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인봉 대표이사

사람을 만날 때 우리는 늘 “앞모습”으로 만난다.
앞모습에는 표정이 있다. 말하자면 필요하다고 생각할 때 마음은 아닌데 억지로 만든 표정도 있고, 목적을 위해 만들어 내야할 제스추어도 포함한다.

그 표정을 통해 우리는 사람을 만났거나 좀 알았다고 생각한다.
넥타이를 매고 환한 웃음으로 만나지는 모습, 간혹 한 면을 보고 우리는 그의 모습 전부를 만난 듯이 생각할 때가 있다.

그런데 간혹 나와 시선을 마주하지 않은 상태의 그 사람의 모습을 볼 때가 있는데 그 모습이 바로 뒷모습이다.
가끔 사람들의 뒷모습에서 기운찬 모습도 읽고 말도 표현하지 못했던 힘든 어깨선도 느낀다.
말이 없는 뒷모습도 스토리를 담고 있다.

사람은 간혹 말이라는 도구 이상의 소통을 통해 가능한 이야기를 나누는 존재인 것이 틀림없다.
사람을 많이 만나는 업이라서 그런지 전혀 다른 모습에서 그 사람을 알아차릴 때가 있다.
순간에 느껴지는 여러 표정들은 앞모습과 뒷모습을 두루 비추어준다.

만나서 읽어내고 인터뷰를 통해서 글이라는 매개로 그 사람을 대중과 만나게 하는 일은 앞모습 한 장면을 가지고는 웬지 부족하다는 것을 느낀다.

여하튼 가능하면 될 수 있는 대로 사방팔방의 그의 모습을 만나면 더 흡족하다.
입은 하얗게 웃고 있는데 눈길은 어둡다든지, 얼마만큼 대화를 하면서 의심의 눈초리가 풀리면 신뢰의 선한 눈망울이 되는 것 같은 모습의 움직임들.

사람은 참 오묘하다는 생각을 한 두 번 하는 것이 아니다.
어제 만난 앞모습과 두 번째 만남의 순간의 뒷모습이 다를 때의 허전함도 있다.
‘그 사람이 정말 그 사람 맞나?’

사안에 따라 달라지는 완연한 태도를 통해‘인간의 천의 얼굴’을 만나버리는 경우도 있다.
간혹 그 뒷모습은 내가 만난 어제의 그의 모습이 아닐 때가 있다.

간혹 앞모습보다 더 멋진 과묵한 모습으로 보이기도 하고 때로는 앞모습에서 자신을 당당하게 열심히 표현하지만 무대 뒤의 뒷모습으로 보자면 연민이 드는 모습으로, 전혀 다른 사람의 얼굴을 만나는 듯 하기도 하다.
어제는 공원근처를 차를 운전하고 지나가는데 한 지인이 그곳을 지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간혹 행사장이나 공식적인 모습으로 만나던 핸섬한 모습의 차림이 아닌 점퍼차림의 어두운 표정에 가까운 그 모습이었는데 차장 밖으로 아는 체를 하려다 그만두었다.

‘만약 내가 저렇게 걸어갈 때 누군가가 나를 보고 있겠구나’하는 생각을 했다.
하늘과 땅이 날마다 나를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어디서나 한결같아야 할 자신을 본다.

우리는 밝음 속에서나 어둠 앞에서나 참으로 자연스럽게 살아야 한다.
의도적인 무게감이 실리지 않은 모습이나 자연그대로의 모습에서 우러나오는 참모습이 좋다.
어쩌면 그런 모습의 진솔함을 발견할 때가 참 기쁘다.

나의 무게도 그의 무게도 전혀 없이 투명한 채로 만나지는 그 사람의 진면목은 어쩌면 좀 떨어져서 바라보는 뒷모습일지도 모른다.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의 그 사람의 모습이야말로 또 하나의 그 사람의 얼굴이다.
사람의 앞모습을 보면 때로는 그 사람의 한 짓이 생각나 용서가 안 될 때가 있다.
그런데 뒷모습을 바라보면 꼭 그렇게 할 것도 없을 만큼 불쌍해 보일 때가 있다.

사람이 완전한 선인도 완전한 악인도 없다.
완전한 인연과 완전한 악연이 없음도 그렇다.

한 쪽으로 보면 그렇게 무자비하고 잔인한 사람도 다른 모습에서는 연약하디 연약함을 갖고 있다.
목소리가 큰 사람일수록 그 사람 안에는 두려움이나 공포가 드리워져 있는 사람일 수도 있다.

정감이 있는 사람, 지나치게 다른 것이 우상이 되지 않은 모습으로서의 그 사람을 만나고 싶다.
덧붙여지지 않은 뒷모습과도 같은 그 모습에서는 인간적인 냄새도 나고 신실함도 느껴진다.

앞모습의 완벽한 아름다움이나 꾸밈도 좋지만 때로는 황톳길 같은 뒷모습의 향기도 좋다. 

유인봉 대표이사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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