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서 가장 자기 자신을 닮은 사람을 찾으라면 당연히 자신을 통해 온 자식이다.
인륜이 아닌 천륜의 관계라는 것이 부모 자식이다.

그런데 자식일지라도 사실 닮은 듯 정말 다르다. 요즘 부모들을 만나면 어릴 때 밥 먹이고 키우던 품안의 자식이 자식이었다고 말씀들 하신다.

40대 중반의 아들 둘을 아직도 장가 못보냈다고 한 숨 쉬는 70대 어머니도 만나고 최고의 스펙의 30대 중반을 이미 넘어선 딸을 걱정하는 아버지도 만난다.

어느 날 시집온 며느리인 내게 시아버님이 말씀하셨다.
“자식이라고 해도, 내 자식이라도 모르겠는거다”라고.

세월이 가면 왜그리 어른들이 말씀하셨던 것들이 짧은 머릿속에 스치고 떠오르는지 사람 사는 것은 다 그런 것인가 보다.

그렇게 아버님은 오랫동안 아들을 참아주셨다. 자식들은 모두 저 잘난 줄 알고 살다가 어느만큼 지나면 부모님이 눈앞에 안 계실 때쯤 가슴을 치며 반성한다.

하지만 그때쯤이면 자신도 이미 잘 모르겠는 자식을 앞에 놓고 앉아 있을 나이가 된다.
어른이 되는 것도 쉽지 않고 자식이 되는 것도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50살 쯤 되었을 때야 얼마만큼 부모 속을 내가 썩였는지, 그때야 알 것만 같았다.
속으로 ‘아이구 어머니 아버지!’를 부르며 정말 깊숙하게 머리를 숙이고 잘못했다고 빌었다.

늘 아무 말 없이 바라보며 얼마나 속이 터지셨을까하는 생각을 하며 점점 숙연해진다.
어느 날, 시집을 가겠다고 하니 식구들이 모두 웃지 않았다. 그렇게 시작된 결혼과 삶 내내 누가 강요한 선택이 아니라 본인의 선택인지라 무슨 일이든지 견디고 살아야 할 책임은 당연했다.

친정에 대고 단 한 소리도 할 수 없음은 모든 인생의 선택이 나의 판단과 선택에서부터 였기 때문이다.
내색은 하지 않으셔도 뭔지 모를 이야기를 가슴에 담았을 그 부모님들은 대여섯명의 자식들을 기르며 사셨던 세대다.

자신의 자식들이지만 키워내며 흉도 많았을 텐데 그렇게 묵묵하게 살아가셨으리라.
그러기에 어떤 이는 집안 동서남북에 참을 인(忍)자를 붙여놓았다고 했다.

요즘 어느 부모치고 자식을 앞에 놓고 속 한 번 안 썩었다는 부모 보기가 어렵다.
자기 주장 강하고 특히 결혼 안한다는 자식들의 선택 앞에서 부모들은 참으로 난감해한다.

어떤 80대 선비 어르신은 가족사진을 들고 오셔서 많이 배웠지만 결혼 안한다는 자녀의 삶을 자신의 삶이 열등하신 듯이 말씀하였다.

“제발 결혼해서 가정을 가지면 좋겠다”고.
우리의 조상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아직도 많은 부모들의 마지막 바램은 자식들이 가정을 꾸리고 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억지로 안 되는 것들이 자식들의 일이다.
부모와 닮은 부분도 많지만 전혀 다른 면을 가지고 있는 것이 자식들의 삶이다.

이미 다른 방식의 소통을 한다. 부모들은 정말 모르는 영역속에 자식들의 다른 삶이 존재한다.
못 살고 가난했던 부모가 보면 그만이면 족할 일도 자식들에게는 부족분일 수도 있다.

오로지 인내와 희생과 끝없는 헌신을 통해 지켜야 하는 가정과 가족의 가치는 자신이 선택할 것이 아니라고 믿고 있기도 하다.

먹고 살기 힘들고 자신의 몫 하나 지키기도 어렵기 때문에 결혼은 하고 싶어도 감히 하기 어려운 사람들도 있다.

이 시대를 사는 자녀들로서의 삶도 녹녹치 않은 것이 확실하다.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자신들의 새로운 적응과 성장, 안정적 삶이 부모세대가 생각하는 것 보다 더 힘들다.

많은 젊은이들에 넘칠 것 같은 건강한 힘이 제대로 쓰이고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어렵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기도 하다.

부모세대들이 살아왔던 어른들의 삶의 방식과 가치를 도제하듯이 스캔해서 살아갈 수 없는 세대의 젊은이들도 자신들의 인생에 대해 답답해 한다.

같이 맞물려 있는 세상, 전통적으로 해오던 방식의 결혼과 가정, 가족의 가치를 그대로 어깨에 매라고 할 수 있는 것만도 아니다.

각 영역마다 엄청난 진통을 겪어내고 있는 우리사회와 가족이라는 울타리안의 부모도 자식들도 힘들다. 다른 부모들의 삶을 보면서 자꾸만 남의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아무리 힘든 여정이라도 가야 할 길이라며 걸어온 길들이 우리들의 인생이었다면 이제 다른 방식을 받아들이거나 전혀 다름 앞에 마주 하고 있다는 것이 사실이다. 

유인봉 대표이사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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