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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자신의 미래는 모른다
   
▲ 유인봉 본지 대표이사

그렇게 힘 있어 보이던 이들이 그 자리에서 내려오면 전혀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을 보게 된다. 백가지의 칭찬의 세월이 무색하게 그의 주변이 썰렁하고 같이 밥 먹자고 불러 줄 자리도 사람도 한가하다.

함부로 입을 벌려 입찬소리를 하면 안 된다고 하던 어른들의 이야기가 아닐지라도 날아가는 새도 때려잡을 수 있던 힘을 가졌다던 이들도 누구나 자신의 미래는 모른다.
 

일단 그 자리에서 내려오면 그는 날개를 절단당한 새처럼 된다.
자신을 에워싸고 있는 것들은 모두가 옷일 뿐이다. 벗으면 그만 알몸이다.

우리가 어느 자리에 있던지 겸손해야 할 필요가 거기에 있다.
더구나 인생을 말함에는 더할 나위가 없다. 누가 한마디로 미래를 모르는 자신에 대해 그렇게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까!

우리는 때로 그 자리에 있다는 사실 하나 만으로도 다른 사람을 유혹하거나 힘들게 할 수도 있다. 그냥 그 자리에 서 있을 뿐인데 햇빛을 가린 사람이 될 수도 있고, 먹고 싶은 떡을 들고 있는 사람이 되어 배고프게 바라보는 이를 힘들게 할 수도 있다.

나의 자리가 남에게는 억압의 도구가 될 수도 있는 것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모든 자리는 다 조심스럽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다 알고 있는 것 같아도 남을 유혹하는 그 무엇이 있는지 잘 모르는 것들이 있다.
누구나 그 자리에 있을 때 덕을 베풀고 더 베풀어야 한다.

그저 아무런 두려움과 인색함 없이 현재에 충실하고 ‘나눔’과 ‘사랑’에 충실한 사람만이 해방된 인간이고 자유로운 천국을 누리는 이다.

어제 와서 배고프다고 말한 사람이 후일에 더 큰 마당의 소유자가 될 수 있고, 오늘의 고대광실같은 자리에 있다하여도 내일은 초라하고 한심한 자리에 있을 수가 있기 때문이다.

너무나 이기적인 세상과 자신을 과소평가하다가 줄 수 있는 것도 주지 않는 인색한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된다.

어느 날, 난 암환자가 되어 다른 사람이 다 세상으로 출근하고 있을 때 나는 살기 위해 산으로 걸어갔다. 암이 전이될까 하는 두려움에 갇히기 보다는 걷는 것이 더 편했다.

푹 쌓여있는 낙엽에 털썩 주저앉아서 하염없이 울었다. 다른 사람들은 다 똑바로 있는데 나만 혼자 오식인 것만 같았다.

그렇게 걸어 내려오다가 사람을 만났다. 그는 장릉산에 죽으려고 결심하고 온 사람이었다.
사업에 실패하고 죽으려고 산에 온 사람과 악착같이 살려고 나와의 만남.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했고 나는 그의 이야기를 다 듣고 몇 마디만 했다.
나는 피투성이가 되어서라고 살고 싶다고.
그리고  덥석 그의 손을 잡고 기도하며 울었다.

오열하던 그 사람 생각이 난다. 성도 이름도 모르고 단지 기도하는데 소름이 쫙 돋는다고 깜짝 놀라던 그 사람. 지금은 어디서 만나도 얼굴도 모를 사람이다.

죽지 않고 살아서 다시 자리를 잡으면  꼭 한 번 오겠다고 했다.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다음에 어디서 자살 소식을 들은 바 없으니 그가 이 세상을 훨훨 활보하고 있다고 믿는다.  
생명이 있어 얻어먹을 힘이 있으면 거지도 부러웠던 시절이 있었다.

생명의 잔고가 없다고 느끼는 순간, 이 세상에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다 부럽고 신기하고 대단했다.
걸인조차도 나보다 더 큰 생명이고 힘의 소유자였다.

우리의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
나의 생명의 끈이 누구에 의해 마지막이 장식될 지 결코 알 수 없다.

육신의 인연으로 온 가족보다, 옆에서 마지막으로 손 잡아줄 사람이 누구인줄 그 누가 알랴!
하여 우리는 늘 겸손해야 한다. 땅에게도 풀잎에게도 나무 한 그루에게도 정복자로 서면 곤란하다.
단지 따뜻한 봄바람 같은 이웃으로 살다가 바람같이 구름같이 가야한다.

누구도 자신의 미래를 모른다.
소유도 안 된다. 움켜쥐고 놓지 않으면 무겁다.
단지 감사하게 존재해야 할 뿐이다.

자신의 자리에서 줄 수 있으면 다 주어야 한다. 생각하고 연구해서 더 도와줄 일이 있으면 그렇게 도와야 한다. 우리에게 어떤 자리가 주어졌다면, 단지 권력감이나 서열이 아니다. 그것은 단지 그 자리를 통해서 세상을 열고 닦고 밝게 하라는 사명의 자리여야 한다.
 
 

유인봉 대표이사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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