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인봉 대표이사

사진을 한 장 찍혔다. 부부가 같이 산 길을 걷다가 잠시 모퉁이 돌에 앉아 있자니 다른 이가 우리를 찍어주었다. 보여주는 사진 속의 두 사람의 모습이 너무 달랐다. 서로 다름이 확연하게 대비되는데 전혀 다른 사람이 한 지붕 아래 살고 있음을 단 한 장의 사진이 그렇게 증명했다.

한 땐 너무 닮은 줄 알고 만나 부부로 30년 이상을 살았으니 편한 것도 많다. 하지만 점점 다름이 선명해서 도저히 넘어갈 수 없는 강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달라도 미움을 넘어 흔들리지 않고‘미움 없는 마음’에 도달해 가고 인생이라는 파도에 씻기어 가는 것이 아닐까!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까운 사이일지라도 차이와 다름을 안고 살아간다.
세상을 살아가며 과감하게 “결혼도 졸업”하는 이들이 있다고 한다.

가장 가까운 사람일수록 미운 마음도 산처럼 커져 가는 고통 속에 서로 상처를 주며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

부부는 시간이 갈수록 닮아가는 점도 많지만 때로는 더욱 더 “다름”이 두드러지게 드러나는 것 같다. 때로 외모가 닮은 부부 모습을 만나면 서로 너무 똑같고 좋아서만 닮았으랴 싶다. 서로 다름이 깎이고 다듬어져 둥글게 된 모습이 닮은 것이 아닐까!

서로 다르고 모나고 차이가 나는 것들이 깍이고 둥글어지는 마음과 시간의 합이 만들어 내는 이미지가 닮았다는 것은 아닐는지.

원래의‘나’라는 것이 없어지고 너와 나의 개념을 넘어 다름에 익숙해지고 그 힘을 어떻게 하면 창조적인 힘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지가 우리의 행복을 좌우한다.

가까운 이들, 가족 간 자식들도 유전자를 나눈 존재이지만 각각 전혀 다른 모습이 있다.
그렇게 우리는 “어떤 같음”과“어떤 다름을 품고”서로를 받아들이며 사는 것 아닐까!

어떤 면으로는 서로가 맞는 게 전혀 없는 듯이, 그리고 때로는 그래도 맞는 게 있다고 말이다. 때로는 어거지 같이라도 맞추어가면서 인격이 닦이고 다독여지고, 서로 헤어지지 않고 관계성을 유지해간다는 것, 인간들의 참 아름다운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힘든 면도 많지만 내가 아는 방식이 아닌 다른 방식을 통해 새 인생 한 마당을 플러스 하는 것이기도 하다.

모든 생명은 어떤 고지에 가서는 분명하게 서로 다양함과 차이를 드러낸다.
다르다고 해서 헤어지기로 한다면 이 세상 아무하고도 못살아 내고 말 것이다.

때로 다름을 연결해서 하나가 되어 살아가는 것이 참 삶인 것으로 받아 들여야 하는 것이 우리들의 세상수행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상대방이 나와 다름을 느낄 때 서로 자리를 잡아가는 동안 참 힘들다.
그‘차이’를 성공적으로 연결하고 일도 이루고 관계도 깨지 않으려 하는 노력들이 수없이 있어져야 한다. 그‘다름’을 통해 때로는 자신이 담금질이 되는 것과 인내의 세월이 아니고는 쉽게 이루어지는 것들은 없기 때문이다.

간혹 자식들은 나와 같은 전철을 밟지 않고 다르게 보다 편하고 쉬운 인생길을 살았으면 하고 바랄 때가 있다.
어떤 이는 그래서 자식은 사업은 안 시킬라 한다는 이도 있다.

그러나 인생은 좋은 것만을 선택해 살 수는 없는 듯 하다. 다름과 차이의 쓴 맛 단 맛을 다 경험하게 되는 것이리라. 잘 맞는 사람하고 만나기보다 안맞는 사람하고 만나 때로 삐걱 찌걱대며 살아가다보면 부모의 나이쯤에 이를 것이다.

살아보면 날마다 좋은 날이었다고 뒤돌아보며 해석할 뿐, 춥기도 덥기도 하고 비오고 흐린 날과 천둥을 치는 날이 얼마나 많았단 말인가!

살만 하면 죽는다고 어른들이 말씀 하셨던 기억처럼 살아간다는 것은 끊임없이 갈등과 다름을 넘어 작품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믿는다.

어제까지 심하게 싸우던 일들도 벼락치듯 천둥치듯이 정리되는 일들도 있다.
우리에게 선택이란 아주 단순하다. 하나 하나 얻을 듯이 살다가 하나 하나 버릴 듯이 살아가는 것이다.

들이기에 바쁜 시간들에 매몰되기보다는 내주기에 바쁘고 즐거운 시간으로 관점과 삶을 다시 디자인해 나가는 것이다. 

유인봉 대표이사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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