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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인봉 대표이사 | ||
가끔 검은 밤이 푸르다는 생각을 한다.
밤의 색깔이 정말 푸른가에 대해서는 논할 이유가 없고 나는 늘 밤하늘이 푸른 그 모습을 본다. 푸른 밤에 들리는 벌레 소리들은 참 구슬같이 흐른다.
유난하게 더웠던 여름의 끝, ‘내일이 말복’이란 시점의 벌레소리는 마음의 더위를 식혀준다고 할까!
올해는 덥고도 덥지만 그 느낌과 생각에서 여유를 주는 것이 풀벌레소리들의 노래다.
우리들의 삶 중심으로 보자면 하루를 살아도 근심도 많고 걱정도 많고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
삶이란 많은 일들의 미완성된 상태이며 돌아보면 마땅치 않은 세상사에 빠져들거나 그로 인해 영혼이 시들어 가기 쉽다.
늘 깨어있다는 것은‘그래도 살아있으면 살아지더라는 끈질기고 즐거운 삶의 긍정적인 상상력’과 상큼한 기운을 놓치지 않고 유지하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하루의 아침을 어떻게 생각하고 시작하는가부터 저녁의 기운을 잘 잠재우고 갈등없는 침대에 눕는 일이 최상의 행복이 아닐까 한다.
몇 년 전부터 더 많이 만나기보다 꼭 만날 약속을, 더 많이 먹기보다는 몸이 원하는 신호에 맞추어 먹고, 더 편히 눕기보다는 딱딱한 잠자리에서 누워서 잠을 자고 있다.
부지런한 손놀림은 아니지만 손과 발로 해 보는 삽질과 풀 뽑기등을 하면서 이제까지 전혀 익숙하지 않았던 부분들에도 훈련을 해 보는 중이다.
가만히 돌아보면 나만 화가 나는 것이 아니다.
기르던 오리들도 밥을 늦게 주거나 관심이 덜 가는 것 같으면 소리들이 보통 요란한 것이 아니다. 그들이 화가 났다는 것을 알면 얼른 타협에 들어간다.
아니면 제가 낳았던 알도 모두 깨어서 먹어 버리는 못된 행동을 한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먹지 못한 상태에서의 여유란 없다.
일단은 기본이 해결되어야 함은 생명의 모든 이치이다.
먹이를 갖다 주고서야 조용하다. 이른 아침 지하수를 연결해서 요즘같이 더운 날 시원한 물을 줄라치면 더할 나위 없이 만족해한다.
내가 못 먹은 것들은 여지없이 다 먹어치우는 그들의 식성을 보면 창조주가 신기하게도 만들어 놓은 생명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풀을 뽑다가 너무 빨리 자라는 그들 때문에 손은 나무껍질처럼 딱딱하고 거칠어졌다.
그리하여 그만 항복을 하면서 풀들이 제 마음껏 자라고 그 풀 사이에서 밤이면 밤마다 풀벌레 소리가 이어진다.
풀을 모두 없애고 마당을 시멘트로 모두 포장을 할까도 생각해 봤던 일도 있지만 그랬더라면 저들의 풀벌레들은 이곳에 살지 못하고 그 평화스러운 소리는 듣지도 못했으리라.
때로는 하나를 얻은 듯 하면 분명히 소홀히 한 부분도 있다는 것을 배운다.
소중한 하나를 잃고 나서야 배우는 것도 많다.
너무나 바쁘다를 외치며 살 때야 여름밤의 풀벌레 소리를 어찌 알았으랴!
그들이 주는 심심한 위로가 사람들이 주는 덕담보다 못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된다.
깊고 푸른 밤과 풀벌레 소리들이 아직은 한창이다.
얼마 있으면 저들도 잠이 든다.
그리고 아침이 되면 어느 새 깨어 다시 뭐라고 소리들을 낸다.
큰 돈을 버는 재주는 없지만 세상을 듣고 누릴 수 있는 신의 귀를 가진 일도 감사할 일이다.
하루 만번씩 감사행을 하다보면 만병이 없어진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자연의 소리를 듣는 귀는 더 없이 치유의 힘을 몸으로 받아들이게 할 것이다.
엊그제 몸이 안 좋아 강화도로 갔던 이를 2년 만에 보았다.
처음에는 직장에서 멀리까지 인사발령을 받아 몹시 마음을 상해하던 모습도 보았지만, 그는 이내 자신의 처지와 형편을 받아들이고 그곳에서 자연과 함께 살았고 서운함보다 감사행으로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이제 보니 혈색이 더 없이 좋아지고 삶도 제 활력을 찾아 도시에 살 때 보다 훨씬 더 행복해 보였다.
평생을 집안일을 하던 그의 아내도 이제는 밖의 삶을 찾아 안정을 찾아간다고 했다.
언젠가 찾아가 본 그의 집은 산자락 앞에 나즈막하게 자리 잡고 있었지만 그는 퇴직하고 나면 이제 노년을 그곳에서 보내겠다며 인생의 마지막 터를 잡고자했다.
오늘 좋지 않던 것들도 내일 돌아보면 감사가 되는 것들이 있다.
오늘의 부족함이 내일 넘침보다 더 좋았음을 고백할 때도 있다.
“도시의 환희”도 좋지만‘풀벌레소리 깊은 밤의 맛’과‘태평한 인생’의 진실을 찾아 오늘을 충실히 살아볼 일이다.
유인봉 대표이사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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