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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인봉 대표 | ||
삶의 온갖 시름은 숲을 바라보며 풀어가는 것이 좋다.
언제나 그렇지만 숲의 치유는 말할 수 없는 감사함이다.
숲의 거목은 백년 천년 더디게 자라지만 마디마다 굳건함과 풍성함이 있어 좋다.
그러나 숲은 거목들만의 행진이 아니다.
거목만을 키워내지도 않는다. 작으나 크나 숲의 일원인 생명들은 태어난 그 자리를 오롯이 지키며 생명을 키워나가고 양분을 나누며 생명의 빛깔을 드러낸다.
숲은 하나의 거목의 힘보다는 여럿이 어우러지는 품격을 갖고 있기에 하나가 시들면 다른 하나가 피어나 음과 양의 조화를 만들어 낸다.
작은 풀잎이나 수많은 못생겨 보이는 잡목들의 나란한 어깨동무로 같이 어우러져 숲을 이루고 이어진다.
숲은 시들지 않는다. 모두가 같은 시간대에 존재하면서 동시에 다양성을 가진 생명의 행진이다.
땅의 기운으로 하나하나 피어나고 다시 다른 꽃이 피어나는 그 사이로 하늘과 연두빛 생명이 받치고 있다.
아무리 근심과 걱정에 쌓였다 해도 봄과 숲의 품격은 우리를 다시 살려내는 힘이 있다.
날마다 죽을 듯이 살고 다시 숨이 쉬어지며 만나는 아침의 연속일지라도 살아서 바라볼 수 있는 산은 영원한 에너지이다.
어제의 아픔을 딛고 무심하리만치 자기 갈 길과 변화를 거듭하라 이르는 것 같다.
2년 전 이즈음 거대한 바다가운데에서 낙화한 봄꽃 아이들을 누가 잊을까마는 새봄은 어김없이 또 피어 생명의 전진을 엄숙하게 이어가고 있다.
이를 기리며 어느 고교 교정에는 노란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요란한 몸짓이라야 진실을 다 말하는 것도 아니고, 침묵이라고 아무 말이 없는 것도 아니다. 문득 문득, 자식들을 보내고 살아남아 고통을 안고 사는 부모들을 가슴으로 만난다.한번도 만난 적이 없지만 늘 같이 만난 듯이 살아가게 된다. 우리는 모두 숲을 이루는 작거나 큰 나무일지도 모른다.
하나 하나 주목받지 않아도 같이 있어 어우러지고 숲이 되는 것이다.
숲에 때로는 광풍보다 더 침묵의 깊이가 깊고 현기증 나게 어려울 때가 있다.
세계 곳곳의 산하가 화가 난 듯 지진이야기로 생명이 낙화한 이야기를 토해낸다.
영원한 것 같은 착각을 할 수 없도록 숲의 그 깊은 곳에서는 지각 변동이 이어진다.
깊은 곳의 지각변동처럼 우리네 삶도 겉보기에는 좋아보여도 속을 들여다볼 수 있다면 참으로 고통의 깊이에 신음하는 각각의 모습과 놀라운 지각변동이 존재한다.
이제는 해마다 봄이 되면 몇 그루라도 나무를 심고 싶다.
어느 해인가는 메타세쾨어어를 심었고, 어느 해에는 장미나무와 포도나무를 심기도 하고 올해는 그토록 좋아하고 동일시하는 소나무를 심었다.
몇 해 전 단양의 태화산에 간 적이 있다.
그곳 태화산 숲에서 본 세 그루의 너무나 아름다운 소나무를 잊을 수가 없다.
나무도 잘 생기면 저렇게 장엄하고 숙연한 기운이구나 하는 마음으로 마치 윗어른을 대하듯이 바라본 적이 있다.
숲을 만나면 인간인 자신의 밑천과 자랑이 아무것도 아님을 본다.
마치 마른 풀잎같이 바로 시들고 말라버릴 수도 있는 작은 자로서의 사람의 모습으로 숲의 빛앞에 설 때가 있다.
말을 할 줄 아는 우리는 몇 백년을 살 수 없지만 말없는 나무는 천년을 지켜보는 눈이 있다.
말을 할 수 있다는 축복도 좋지만 때로는 말이 없는 나무라서 늘 한결같이 좋아할 수 있기도 하다.
나무를 보면 안다.
세월의 나이테와 자신을 되돌아보고 성찰하는 기회를 그보다 더 잘 만나기란 어려울 지도 모른다.
런던을 도심의 한가운데 그토록 어마어마한 숲이 있다는 것을 만나던 생각이 난다.
그곳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가진 것은 거대한 나무들이 즐비한 숲의 빛 가운데를 두 발로 걸어보는 일이었다.
숲과 도시가 같이 공존하는 여유를 즐기며 살 수 있는 시공간이 어디엔가는 존재한다는 발견이 놀라웠다. 우리가 늘 바라본 도시의 개발은 삭막한 시공간이고 빼곡하고 들어찬 건물들의 행진이지만,모두 돈으로 보일 듯한 비싼 도심의 공간들이 수 십년, 수 백년을 그 자리에 있었을 나무들의 숲과 풀들이 자연스러운 바람결에 숨 쉬고 있었다.
세월이 가는 것은 잘 모르거나 체감하기가 어렵지만 숲과 나무를 보면 저절로 숨이 쉬어진다.
어른이 되어서도 늘 나무처럼 크고 싶고 품이 넓은 나무처럼 듬직하고 싶다.
숲은 시들지 않는다.
유인봉 대표이사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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