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인봉 대표이사

날마다 하루 종일 행복하지 않았다. 행복할 수 없었던 가장 강력한 이유는 서 있는 땅위의 위기감이 극에 달해 일상이 제대로 이루어 지지 않았다.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살아가는 것은 기본적으로 위기감과 스트레스를 깔고 간다.
먼저 간 세대나 태어나면서부터 분단의 땅에서 살아가야 했던 세대와 전쟁을 경험한 세대 그리고 우리 아들 딸의 세대는 다소 차이는 있을 지 몰라도 늘 전쟁증후군에 시달리며 살고 있다.

광복 70년 분단 70년, 이제는 우리도 다시 행복을 시작할 수 있어야 한다는 희망이 있어야 할 때이다. 그런데 다신 있어야 할 일이 아닌 전쟁 일촉즉발의 위기를 마주하여야 한 이땅의 현실이다.

사람은 생각보다 더 많은 생각을 한다. 밥도 입으로 넣어 영양이 되기까지 시간이 걸리듯이 현실을 맞이 하고 다시 그 일이 소화가 되고 정상이 되기까지 다시 많은 치유가 필요하다.

가족 네 식구가 앉아서 밥을 먹는데 아무도 말이 없었다.
만약에 한반도의 긴장이 그대로 문제가 되는 날이면 해군으로 근무한 아들은 동해로 배치를 받게 된다.
전역을 앞두고 부대에 남겠다던 앳되고 꽃같은 군인들의 사진이 텔레비전에 나오는 모습을 보면서 이 삼 년 전 아들의 전역 열흘을 앞두고 남북간의 긴장 상태로 애태우던 그날이 바로 오늘로 현재화 되는 것 같다.

같은 민족으로 태어나 같은 시공간에 존재하는 이들은 그 동안 우리와 다른 사람이 없었으리라.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공포스런 위기들이 밤이 여물어가는 이 가을 초입을 막고 있었다.

우리 아버지의 세대를 넘어 우리들에게 유전되어온 한반도 역사의 아픔과 비 정상적인 이 어려움들은 70년 동안 그렇게 위기와 위기를 넘나들며 우리들의 삶을 옥조여 왔다.

저녁까지 엄습했던 우울증을 깨기 위해 일부러 밤 늦은 시간까지 운동을 열심히 했다.
언제나 그렇지만 소소하고 인간이라면 누려야할 가장 아름다운 시간들은 한반도의 시계와 초침소리에 마비된다.

전후세대에 태어났지만 때때로 전쟁이 나는 꿈을 꾸며 불안증에 시달리던 강력한 스트레스는 지속되었다.
진정국면으로 들어서고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었다는 소식, 이산 가족상봉과 같은 민족의 문제가 다시 열린다는 합의 사항들이 보도되지만 얼얼하다.

언제나 위기가 우리들의 평화를 송두리째 들었다 놨다를 하니까.
견고한 기초위에 미래와 희망으로 가득해야할 우리들의 삶이 많은 것들을 잃어버린다.
그래도 다시 굳건한 힘으로 살아야 할 테고 다시 계획된 일상으로 복귀해야 할 테다.

누구라할 것 없이 불안한 시간을 이제 다 내려놓고 흔들리는 이 땅위에서 다시 또 아침을 시작해야 한다.
어제 본 그 깜깜한 세상과 불안과 위기를 넘고 다시 또 평화와 희망을 소망해야 한다.

새벽을 지나 매미가 다시 운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어제 태풍이 온다고 했다. 태풍이 전쟁보다 더 무서우랴.

생명이 상하지 않는 일, 나라가 살아야 우리가 산다.
이 땅에서 태어남을 선택할 수 없었던 가장 힘 없는 국민들이 바라보았던 무박 4일의 협상 테이불. 언제 다시 긴장을 고조시킬 지 모르는 위기를 내려 놓아도 좋은 걸까? 한반도 사람만 그리 떨었을까?

산천초목이 모두 그렇게 위기에 놓여 떨었음이 분명하다. 그리고 생명으로 연결되어 있는 전 세계 그리고 생명들이 같이 힘들었다. 세상 모두 제 생명의 연한만큼 순하게 살다갔으면 좋겠다.  

유인봉 대표이사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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