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인봉 대표이사

5월, “사랑하는 가족의 달”이다.
어린 날도 되돌아보고 언제 이렇게 중년이 된 것인지 꿈결같기도 하고 부모님들이 내 나이에 느꼈을 찐한 인생의 느낌도 상상해 본다.

자식이 군대다녀오기까지 함께 살아온 부모이기도 하고 시댁과 친정의 부모님들이 다 돌아가신 자식이기도 하다.

어린시절,‘나는 우리 부모와 똑같이 살지는 않겠다’고 결연해 하며 꼬마의 주먹을 불끈 쥔적도 있었다.
그런데 부모로 살다보니“자식 이기는 부모도 없구나”“내 부모만큼만 이루고 살아도 성공한 인생이구나!”한다.
부모가 되어 살지 않았으면 넘지 못할 생사의 고비도 어미와 부모라는 이름으로 어려운 고지를 넘어서기도 했다.

부모의 나이만큼 부모가 되어보니 왜 그리 삶이 작아지는지, 자식 앞에서 결코 큰 소리를 칠만큼 큰 삶과 사람도 못되는 것을 잘 알겠다.

자식 앞에 서면 그동안 그래도 꽤 열심히 살아온 것 같은데 내 놓을 성과가 대단하지 못하다. 화려한 꽃 닮은 싱싱한 아이들을 보면 좋은 것은 말할 수 없지만 그만큼 부모는 작아지나보다.

세상사 살면서 후회하는 일 첫 순위는 아이들을 더 낳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탐이 나는 젊음을 가졌다. 하지만 재주 있는 아이들이 마음놓고 날 수 있도록 뒷바라지 를 성공적으로 못하는 자신이 자꾸 작아지기도 한다. 다른 부모들도 그렇지 않을까?

가족은 그렇게 서로 부족해도 담아줄 수 있고 품어줄 수 있어서 세상의 어떤 조직보다도 우선이고 하늘 아래 첫 에덴의 시작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부모의 부모됨과 자식의 자식됨이라는 것은 아마도 세상이 생겨나서부터 늘 만족할 수 없는 수준이 아니었을까?

아동학대의 77%가 친부모가 가해자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니 더욱더 가정이라는 것과 가족이라는 것이 함께 살아가는 것이 쉽지 않은 시공간이고 우리가 상상하듯이 바람직하고 이상적인 것만이 아닌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늘 그렇지만 수많은 상처들은 가장 가까운 이들로부터 출발하기가 쉽다.
먼 사람, 모르는 사람들로부터 아픔이 오는 것은 더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하는데 오리려 친부모 계부 계모 조부모 친.인척들에 의한 학대도 잦다고 보고 되었다고 한다.

그러니 가깝다고 함부로 대해서는 안된다.
가까우나 머나 자신이 아니면 타인이다.

그 사람은 그 사람 대로 생각도 있고 나름의 질서가 있다. 나와 같지 않음으로 해서 기다려주기가 쉽지는 않지만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묵묵하게 기다려주어야 한다.

어쩌면 지나친 간섭보다는 그것이 더 올바른 선택이다.
사랑하지 않는 가족은 없다. 하지만 잘못 경계를 넘어 이세상에 태어난 자녀의 인권을 존중하지 못하는 부모가 되기도 한다. 반대로 자식이라는 이름으로 부모에게 무조건 어려움을 줘서도 안된다. 일전에 평생 아들의 험한 뒷바라지를 다해온 어머니가 세상을 떴다는 쓸쓸한 소식을 들었다.

부모라는 이름으로도 자식이라는 이름으로도 넘지 말아야 할 경계는 있다.
우리는 가족과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너무 경계 없이 상대방의 인격과 생각을 재단하기가 쉽다.
그런데 오늘 아침 산책길에서 보니 흙은 누구라 할 것 없이 그 생명의 색으로 품고 피어나게 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붉은 연산홍이나 하얀 연산홍이나 같은 자리에 있지만 다른 색으로 피어나 그 황홀함을 드러내고 있었다.
나무는 나무들대로 모두 자신의 색으로 드러나는 늠름함과 향기로움이 있다.
흙은 말없이 뿌리를 내리도록 자신의 몸을 허락한다.

작은 생명은 작은 대로, 큰 생명은 큰 생명대로 모두 뿌리를 박고 흙으로부터 생기와 자양분을 흡수하여 자신의 방향대로 성장한다.

물론 가지치기가 필요한 시점도 있겠지만 될 수 있는 한 자신의 고유한 모습을 손상하지 않는 선에서 자라도록 두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모두를 품어주고 길러내는 흙처럼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머무는 가정도 똑같았으면 좋겠다.
가정이라는 울타리와 부모로부터 받은 자양분을 통해서 가족은 가족의 문화가 형성된다. 음식의 기호에서부터 세상을 살아가는 길을 배우고 실천하며 성장해 가는 곳이 가정이다.

아이들은 부모의 적극적 경청과 지지로부터 세상을 긍정하고 자신감을 획득하게 된다. “가정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는 믿음은 진실이다.

모든 사람이 다 등을 돌려도 흙이 생명을 받아주어 꽃으로 피어나게 하듯, 사람이 환히 가정의 온기로 곱게 피어나야 한다. 흙도 가정도 생명이 피어나는 첫 자리이다. 가장 어려울 때 기댈 수 있는 마지막으로 돌아갈 자리이다.

누구나 한 번 온 인생, 명작으로 풀어줄 하늘같은 가정이 넘쳐나길 기대한다.  

유인봉 대표이사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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