신은 소통문화에서 만들어진다. 소통을 위해서는 소통환경부터 만들어야 한다.
우리 몸도 피가 원활히 흐르지 않으면 동맥경화가 생기는 것처럼, 소통이 잘 안 되는 조직은 결국 어려움을 겪게 된다.

비밀은 거짓을 낳고, 거짓은 오해를 낳고, 오해는 결국 조직을 와해 시킨다. 벽 문화의 종말은 쇠퇴뿐이다.  

한익수소장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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