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목일 여기 저기에서 나무를 심는다.
나무를 심는 사람들은 푸른 숲을 가꾼다는 원론적 의미를 넘어 한삽 한삽, 한그루 한그루마다 희망을 함께 담아 심는다.

대곶면 석정리에서도 시 관계자들과 주민들이 모여 수천평의 임야에 수천그루의 나무를 심었지만 눈길을 끈 곳은 단연 김포변전소 반대 싸움이 한창인 감정동 580-10번지 일대의 식목 행사다.

변전소 부지 나무심기 행사는 지난 해 식목일부터 시작됐다.
2001년 12월 한국전력공사가 변전소 설치를 위한 벌목을 진행하자 주민들은 민둥산으로 변해버린 이곳에 나무를 심었다.

2003년 4월 5일, 이날 오전 10시부터 고사리 손에 호미며 삽을 든 가족들이 몰려 들었다. 그리고 감나무와 밤나무를 심기 위해 한삽 한삽 정성들인 삽질을 시작했다.

2시간 쯤 지난 후 민둥산이던 이곳은 아직 잎새를 피우지 않은 가느다란 묘목이 빼곡이 들어섰다. 그리고 그 나무에는 파란 잎새는 아니지만 아이들의 희망이 담긴 하얀 이름표가 달렸다.

그들은 꽃보다 더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한 주민은 "수십년 생 아름드리 밤나무들이 가득하던 이곳이 민둥산으로 변해버린 것이 아쉬워 나무를 심게 됐다"며 "아무리 한전이라지만 아이들이 희망을 담은 나무까지 뽑기야 하겠느냐"고 말한다.

한국전력공사는 국책사업을 이유로 또다시 공사를 재개하며 정성스럽게 심은 나무를 뽑을 지도 모른다. 변전소 부지가 이전하지 않는 한 이 나무는 뽑힐 것이다.

그러나 이날 모인 400여 명의 주민들은 최근 이경재 의원(인천 서구·강화)의 발언처럼 변전소 부지가 이전되는 희망의 그 날을 그리며 정성스럽게 나무를 심는다.

심재식 기자  mirae@gimpo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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