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인봉 대표이사

 늘 묵묵하게 사셔서 걱정도 근심도 없는 이신가 했다.
그렇게 여러 해를 인사하며 지내던 분이 어느 날 점심을 하면서 느릿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했다.

지금 같은 시절이 아니라 배가 고파 고향을 등졌고 남의 일터에서 일을 배워 창업한 오늘에 이르기까지 쉼 없이 지금까지 가정도 일터도 충실하게 가꿀 수 있었다고.

6.25뿐만 아니라 베트남 참전 용사인 그는 청년시절 파병된 그의 부대원 전체가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한 채 오직 9명이 살아 돌아왔다고 했다. 그중에 고엽제 환자가 아닌 사람은 자신을 포함해 그중 세 사람 이었다는 말도 했다.

고향마을에 살 때는 사랑방을 내주어 스님이 머물게 하셨던 할머니가 정한수 떠놓고 빌었던 천하보다 손주였고, 그의 어머니는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 비록 배운 바 없어 한글을 깨우치지 못했지만 성경을 줄줄 외워가며 자식들을 위해 날이면 날마다 교회에 나가 새벽 세시면 기도를 바쳤단다.

“교회의 문을 새벽같이 여는 첫 사람이 우리 어머니셨어. 목사님보다도 먼저 교회 문을 열고 들어가 자식들을 위해 기도하셨어요”

그의 어머니가 이제 백세를 바라보는 지금도 온몸으로 읽은 성경은 잊지 않고 외우시며 가까운 요양원에 모시고 있다는 이야기와 그 조모와 어머니의 기도로 아직도 70대 후반의 그가 사업을 건재하게 이끌고 있다고 믿고 살아왔다며 고마워 했다.

큰 아들이라 동생들 6명 모두 결혼시키고 아내 쪽으로 6남매도 돌보고 할머니와 두 분 부모 그리고 장인 장모님 다 돌아가실 때까지 최선을 다하자 이제는 아들 둘을 결혼 시키는 일이 남았더라고 했다. 아들 둘이 자신으로부터 독립하는 그 인생의 임무를 마치고 숨 좀 돌릴까 했더니 이제는 자신의 차례가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단다.

70대 후반까지 그렇게 치열하게 살아오다 숨 좀 돌릴 순간이 오니 자신은 이미 허리 수술을 아홉 번이나 하고 버텨온 세월의 끝자락 앞에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단다.

“베트남 참전 보다 마취도 못하고 살이 갈라지는 통증을 받아내는 것이 더 힘들었다우. 그 순간 베트남 전투 속에서 마구 내달리는 내 모습을 상상했어”

그렇게 크지도 작지도 않고 슬프지도 않게 구술하는 그의 인생 스토리 앞에 숙연해진 정도가 아니다.
‘말로 다하고 사는 인생이 아니구나’

인생은 결코 말로써는 다 형용할 수 없는 그 무엇이다.
세상에는 자신 만만하게 말 많은 이들도 있지만 우리네 인생에 있어서 말 못하고 사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가!
어른이 된다는 것은 언제나 생각해 보아도 그렇게 쉽지는 않은 것 같다. 어른이 되어간다는 것은 말이 점점 더 적어지는 것이 아닐까?

인생의 무게가 그토록 무거워도 사명을 다해 자신의 짐을 마다하지 않고 지면서 괴로운 자신의 자리를 통해 득도에 이르는 것이다.

자신의 자리야말로 수행의 현장이고 극락이고 천당이다.
우리보다 더 행복한 사람은 없다. 자신의 자리가 가장 행복한 수행의 자리이다.

그전에 쉽게 하던 말들도 한 번 더 생각하고 상대방의 입장에 서보면 나오고 싶던 말들도 더 지긋이 누르고 한 번 더 지나가는 것은 아닐까!

사람 사는 세상에 태어나 이 인연 저 인연을 엮어가며 만나가며 살아가다 보면 짧던 길던 간에 유한한 생명의 종착점을 어렴풋이 짐작할 그 지점에 이른다.

  그리고 어느 사이 내 차례가 온다는 것을 알고 겸소해지지 않을 수 없는 웃음을 웃게 된다.
하루가 지나고 또 하루를 만나면 아직도 휴가를 보내는 것처럼 그렇게 새털처럼 가볍게 살 일이다.

말 못하고 살아온 세월에는 스스로 그만큼 참고 살아왔으니“잘했다”경의를 표해도 좋다. 남이 알아주어서만 사는 것이 아니다.

자신 스스로 최선을 다해 살아온 날에 대해“아 오늘 하루 잘 살았네”하고 웃음을 웃을 수 있기를 소원한다.
그동안 만났던 수많은 인연들에 대해 감사하며 또 자신이 만날 인연들을 날마다 기다리자!~  

유인봉 대표이사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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