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인봉 대표이사

초등학교 1학년이 되었을 때는 얼른 어른이 되고 싶었다.
왜 그런지 모르게 얼른 어른으로 쑥쑥 자라고 싶었다.

어른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몰라서 어른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알았더라면 그렇게 힘든 어른이 빨리 되고 싶었을까?

어른이 되어 모든 것을 책임지고 살아낸다고 하는 것이 여간 만만치 않은 것이 아니다.
고뇌에 찌들고 관계망에 멍들고, 지는 해에 한 숨을 쉰다 해도 아침 해 뜰녁에 정신차리고 일어나 자신에게 주어진 길을 제대로 가야하는 것이 어른이다!

“어른의 무게”로 살아간다는 것이 살면 살수록 엄청난 수행이다.
어린아이가 더 부러운 어른은 없을까?

지금은 점점 더 어린 아이였던 그때가 그립고 생각이 난다.
‘천만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는 말이 실감난다.

아무것도 손에 쥐지 않았던 그 어린아이 때의 존재의 가벼움이 부럽기조차 하다.
어른이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 같아서 어른이 되고 싶었던 어린 날이 있었는데 말이다.

그런데 어른이 되어 살아보니 가끔은 어린아이가 되어 다시 살고픈 상상의 시간이 찾아온다.
그리고 다시 어린아이가 된다면 다른 방법으로 다른 세상살이로 살아보고 싶기도 하다.

아직도 속사람 안에는 ‘하늘을 날고 싶은 어린아이’가 살고 있기도 하다.
그래서 정말 내가 어른인가 하는 생각을 하면 역시 아직 어른이 아닌 듯이 느껴지기도 한다.

어머니 아버지는 분명 어른이었는데 나는 아직 어른이 아닌 것 같은 마음이 든다.
크게 보이기만 하던 그 시절의 어머니 아버지도 나와 같은 고민과 상상을 하셨던 것일까?

때때로 내게서 나타나는 어린아이 같은 모습을 그 분들도 만나셨을까?
어릴 때는 인생이 무엇인가 높아지고 이루고 그런 것일 줄 알았다.

인생자체가 오르는 것, 뭔가 한 단계 한 단계 올라가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꼭대기에 마침내 완성된 싱그러운 인생이 있는 줄 알았다.

그것이 마치 산에 오르는 것과 같은 줄 알았다. 그것이 나의 인생 이미지 같은 것이었다.
그런데 이제 그것은 오르는 산이 아니고 넓어지는 바다이고, 더 큰 바다여야 할 것 같다.

어쩌면 산이 바다이고 오르다가 내려가고 다 연결이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린아이같이 예쁜 꽃들이 만발한 5월에 어른이 되어 살면서 가끔은 어린아이가 되고 싶었던 날들을 생각해 본다.

어린아이 같은 심정으로 나날이 새롭게 신나는 마음으로 살고 싶다.
어른처럼 복잡다단하게 생각하고 살기보다는 어린아이처럼 심플하게 바라보고 그렇게 맺힌 것은 빨리 빨리 풀고 살고 싶다.

어린아이시절에는 어제 맺힌 마음도 한 밤 자고 나서 새날이 되면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풀렸던 것 같다.
어제 싸우던 친구도 오늘은 다시 소꿉장난하면서 엄마 아빠 역할놀이를 잘 했던 생각이 난다.
어린아이 때의 좋은 것은 다 기억하고 싶다.

그 좋은 기억들로 오늘의 어른으로 살면서 지쳤던 마음을 씻어내고 청량하게 웃고 싶다.
어린아이 시절에는 아무것이나 왜 그리 웃음이 많았던지 너무 웃고 떠든다고 혼도 많이 났다.

어른이 되니 점점 둔감해져서 웃을 일도 마음껏 웃지 못하고 느낌도 둔하다.
아침햇살은 붉은 색이라고만 생각하는 고정관념에 빠져서만 사는 것이 어른이다.

그런데 어제 보니 “연두 빛 아침햇살”이었다,
나뭇잎에 반사된 연두빛 아침 해를 한참 보다가 어린아이처럼 시간도 잊어버렸다.

다시 유연함을 가지려면 어린아이의 속성들이 더 필요한 어른들이다.
그리고 어른이 된 ‘옛날의 어린아이들’에게 지금까지 어른으로 살아오느라 수고 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어른이 되면 정말 떼도 마음대로 못쓰고 계속 마음의 눈을 곧추 세운 채 바른 생활, 책임지는 어른으로 살아가느라 얼마나 힘들었나!

시간이 갈수록 굳세어지고 장대해져야만 할 것 같던 어른도 어린아이 시절을 그리워하는 또 한사람의 어린아이의 모습이 들어 있다.

유인봉 대표이사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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