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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인봉 대표 | ||
자꾸만 곁에 있는 것들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배운다.
사람도 그렇지만 옆에 두고 사는 여러 물건들도 그렇다.
이러저러한 스토리를 가지고 옆에 짧게 혹은 긴 시간 같이 머무른다.
몇 해 전인가는 모처럼 가족 사진을 한 컷 촬영하느라 곱게 옷도 입고 하얀 옥반지를 꼈다.
겨울날 서울까지 가족끼리 다녀오고 난 그날 이후 옥반지는 어디로 모습을 감추고 가버렸다.
거실 한 켠에 걸려있는 가족사진속에는 아직도 옥반지가 보인다.
‘그 하얀 옥반지는 어디로 갔을까?’ 항상 잘 보관한다고 하는데 그 둔 곳을 기억하지 못하고 헤맨다는 것이 문제다.
요사이는‘아이패드’ 가 어디로 가서 문제이다.
발이 달린 물건도 아닌데 어디로 갔다. 이방에서 저 방으로 물건을 옮기느라 이 물건 저 물건이 섞일까봐 조심하면서 어디로 치운 것 같은데 도무지 어디에 있는지 모를 일이다.
옆에 있던 것들은 대부분 사연이 있기 마련이다.
아이패드의 경우는 아들이 이건 꼭 엄마 몫이니 다른 사람에게 주지 말고 잘 활용하라며 구해 준 거였다. 어디를 가든지 글을 쓰고 싶을 때 간편하게 꺼내서 쓰면 좋다고 했다.
뭐든지 엄마 것은 없었다며 제발 엄마만 쓰라고 신신당부했다.
용돈을 모아서 사준 것이라 고맙지만 젊은이들 하는 듯이 잘 활용하지는 못했다.
겉 커버색도 내가 좋아하는 보라색과 빨간색으로 꾸며주고 눈에 잘 띄는 편이었다.
그러던 것이 요사이 없어져서 마음이 개운치 않다.
많이 섭섭하다.
처음에는 이사를 하며 어디에 잘 두었거니 했다가 이제는 잃어버렸는가 싶다.
대체로 어떤 것에 그렇게 마음을 쓰는 편이 아닌데 이번에는 마음이 쓰인다.
준 사람의 의도와 성의에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어디선가 빨리 튀어나왔으면 좋겠다.
우리가 살면서 얻는 것도 많지만 때로는 잃어버리는 것도 있기 마련이다.
잃어버리고서야 그동안 얼마나 많은 것들을 얻고 누리고 살았나를 돌아보면서 얻었던 것들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더하게 된다.
잃어버리는 것들에는 다 이런 저런 스토리가 담겨 있고 보이지 않지만 마음이 들어 있는 것들이다.
어릴 때부터 아이들이 전해준 선물은 오랜 시간동안 보관해오고는 했다. 장롱을 정리할 때도 다른 옷은 정리를 해도 아이들이 전해준 것은 내내 보관해 오고 있다.
그것이 작은 것이든 꽃 한송이든 마르면 마른 꽃으로 보관한 것은 그만큼 아이들의 마음을 간직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런 것들도 일정 시간이 되면 떠나간다.
시간에는 장사가 없다고도 했다.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과도 인연의 끈을 놓게 되는 날은 온다.
자신이 자신을 놓아야 하는 순간을 우주에 사는 누구나 언제인지 몰라도 한 번은 만나게 된다.
시간이 가면서 그렇게 움켜쥐고 중요하던 것들도 평범해져가기도 한다.
집착했던 것들과도 이별을 해야 하는 시간들을 만날 때 너그럽게 그리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사람과도 사물과도 익숙해지고 싶다.
일이나 부담으로 느끼던 것들도 이제는 이렇게 일할 수 있어서 좋다고 숙제가 아닌 ‘놀이’로 느껴지고는 한다.
오늘 하루 잘 살았네 하는 단순한 즐거움으로 살 일이다.
언제나 얻는 것과 얻을 것을 바라보고 살다가 이제 보니 잃어버릴 것도 많았다.
그래도 정신줄 안 놓고 안 잃어버리고 살아온 것들도 기적아닌 기적이다.
내 것은 없다고 생각하고 살아본다지만 움켜쥐고 있는 것도 많았다고 깨닫는다.
어떤 것이든 떠날 때는 말없이 보내 주어야겠다.
말없이 보내 주고나면 다음에는 다시 굽이를 돌아 또 만남이 이어진다.
유인봉 대표이사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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