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인봉 대표이사(김포미래신문)

사람은 늘 기다리는 존재인가 보다.
울타리를 삼아 심어 놓았던 쥐똥나무꽃향기가 아카시아향보다 덜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그 모퉁이를 돌아 누군가가 방긋하고 나타날 듯 기다려지는 자신을 돌아보며 홀로 웃었다.

꽤 오래전 집에 자주 못가고 객지에 있던 시절, 그토록 오랫동안 문 쪽으로 귀를 기울이며 기다려 주셨을 부모님들의 긴 기다림을 다시금 짐작하며 그 심정에 마음이 가 닿는다.

저 모퉁이를 돌아 방긋하고 누군가가 나타나 줄 것만 같은 기다림은 청춘의 전유물이 아니다.
세상 끝날 까지 우리는 기다리며 저쪽 어딘가를 바라보며 살고 갈 것이라 믿는다.

치매의 몇 년을 살다 가신 85세의 어머니도 늘 요양원에 계실 때 문 가까이에 자리를 잡고 계셨었다.
언제나 반복하셨던 소리가 누군가가 “나를 데리러 올 거라고 저기서 나를 기다린다”고 하셨단다.

지금이야 누구라도 요양원에 모시는 추세지만 그때만 해도 어머니를 요양원에 모시자는 형제는 6남매 중 누구도 용기를 내지 못하였다.

그렇게 모셨던 요양원은 포도밭 길을 돌아 낮으막한 야산 자락에 아담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그곳에서 인생의 모퉁이를 살다 가신 어머니에서 그 요양원 시설의 출입문은 그 긴 기다림의 문이고 자식들을 향한 간절한 희망의 문이였을지 모른다.

간혹 정신이 맑으실 때 자식들이 언제나 나를 데리러 오나 하고 하염없이 바라보았을 그 문너머 모퉁이에 자식들은 자주 방긋하고 나타나 주질 잘 못했다.

만나기만 하면 어서 집으로 가자던 어머니의 그 긴 기다림 앞에서 죄인이 되곤 했던 날들이 있다.
참회어린 마음으로 죄인이라는 고백이 지금까지 이어진다.

일전에 어머니를 보내드린 중년의 남성기업인이 그토록 절절한 가슴으로 어머니의 기다림을 이야기했다.
아들의 가슴에 새겨진 어머니의 모습도 그토록 절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긴 기다림으로 우리를 키워내신 부모님들. 어린 꼬마였던 우리들이 가방을 매고 집 모퉁이를 돌아 초등학교를 들어가던 나날로부터 시작해서 결혼하고 아기를 낳고 또 그 아기가 자리를 잡기까지 늘 돌보아 주고 기다리는 시간 속에 사시느라 그 자체가 수행이셨을 것이다.

윗세대들이 기다리고 남겨준 삶이라는 유산을 안고 우리도 이제 다음세대를 이어주는 다리가 되어 또 기다리며 살아갈 일에 익숙해져 가야한다.

아이들이 돌아와 그들이 세상에 나가 누군가를 만나고 경험한 이야기를 들려주면 그 이야기가 떡보다도 맛있고 밥보다도 즐겁게 들을 귀를 키우고 살 일이다.

며칠 혹은 몇 년씩 나가 있는 아이들이 그저 어디서나 활기찬 자신들의 영역을 살아가길 기도하고 기다리는 수많은 부모들 중의 하나가 되어 저 모퉁이를 바라보는 일, 현실은 언제나 부족하고 만족스럽지 않을지라도 무엇인가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이야 말로 고독하지만 아름다운 일이다. 기다린다는 것은 끈질기게 소망한다는 것이다.

절망한 사람은 기다리지 못한다. 기다린다는 것은 아직도 인생에 대한 기대도 있고 그토록 혹독한 인생의 상황에도 불구하고 희망의 끈을 꼭 잡고 있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저 모퉁이 돌아 누군가가 방긋하고 올 것만 같은 순수한 기다림.
아름다운 인생의 미학이 우리에게 필요하다.

우리는 언제나 서두르고 살지만 우리에게 정작 필요한 것은 세상의 재물이나 승부욕 같은 우상이 어떤 행복을 가져다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우리가 기다리는 소박한 기다림들이야 말로 목마르지 않고 우리를 촉촉하게 하는 샘이다.
우리가 사는 인생에서 기다리지 않고 얻은 일이 얼마나 될까! 

유인봉 대표이사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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