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인봉 대표이사

우리는 날마다 기쁨과 슬픔, 꿈과 현실속에 살아간다.
때로는 삶과 꿈이 따로 놀 때도 있고 고통과 연민사이에서 결단을 미루어야 하는 때도 있다. 무엇인가의 그 끝에 도달해서 다시 전혀 새롭게 그 끝에서 보이고 만나는 것들도 있다.

어제는 길가에 선채로 누군가와 긴 이야기를 했다.
다리가 뻣뻣해지는 줄도 모르고 한참 어려운 사업이야기를 서로 이야기를 주고 받다가 헤어졌다. 그것은 현실이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네팔로 보낼 텐트와 구호물품을 긴급히 모아내고 있는 지인과 통화를 했다. 그것은 큰 슬픔이었다.

우리와 한 지구촌에서 살다가 갑자기 수천명이 사라진 희말라야가 마음에 걸려 쉽게 잠들수가 없었다.
네팔의 산악지대에서 만났던 그 엄청나게 컸던 환한 달과 이른 아침 밝은 해, 꾸밈없는 다락방 같았던 롯지, 계산없이 순수한 웃음의 소년들이 기억 속에 생생한데 그들의 도시는 잔해에 덮여있다.

우리의 하루하루의 삶도 버겁지만 늘 더 큰 아픔과 슬픔 앞에서는 다시‘처음침묵’으로 돌아간다.
단지 인생은 그렇게 언제 오고 가노란 법도 없는 것이기에 군더더기 없이 살아내야 함을 더 깊이 배우는 아픈 시간이다.

누구나 가야할 길과 가야할 날이 있다.
단지 모르고 살 뿐, 혹은 안다고 해도 가지 않을 사람은 없다.
가고 나면 단지 한 줄의 문장으로 남는 것 아닐까! 그나마 그나마도 매년 불어오는 새로운 바람과 빗물에 흘러내려 아득해져버리면 그만 아닌가!

인생이란 군더더기 없이 살다가 어쩜 문장 한 줄로 마감되는 미완의 떨림이다.
아무리 화려해보여도 쉽게 무너지는 것을 탐하지 말자.

간단하지만 군더더기 없는 문장같이 정갈하게 사는 법을 알아차리고 사랑할 일이다.
귀에 들리는 대로 눈에 보이는 대로 나누고 베풀고 주고 사랑하고 살다가 어느 날 문득 하늘이 부르시면 하던 일도 그대로 놓고 가는 것 아닌가!

늘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 현실이라는 삶의 경험속에는 흔들리는 현기증이 엄습한다.
현실이 팽팽 돌아가서 쉽지 않기도 하다.

누군가는 쉽게 다가가서 선택하고 양심에 큰 타격 없이 잘 먹고 잘 살아가는 방법에 접근할 수 있지만 한 쪽에서 누군가는 배고프고 힘들게 산다.

한 구석도 공짜를 바라지 않고 편함 없이 한 땀 한 땀, 손바느질을 하듯 살아가는 보통사람들의 가난하지만 타협하지 않는 행복을 기도 한다.

우리가 밥을 먹거나 행복한 순간에도 다른 쪽이 있음을 기억하고 살아갈 수 있는 이들의 숫자는 거룩한 숫자이다.

그렇게 나누고 살아가는 방법 또한 선택이고 자신이 선택한 대로 묵묵하게 살아갈 일이다.
우리에게 있어 어떤 상황에 직면한다 해도 자기 마음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인생의 수행이다.
이 세상 어디에도 안전지대는 없다.

어떤 이는 자신이 책임져야 할 일도 전혀 남의 일처럼 교묘하게 위장하고 살면서 특정한 위치에서 하나님처럼 행동한다.

큰 힘을 가진 사람들이 그렇게 마음을 도둑맞고 살 수록 세상은 점점 더 잔인해진다.
마음을 도둑맞지 않고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세상은 더 살만하지만 그것은 아직도 우리의 꿈이다.

늘 고통을 함께 극복하고 살려내고 노력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고통을 넘어서게 하는 한 편의 시가 되고 생명이 된다.

지금도 세상의 재난과 고통을 자신의 아픔으로 여기며 많은 사람들의 마음이 모아지고 있다.  

유인봉 대표이사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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