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인봉 대표이사

보름간 자리를 비웠더니 텃밭의 잡초가 보통 무성한 것이 아니었다.
비가 내리고 나면 그 녀석들은 정말 무섭게 자라난다.

사실 명아주는 잡초이기도 하고 나물이기도 하여 뜯어서 나물로 무쳐먹기도 하고 깻잎도 데쳐서 나물로 먹기도 한다. 그런데 역시 잡초가 자라는 속도는 채소보다 훨씬 강하다.

농사도 아닌 작은 텃밭을 시작하면서 잡초를 속아 내기보다 어느 순간부터 어느 것이든 살아남는 쪽을 취하자고 생각했다. 일단은 살아남는 만큼만 취하기로 하면서 우리 밭은 농사의 전문가가 본다면 당연히 게으른 농부의 밭이다.

만약 농사를 평생 지으시던 부모님이 보셨다면 어떻게 말씀하셨을까를 생각하며 웃는 적도 있다.
텃밭에 관심을 두고 무엇인가를 조금씩 심어놓으면서 심는 재미를 느끼는가 했더니 결국은 만물의 이치가 그곳에 있음을 배운다.

결국 농사는 사람이 짓는 것보다 자연이 주는 엄청난 혜택과 스스로 정화와 순환의 법임을 알게 된다.
그리고 작은 채소와 잡초들의 경쟁적인 생존력을 주목하고 배우게 된다.

사실 우리 텃밭은 물을 주는 것 이외에는 농약이라고는 전혀 쓰지 않는다. 단지 지하수를 끌어서 너무 가물었을 때 만 목을 축여주는 정도이다.

그러니 채소들도 아예 스스로 살아남지 않으면 안 된다. 자연히 시장에서 파는 것보다 잡초도 나름대로 강성을 띠고 자라지만 채소들 또한 경쟁적으로 빳빳하고 싱싱하게 자란다. 가장 단순하고 쉬운 해법으로 생명 스스로 알아차리고 자라고 살아나는 모습이다.

고추도 일체 아무런 농약을 치지 않아도 이러저러한 병에 걸리지 않는다. 스스로 자신을 지키지 않으면 안될 일이라 그런가보다고 생각해보기도 한다. 가지든지 오이든지 상추나 쑥갓, 참나물, 취나물등 자라는 것은 조금 빌려먹는 마음으로 나물로 혹은 쌈으로 먹는다.

잡초화된 채소(?)들은 시장에서 고이 길러진 채소와는 조금 다르다.
나물을 해도 그렇게 빨리 쉬어서 못 먹게 되지를 않는다. 잡초라 이름하는 질경이나 명아주 나물들도 삶아 무쳐놓아도 꽤나 오랫동안 상하지를 않는다.

어제는 밭을 조금 만지다가 한 바구니 감자를 캐게 되었다.
지난해 여기 저기서 조금씩 얻어먹던 감자에 싹이 났길 래 밭 한 모퉁이에 대충 던져놓았더니 어머나 올해 새로운 아기감자를 낳았다. 조림감자는 족히 해 먹을 만큼 작은 귀염둥이 감자들이 흙속에서 열매를 맺고 살고 있었던 거다.

정말로 버리듯이 던졌던 감자라는 생명의 순환의 엄연한 법칙에 고맙고 미안했다. 아무렇게 던져놓아도 잡초처럼 생명력 강하게 살아남고 다시 열매를 돌려주는 자연의 이치에 얼굴이 무색해지고 말았다.

아무리 살펴보아도 잡초의 생명력은 참으로 인내와 환경의 조건을 넘어서는 그 이상의 생명력을 가졌다. 채소도 열악한 환경에서는 잡초와 다름없이 강인한 생명력을 발휘한다.

사람도 사실 어둠과 고난에 밟히고 밟혀도 다시 살아나는 강인한 생명력으로 존재해야 하지 않을까!
어려움을 딛고 성장하고 성공한 이들은 단단함을 가졌다. 누구에 의지하지 않고도 자신만의 힘으로 자수성가한 이들을 보면 전투에서 돌어온 백전노장같은 느낌을 받는다.

사실 잡초는 얼른 자신의 위치를 알고 살아남는 법을 택한다. 자리만 잡았다하면 급속도로 자라나고야 만다.
사람살이도 자신의 위치를 빨리 알고 그 환경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머릿속으로 똑똑한 이들이 많지만 실정과 실전에 강한 이들의 건강성은 남다르다. 누구나 태어난 이상 마침내 그 모든 어려움과 고난을 뚫고 강인하고 아름답게 살아남아야 한다.

자신의 삶을 남의 방식에 이리저리 맞추며 살다가는 생명은 힘이 없고 생명의 한계점에 도달한다. 오히려 자신의“원함”과“직접경험”을 무수히 축적하여 실전에 강한 사람으로 강하게 살아남는 이들의 성공담을 많이 만나고 싶다.

잡초의 힘은 하나가 여럿으로 번식하며 뿌리를 땅에 단단하게 내리는 특성이 있다. 초전에 뽑지 못한 잡초는 이내 두 손으로 끙끙거리며 뽑으려 해도 잘 안 뽑힌다. 잡초의 영양은 땅에 단단히 뿌리를 박고 빨아들이는 그 엄청난 힘이다.

사람도 이상은 높아도 결국은 땅에 건실하게 뿌리를 내리고 살아야 한다.
이론만으로 강한 사람보다는 삶이라는 실전에 잡초처럼 강하게 살아남고 이치를 깨우친 아름다운 사람이 좋다.

텃밭의 경험은 결코 지배자의 경험이 아니었다. 텃밭이야말로 오히려 생명들의 거룩한 영역으로 이해하게 된다. 텃밭에 가득한 달빛과 산빛, 그리고 옥수수대에 이는 바람소리를 즐기며 때로는 쥐가 옥수수를 먼저 먹기전에 어서 빨리 거두어서 먹어야 하는 생존의 박진감도 느낀다.

텃밭에서 영역을 확대해가는 성공하는 잡초들의 강인함에서 하루 하루의 삶이 어떠해야 함을 또 배운다.  

유인봉 대표이사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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