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글숲을 넘으면 또 다른 절벽이 기다리고 있다

앞서야하는 사람들과 뒤따라야하는 사람들
아침부터 코가 막히고 속이 좋지 않아서 혼났다. 팀의 키친(음식담당조)가 만드는 한국음식은 훌륭하지만 내게는 짜서 소화가 잘 되지 않았다.

정글 지대를 빠져나오고 황야지대로 진입하니 먼지가 많아 코가 턱턱 막혔다.
오늘은 짐을 정리하고 백팩의 무게를 좀 줄여보기로 했으나, 사진 백업용으로 가져온 노트북은 고장 우려가 있어 직접매야했다.

바가르바가에서 도방까지의 여정은 정말 길었다.마치 정글을 끊임없이 헤메이는 것만 같았다. 게다가 트레킹 초반이었기 때문에 식량과 같은 소모품들도 얼마 쓰지 않았기 때문에 짐을 나르는 포터들의 속도가 선발대에 비해 많이 뒤쳐져 있었다.

트레킹 팀은 보통 길을 트는 선발대와 물자를 나르는 후발대로 나뉘는데 이 두 팀 간의 거리차가 많이 벌어질 경우 물자조달과 일정이 틀어져 버리는 경우가 생긴다. 이는 물자보충이 되지 않는 고지대나 오지에서는 치명적이다.

뜻 밖의 투지
후발대가 뒤처지기 시작한 것은 점심식사 이후 부터였다. 후발대가 늦춰지자 선발대가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

세컨드 셰르파인 치링은 오늘 목표 지역은 도방이었으나 후발대를 생각해서 중간 지점인 답자에서 캠핑을 해야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조진수 작가님은 답자에서 캠핑을 하면 다음날 까지 도착해야하는 이탈리안 캠프(3500m)에 도착할 수 없다며 도방까지 가야한다고 말했다.

지친 모습으로 짐을 내려 놓는 팀원들에게 오늘 가지 못하면 내일은 더 못갈 것이라며 설득하자 팀원들은 흔쾌히“잠잠!(가자!가자!)”며 짐을 들쳐맸다.

답자에서 도방까지의 길을 험난하기 그지 없었다. 지진으로 인해 나무들이 넘어져 길이 막혀 있거나 절벽에 걸쳐 있는 오르막길은 무너져내려 산속 싱크홀을 연상케 했다.

2시간 남짓 걸린다던 길은 꼬박 4시간을 걸어서야 답자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해가 진 상태에서 숲속에서 계속 있다보니 도착할 때쯤에는 저체온증에 시달려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 부서진 다리를 건너고있는 조진수 사진가와 현지안내인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지다.
이날 나는 선발대였음으로 한참을 기다려도 후발대가 도착하지 않자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셰르파 치링과 마마가 후발대를 찾으러 다시 숲속으로 들어 간지 1시간정도가 지나자 갑자기 딸랑딸랑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나귀의 방울 소리 였다. 후발대로 온 셰르파 뱀바가 중간에 나귀몰이와 만나 짐을 실어 온 것이다. 그러나 포터 1명이 짐을 놓고 하산하는 일이 발생했다. 힘든 일정을 소화하지 못하고 하산한 것이다.

캠프를 치고 모닥불 앞에 앉아 몸을 녹인다. 모닥불 앞에서 답자의 집주인이 럭시(네팔 전통주)를 건낸다.
막걸리와 사케의 중간쯤 맛을 지닌 럭시가 단전에서부터 뜨럽게 몸을 달궈주었다. 눈을 감으니 내일이었다. 

김희대 기자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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