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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도 업그레이드 되어야 해
유인봉
(사)김포여성의 전화 공동대표

한 달간 아빠를 떨어져서도 아무소리 없이 지내는 아들을 보며 아빠보다 컴퓨터를 더 좋아한다고 믿었다.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으로는 아빠를 보고싶어하고 그리워하고 있다고 느끼기보다는 잘 먹고 잘 놀고 잘 지내는 모습이라서 때론 섭섭하게도 보였다.

“요즘 아이들은 다 저런가?” 그런데 남편이 돌아오면서 아들의 모습이 달라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저녁산책도 같이 가자고 하고, 게임도 같이 하자고 하고, 다른 아빠들처럼 나를 위해서 좀 같이 놀아달라고, 또는 사랑하느냐 묻고 안아달라고까지 당당히 요구하는 것이다.

전혀 안 그러던 아이가 하는 짓이라 남편은 그저 허허 웃기만 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문득, 굶으면 포식을 하고 싶듯이 사람관계도 갈증을 느끼면 저러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말을 안 한다고 또는 행동으로 안 드러나는 일들이라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더욱 더 하게 되었다.

“아이들도 힘들게 참고 있었구나” 아들아이는 유난히 친구네 집에 가는 것도 좋아하고 아이들을 데려오는 것도 좋아한다.

그러면서 아이는 자신도 알게 모르게 다른 집과 우리 집을 비교도 하고 가정적으로 제 에미 애비의 모습이 다른 부모보다 모자라는 부분도 어느 듯 알게 된 것 같다.

아들이 친구 집에 놀러 갔다가 그 아빠와 신나게 게임도 한 듯하고 같이 축구공도 가지고 논 듯 칭찬이 여간 아니었다.

아이들과 껴안아 주면서 놀아주는 아빠, 그런 아빠가 좋다며 아들이 제 아빠에게 한 말.

“아빠, 아빠도 이젠 업그레이드 되어야 해” 그 순간 우리는 부부가 동시에 입을 크게 벌리면서 말했다.

“야!! 너 정말 말 된다. 진짜 멋있는 카피다”라고.
우리는 가끔 잊고 산다.

한 번의 포옹이나 따뜻한 위로가 매우 친밀함을 주고 외로움과 두려움을 이기게 해준다는 것을.

포옹하는 순간 긴장이 풀어지고 여러 가지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마음의 문을 열어준다는 것을.

포옹은 몸을 따뜻하게 해주고 에너지를 주는 일이다.
아들이 요구한 것은 사회적으로 더 멋있는 아빠라기보다는 함께 할 수 있는 아빠와의 시간이었다.

이러한 일들이 더 우선해져야할 인생의 그 무엇인 것을 알아버리고 엎그레이드 하란다.

돈이 들지는 않지만 정말 무료는 아닌 삶의 어떤 것.

돈보다 아름다운 관계의 저축이야말로 우리가 얻고 싶은 그 무엇인지 모른다.

어른이나 아이나 사랑 받고 싶지 않은 이는 없다.

신체접촉이나 마음의 소리를 들어줄 수 있는 사람들이 없으므로 이 시간도 사는 듯 병들어 가고 있는 이들이 얼마나 많을까!

삶의 적극적인 생존의지를 북돋우어 주는 것이 비단 잘 벌리는 돈만은 아닌 것을 우리가 익히 알거니와 두 팔이 늙어질 때까지 많이 안아주면서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살 일이다. 말할 때는 많이 쳐다보면서.

어떤 모습이 마음에 안 든다고 말하면서도 쓰다듬으며 하는 말과 쪼개고 갈라놓으면서 하는 말은 상대방이 더 먼저 알아버린다. 부디 세상과 사람을 붙여 놓는 사람이고 싶다.
<제112호 4면/2001.7.16일자>


편집국  mirae@gimpo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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