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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인봉 본사 대표이사 | ||
언젠가부터 사람이나 사물을 대할 때 너무 깊이, 그리고 세세하게 논리적으로 따지고 분별하는 것이 내게는 잘 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해오고 있다.
단순한 것들이 눈에도 귀에도 생각에도 잘 들어온다.
어렵게 이야기하는 것들은 눈도 어지럽다.
복잡하게 분석해야 세상을 다 아는 것도 아니거니와 넉넉하게 바라볼 수 있는 시선과 목소리의 촉촉한 정서가 상황을 더 잘 풀어내기도 한다.
만날 때 마다 사람을 복잡하게 긴장시키는 이가 있고, 있던 긴장도 슬그머니 해제시키는 이들도 있다.
“위기”라는 것도 대하는 사람마다 다르게 반응된다.
진심이 담긴 아주 단순한 말 한마디가 크고 대단한 위로가 된다는 것도 고마운 일이다.
“잘 될 거예요!”
“괜찮을 거예요!”
“앞으로 잘 할께요”라고 웃으며 말하면 백마디의 변명보다 더 좋은 말인 것 같다.
일전에 한 사무실을 방문했었다.
예의적인 인사와 깔끔한 실내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내내 팽만한 긴장감이 느껴지는 그곳에 오래 있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그런 모습이 생명에게 있어 얼마나 힘든 일인가!
한 껏 긴장해서 잘 할 수 있는 일들도 있지만 내내 그렇게만 살자면 아마도 팽팽한 고무줄이 마침내 임계점에 도달해 끊어지고 말 듯이 그렇게 될 지도 모른다.
시간이 지나가면서 복잡한 것은 점점 멀어지고 단순하고 손안에 들어오는 진실들과 만나며 살고 싶다. 복잡하게 자신의 이력을 새겨넣은 명함보다 잠시 단순한 모습에서 느낀 그의 인격이 명함이 되고 웃음하나로 소통이 되는 그런 것 말이다.
시간이 간다고 하는 것은 점점 더 단순해지고 너그러워져야 한다는 말일 거다.
너그러워진다는 것은 내 손에 무엇인가가 뭍을 것을 염려하기보다 손이 더러워져도 마다하지 않고 지저분한 것은 치우고 더러워진 것을 빨아버리는 헌신의 뭉툭한 엄마의 손 같은 것 아닐까? 관대하고 너그러움 보다 더 큰 매력은 없다.
‘단순해진다’는 것이 그만큼 살아가면서 생겨난 독이 빠지고 순한 에너지로 변해가는 것이라면 좋겠다.
마음에 품은 생각이 독하면 얼굴의 모습도 접근이 어려울 만큼 거리감이 생긴다.
때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작은 방 한 칸이라는 것과 자신의 발걸음 걸음의 리듬을 읽고 들을 수 있는 감사하는 귀가 아닐까!
곱하기와 나누기와 더하기를 처음부터 좀 못하는 편이기도 했지만 그런 것들을 잘 못하는 바람에 얼마나 손해를 보았는지 몰라 좋을 때도 있었다.
모든 것을 잃어버리지 않고 기억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좋은 것은 기억하고 좋지 않은 것은 모양조차 버려도 좋다.
내가 누군지는 어쩌면 날마다 새롭게 물어도 좋은 샘물같은 것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때로 높은 자리에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의 눈빛이 단순하지 않음을 느낄 때가 있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 내려오는 순간 순하게 변하는 것들도 또한 보았다.
높은 자리에 너무 바쁘다던 이들도 한 줌의 권력을 내려놓고 나서야 평범한 이야기가 숭숭 뚫리며 대화가 되는 것도 경험해 본다.
좌우지간 무엇인가 힘을 가졌다고 느낄 때가 더 위험하다.
아무것도 아닌 자신을 문득 발견하고 스스로 바라볼 수 있을 때가 아마 자신을 가장 잘 아는 순간이 아닐까 한다.
때로는 무심하게 바라볼 수 있는 것들에 감사하게 된다.
어제도 보았던 바위 위에 피어있는 한 포기 풀이 여전히 새잎은 떡잎이 되고 다시 새잎이 돋아나오며 생명의 행진을 계속하는 것에 안심을 하며 웃음을 지을 수 있는 평화는 단순하지만 우주의 평화이다.
너무 여러 일들에 개입하며 마음을 빼앗기지 않아서 다행이고 행복한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살아가다보면 온갖 것들이 다 새롭게 다가온다.
그리고 어렵다고 생각했던 일들도 다 지나가고 또 새로운 아침을 만나고 있다는 것이다.
눈이 보인다는 것들과 귀에 들리는 새소리, 그리고 몸이 그런대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것들에 우리가 세세하게 느낌을 주고 살지 못했다는 것도 그렇다.
진실을 찾아가는 것이 인생에 있어서 가장 좋은 꿈일 것이다.
인생탐사의 작은 발견들, 여전히 어두운 세상이지만 튼튼한 신발로 하루하루를 리듬 있게 걸어볼 일이다. 그렇게 단순한 진실을 찾아 나가는 것이 우리네 스토리텔링의 핵심이다.
유인봉 대표이사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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