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인봉 대표이사

누군가가 머문 곳에는 그 사람의 숨결과 에너지가 배어 있다.
그 사람이 머물던 곳에는 진정성을 가지고 임했던 그 정신과 힘이 들어있다.

많은 이들의 삶이 제대로 진정하게 평가되지 못하고 일회용 그릇처럼 취급되고 쉽게 잊혀지고 버려지는 세상이다.

사람 귀한지 모르고 그릇을 사용하듯 사람을 보는 이들이 흔하다.
“돈만 있으면 사람은 얼마든지 있다”는 이들을 만나면 세상이 얼마나 냉혹한 현실인지 듣는 귀가 무섭다.
억울한 사람을 너무 많이 만들어 내는 조직이나 사람, 그리고 그 세상은 나쁜 세상이다.

억울한 사람들이 내쏟는 피눈물들이 강을 이루고 산을 이루고 마침내 천둥으로 번개로 뭉쳐지는 날이 오지 않아야 한다.

사람이 사람으로 대접받지 못하고 일회용으로 아무렇게나 취급된 지 너무도 흔한 세상이라 슬프다.
갑과 을의 위치에서 하루하루를 희생당하는 이들의 절규가 온 세상을 슬프게 돌아다니는 지도 모른다.

우리는 오늘도 어느 자리에선 갑이 되기도 하고 어느 자리에서는 비참한 을이 되기도 한다. 언제 갑이 되고 언제 을이 될지라도 우리는 진정으로 당당한 영혼을 지닌 자로 살아야 한다.

아무리 작은 자리일지라도 가장 오랜 머문자와 진실한 노력을 다한 사람들에게는 그 사람이 무슨 일을 하고 있든지 경의를 표하고 감사해야 한다.

약아빠진 이들의 짐승 같은 행동들과 나쁜 에너지들은 이른 아침 햇살에 안개가 녹아지듯 해야 한다.
최선을 다하고 신명을 다해 일했던 이들이 진심으로 대접받는 세상을 소원한다.

귀가 조용한 날 없이 말도 다할 수 없는 폭력의 힘으로, 혹은 생명을 상하는 미친 에너지가 되어 세상을 달구어 댄다.

섬마을에서 성폭력 사고를 당하고 그토록 외롭게 쏟아냈을 앳된 선생님의 피눈물은 결코 땅에 떨어질 수 없으리라. 공감능력이 마비되지 않고서야 부모 된 이들이나 형제지정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나 이 사건을 어찌 가벼이 여길 수 있으며 편이 잠들 수 있었으랴!

언제나 세상은 다시 정화되고 달이 다시 떠오르고 차오르는 질서를 갖고 있다.
오랜 시간이 지난 다음, 평화로운 에너지가 도래할 때가 온다. 죽은 것 같았는데, 다시 살아나는 힘이 진정한 힘이다.

그것은 마치 풀들이 다시 살아나는 힘과 같다.
날이면 날마다 인사를 하며 지나는 풀꽃이 있다.

산길을 걸으면서 만나는 한 포기 제비꽃이다. 5년째 바위 꼭대기에 그렇게 자신의 존재감을 가지고 살아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다섯 번 이나 지났는데 때가 되면 어김없이 바위틈, 바로 그 자리에 풀잎으로 피어나는 모습을 나는 기적인 듯 바라보고 있다.

천둥 번개와 비바람과 사계절의 변화가 그 풀한포기와 함께 있지만 그 풀꽃은 그대로 그 바위위에 오롯하게 산다.

아침결에 한 번 보고 사람에게 인사하는 양 손을 흔들어 준다. 그 바위를 지키는 풀꽃의 피어남과 힘도 생명의 힘이다.

한 곳에 오롯이 존재하는 생명이 주는 힘이 있다.
그런의미에서 성자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힐 때“다 이루었다”고 한 마지막 한마디 늘 울림을 준다.

그는 겉으로는 패하고 오죽하면 십자가에 달리는 수모와 마지막 피 한 방울마저 흘리는 그 지독한 고통 속에 죽어야만 했다.

자신에게 수모를 주는 자들을 향해“저들이 스스로 하는 짓을 모른다”는 말과 마침내 물 한 방울 피 한 방울마저 다 흘린 고통과“견딤 후”에“다 이루었다”고 말할 수 있기까지 가혹하고 처참한 현실이 그에게 있었다. 그렇게 죽음의 고독한 섬에 갇힌 그의 영혼의 절규가 오늘날 우리에게 강력한 되살림의 에너지가 되었다.

그렇게 세상에서 떨어진 꽃으로 떠나 간 예수는 대속의 엄청난 에너지가 되어 이 세상에 가장 오래 머문 자, 곧 하나님의 아들이 되었다.

함부로 생명을 경시하고 신의 자리처럼 자신의 위치를 망각하고 힘을 휘두르는 자 앞에서 바람불면 풀잎처럼 눕는 이들의 신음이 산하 도처에서 씻기어 새로움의 에너지로 살아나기를 기도한다.

풀꽃의 순수함으로, 다시 피어나는 생명력의 회복으로 복원되기를 바란다. 가장 오래 머문 자의 에너지는 사라지지 않는다.

죽음의 힘을 넘고 이 세상에 굳게 살아남기를 바란다.
이 세상을 사는 우리는 때로 갑의 위치에서 혹은 을의 자리에서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물어야 한다.

가장 오래 머문 자의 힘은 작은 풀잎으로 쓰러져도 다시 살아나고 되살아나는 생명력을 힘차게 이어가는 바로 그 에너지이다.  

유인봉 대표이사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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