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정숙 교수 (연세 융 심리상담연구소 소장)

아이는 부모의 유전자를 물려받는다. 그러나 아이가 세 살이 채 되기도 전에 자신과 다른 아이를 보면서 깜짝 놀라기도 하고 혼란에 빠지기도 하며 긴 한숨을 쉬기도 한다.

“누굴 닮아서 저럴까?”혹은“너무 자기 중심적인거 아냐?”“꽤 산만하군”이런 생각을 하면서 마음으로 족보를 뒤진다.

가족 중에 가장 이해 안되는 성격의 1위는 당연 배우자다. 오늘 아침에도 밤새도록 올림픽경기를 보는 남편에게 아내가 짜증을 냈을 수 있다.

“아. 아빠 닮아서 우리 아들이 공부보다 나가서 뛰어노는 것을 좋아하는구나!”
이렇게 생각해보지만 내 아이를 바로 이해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어떻게 하면 나와 다른 아이를 이해하고 양육할 것인가는 부모들이 가진 공통의 고민거리이다.

‘개인차’는 것은 성격, 기질, 성별, 부모피양육경험, 지능, 환경 등의 복합산물이다. 또한 같은 부모의 자녀라도 유전자의 조합과 성별, 양육환경, 형제순위에 따라 판이한 성격을 지닌다.

아이에게 최적의 조건을 제공하고 싶은 부모들은‘성격은 운명이다’라는 헤라클레이토스(그리이스의 철학자)의 말을 기억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성격의 기초는 0-6세의 피양육경험에 의해 놓여진다. 0-6세는 아이의 성격이 형성되는 결정적인 시기이다.
내 아이가 친구와 잘 사귀고 공부에 흥미를 느끼는 아이가 되기를 바라는 부모라면 아이의 기질에 맞는 양육환경을 조성해 주는데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활력이 넘치는 아이가 어머니의 적절한 양육을 받았다면 리더쉽을 지닌 아이로 성장할 가능성이 많다. 그러나 부모가 섬세하고 민감한 성격의 소유자라면 활력있는 자녀를 걱정스럽게 여길 수 있다. “우리 아이가 누굴 닮았을까?”

한편 자신을 걱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부모를 향해 아들의 활력은 분노로 변환-분출되어 거칠고 버릇없게 행동할 수 있다. 섬세하고 민감한 기질을 지닌 아이가 강한 활력을 지닌 부모에게 양육되었다면 부모를 무서워하게 된다.

아이들은 거북이처럼 딱딱한 방어의 등껍질 속에 부드러운 진짜 자신을 숨기게 된다.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으며 부모가 좋아하는 것을 묵묵히 따르게 된다. 그러나 부모는“우리 아이가 누굴 닮아서 저렇게 소극적일까?”라고 속상해한다.

활력이 넘치는 부모는 세상을 전리품이 가득한 전쟁터로 여긴다. 이들은 아이가 세상을 향해 도전한다면 명예도 돈도, 친구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면서 자녀를 안타깝게 여기거나 재촉할 수 있다.

이런 부모가 헬리콥터맘 후보이다. 요구가 많은 헬리콥터맘의 자녀는 그 섬세한 마음에 상처를 받게 된다.
“나는 너무 무능하다. 부모처럼 능력있는 사람이 되기 어렵다, 부모의 요구를 충족시켜드리지 못해서 죄송할 뿐이다”라고 한탄한다.

내 아이를 남다르게 양육하려면 아이와 부모 기질의 조합을 살펴 볼 일이다.

계정숙교수  mr@gimpo.com

<저작권자 © 미래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