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인봉 대표이사

밤 열시가 넘으면 대체로 핸드폰을 통해 오는 소식을 열려고 하지 않는다.
좋은 소식이든 어려운 소식이든 잠자리에 들기 전에 어떤 파동과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좀처럼 즐거운 소식보다 애처로운 일들이 많은 세상에서 고통스런 일들과 ‘현세 지옥’같은 일들이 날이면 날마다 찾아들어오는 것이 다반사이다.

아는 이들이 세상을 떠날 때는 더욱 그러하다.
내 나이보다 몇 살 위였던 한 여성이 있었다. 여성들의 권익을 위해 평생 애를 써왔던 지인이었다. 평생을 그렇게 성폭력과 가정폭력을 당한 여성들을 위한 헌신과 노고로 살면서 의연했던 그는 늘 건강해 보였는데 어느 날 암을 만났다.

이삼 년 전 간절한 음성으로 연결되었는데 많이 보고 싶다고 오고프다고 했다.
옷장에 내게서 받았던 옷을 간수하고 있다며 고마워했던 기억, 가정폭력을 당한 여성을 병원에서 붙잡고 눈물로 기도하며 방법을 찾았던 기억이 바로 어제 같다. 그이가 이 겨울날 먼 곳으로 떠났다는 소식이다.

내게 오기전날 밤 마치 엄마를 만나러 가는 것 같이 두근거렸다고 말하던 그이를 추모한다는 메시지를 대하며 그토록 타자를 위해 열심히 살았고 자신의 어머니인 여성의 세계를 넘어 치열하게 여성들을 사랑하고 노력했던 그의 모습이 이어지고 사람다운 세상을 위해 함께 더 피어나가리라 믿는다.

진심으로 더 좋은 세상에서 행복하게 살기를 바란다.
같은 시간대에“처음처럼”의 신영복 선생이 돌아가셨다는 소식과 함께 밤하늘의 높이 뜬 반달을 무척이나 한참이나 쳐다보았다.

누군가는 태어나고 누군가는 그렇게 한 줄의 메시지를 카톡에 남긴 채 떠난다.
그렇게 애절하게 바라던 세상도 소망도 놓고 간다. 세상에 살면서 그렇게 필요하고 소중한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들을 잠시 기억하겠지만 곧 잊어버리는 것이 세상이고 사람살이다.

밥 먹은 설거지를 곱게 했다. 지상에서 사는 동안 언제나“처음처럼”그렇게 날마다 산뜻하게 시작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사람들은 눈뜨면 일터, 퇴근하면 집, 그렇게 자신의 동선이 있고 나름의 세상을 살아간다. 가질만큼 가졌어도 가급적 돈을 많이 벌려고 집착하는 이들을 물끄러미 바라볼 때가 있다.
‘무엇이 아직도 저들을 저렇게 배고프게 하는 걸까!’

날마다‘마음 챙김’에 더 소중한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
사람은 얼마나 많이 모았고 누렸는가가 아니라 죽을 때 영원한 중대한 삶을 살았는가로 판명된다는 것을 챙겨서 더 많이 사랑하면 좋겠다.

세상에는 생명을 다해 좋은 삶과 중대한 삶을 사는 참 좋은 이들이 있다.
자신이 못 먹으면서도 먹이고 입히는 이들이 있고 살려내는 일에 충성을 다하는 이들이 더 많다. 자신의 아픔을 녹여 다른 사람의 밥을 짓는 사람들이 있다. 작은 부처, 작은 예수와 성인들에게 빚지고 사는 것을 늘 느낀다.

물질의 키 높이가 아니라 사람에 집중하면서 사는 사람들, 죽을 때까지 영원을 향한 중대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

날마다 동서남북에 대고 누군가 얼굴을 몰라도 고맙다고“감사행”이 필요하다.
어려운 사람들이 도움을 위해 찾아올 때 나도 누군가에게는 얼마나 어려운 사람이었을까를 생각하며 돌아보아야 한다.

사실 우리들이 살아가면서 마음으로는 생각을 하면서도 고맙다고 진정으로 말하지 못할 때도 있다. 인연이 흘러가도 또 새로운 인연의 물결을 만나는 것은 오직 신기할 따름이다. 인연의 계곡을 떠나 바다로 가듯이 그렇게 날마다 우리들이 만나고 헤어지는 과정이다.

자연의 순환과도 같이 흐르고 흘러 삶이 이루어지고 삶이 이루어지고 나면 달이 기울 듯이 그렇게 또 저세상으로 고개를 넘어가는 것이리라.

날마다 마음을 챙기며 애기하고 싶어지면 말문이 트인 아이같이 이야기하라.
방금 전까지 나름대로 얼마나 자신의 마음속에서 자라고 있는 영혼에 대하여.
내면의 각양각색의 색깔의 생명이 자라나는 성숙함에 대하여 서로 나누고 다독이자.

자연이 먹여살려주고 인연이 먹여 살려준 고마움에 대하여도 말이다.
일전에 신문에 난 기사를 보았다. 그렇게 대단하고 바람직한 시인을 젊은 시인들이 본받고 싶어하더란다.
자신이 죽으면 자신을 정리해주는 관 값은 꼭 마련해 놓아야 한다며 200만원은 모아두고 그 값 빼고는 다 이웃에 나누고 산다는 시인이란다.

세상속에서 수행하는 이들이 그렇게 아름답게 많다.
처음에 이 세상에 온 듯이 맨 손으로 돌아감을 너무나 잘 아는 이들은 제대로 된 마음챙김으로, 첫 수줍은 그 순수함으로 영원을 산다.  

유인봉 대표이사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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