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인봉 미래신문 대표이사

우리나라에 지진이 일어났고 심하게 진동했다. 다 아는 사실이다.
누군가 그 시간 아주 다급하게 전화를 했다. 자신은 길을 걷다가 지진이 났다는 것을 알았는데 다른 이들은 태연하게 지나가는 이도 있더라고.

아무리 큰 지진 이지만 강하게 감지하는 이도 있고 전혀 느끼지 못한 이도 있다.
이내 인터넷을 통해 경주에서 그런 엄청난 진동을 겪은 뉴스가 속속 전해졌다.

유사시에 가만히 건물 안에 있으면 안 된다는 이도 있고 도망갈 곳이라고는 없다는 이도 있다. 불가항력적인 상황이나 이와 같은 진동을 원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누가 진동을 원하고 요동치고 휘젓고 뒤집히는 것을 바라겠는가!

우리의 인생에 있어서 아늑함과 포근함, 순탄함 같은 그렇게 강렬하게 원하고 구하는 순탄한 길이 순식간에 뒤집어 질 수 있다는 것을 늘 배운다.

어떤 진동을 견뎌내야만 되는 시간들이 있다. 우리 인생길의 성공은 직접적으로 진동과 비례한다고 한다. 천지가 어찌 되는 것은 인간이 할 수 없는 일, 때로는 엄청난 두려움 자체일 수 있다. 우리가 물어볼 여지도 없이 우리의 삶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은 우리를 흔든다.

천년 만년을 살 것 같지만 결국 자연 앞에서 우리는 기운을 열어주는 대로 순응하고 적응하며 살아가는 것이라는 것을 날마다 깨닫는다.

영원한 것은 없다. 단지 순간을 영원처럼 그렇게 살아가야 하는 것이 아닐까!
살아오며 저장된 기억 속에 물리적인 지진에 관한 놀라운 영상은 없었다.

그런데 한반도가 진동하는 땅이 되었다.
살아가다 보면 우리네 인생에도 때때로 지진이 나고 진동이 강렬하다.

때로는 흔들리는 고통 속에서 이것이 순탄했던 날들과도 같이 인생의 한 부분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인정하고 나면 편해지고 나중에 돌아보면 더 좋은 길이었음을 알게 되기도 한다. 그러니 예측할 수 없는 날들, 우리의 긴 것 같지만 삶의 그 짧은 느낌 속에서 돌아볼 일이다.
‘그 일을 하면서 기뻤는가?’

되도록 기쁜 일, 기쁘고 내면으로부터 참 좋았다면 옳은 길을 잘 가고 있는 길이다.
정말 좋은 일들은 그 일을 수행하는 사이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엄청난 힘이 생기고 플러스 된다. 그런 좋은 에너지가 어둠을 밝음으로 인도한다. 자신도 살리고 남도 살린다.

우리는 날마다 눈 뜨면 아침을 시작하고 누군가를 만나고 누군가와 무엇인가를 도모한다.
이왕이면 그 일을 하면서 기쁜 일이 되도록 지혜롭게 할 일이다. 때로는 다른 이들로부터 비판을 들을지라도 두려워 말라. 그 비판을 받아들이면 확실히 발전한 자신을 훗날 만날 것이다. 바람에 흔들려보지 않은 나무가 어디 있고 고통 없이 진동 없이 살아온 삶이란 없다.

단지 망각이라는 선물을 통하여 그 긴 여과의 시간을 흘려보냈을 뿐이다.
인생을 지나는 동안 진동을 겪은 사람들이 피워낸 삶의 진실과 아름다운 꽃은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앞으로 100세 인생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시대이니 인생을 오래 살면 살수록 진동을 겪을 일도 더 많은지 모른다. 천둥과도 같은 진동일지라도 그것은 시작이 있고 반드시 끝이 있게 마련이다.

그 긴 세월의 인내를 배우며 진동을 통과한 후 은근과 끈기가 삶을 끝까지 이어나가야 하는 것이리라. 유난히 잘 베풀고 모두에게 넉넉하게 밥을 잘 대접하는 분이 있다. 늘 수수한 옷차림이지만 그 분처럼 베풀고 살면 후회가 별로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기도 했다.

그 분이 지난 날 언젠가 삶의 큰 진동을 마주했다. 모든 것을 잃고 빈주머니의 인생으로 밤새 걷다가 한강의 푸른 물에 뛰어들려고 그 짧은 시간에 세 번이나 신발을 벗고 난간에 올라 섰었다고 했다. 그때 보름달이 환하게 떠 있었고, 이렇게 죽을 마음이면 살자는‘울림’이 지금까지 자신을 이어왔다고 했다. 지금의 그분을 보면 세상만사의 복은 모두 혼자 누리는 듯이 여유롭다.

진동이 오면 진동을 겪고 살아남으려고 하는 몸부림과 지혜도 함께 올 것이고 인내와 성실, 그리고 그 밖의 가치들도 삶으로부터 나올 것이다.

우리 인생에도 내진 설계가 필요할지 모른다.
언제 어떤 지진과 진동이 와도 잘 통과하여 새날의 새 아침을 맞이할 수 있도록.

손자의 손자의 손을 잡고 걸어가는 생명의 역사는 지속되어져야 한다.  

유인봉 대표이사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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