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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종대에서 바라본 하늘
유인봉
(사)김포여성의전화 공동대표

요즈음 나는 만나는 이마다 하늘임을 믿고 산다.

누구를 만나든지 오늘 저 사람이 어떤 말로 나를 위로하고 어떤 하늘의 메시지를 줄 것인가 준비를 한다. 그런데 그런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사람을 보면 누구나 하늘이다. 그가 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예사롭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가슴에 닿아 어떤 메아리가 된다.

그는 그의 인생을 말하고 있는데 그의 말속에는 내 인생의 길이 들어있다.
1년여만에 만난 어떤 수필가는 치매로 집을 나가 죽음이 되어 돌아온 어머니와의 만남을 통해 고통 속에서야 글이 낳아지는 것을 깨달았단다. 그 다음에 만난 이는 60평생을 살면서 세 번을 죽고 싶었는데 못 죽었다는 이야기를 했다.

부도가 나고 부산으로 죽으려고 내려갔단다. 태종대에서 마지막이다 싶어 하늘을 쳐다보니 차갑고 하얀 달 속에 삼남매가 들어 있어 죽지 못하고 그 힘 다해서 살아보자고 오늘날까지 살아왔노라고 했다. 보통의 인생을 경영하는 이들도 그렇게 치열하다. 자신의 가정하나를 붙잡고 세우는 데도 그렇게 죽음과 맞닥뜨리는 경우 허다하다.

요즘 나는 소위 백일 기도를 드리고 다시 또 백일 기도를 드리는 중이다. 마음을 닦고 또 닦고 나의 모순과 잘못이 어디에서부터 시작되었는지 실마리를 풀면서 그렇게 일과 나 자신과 그 모든 관계를 풀어나가고 있는 중이다. 한참 정신없이 살아온 것만은 틀림이 없다. 그리고 생각한 것은 혼자보다는 여럿이 함께 실천해보고자 했다. 그러는 중에 참 많은 사람도 만났다.
그러면서 일을 추진해 가다보면 미처 사람을 잘 못 챙기고 더욱 사랑하지 못한 면도 허다하리라. 그것이 이 척박한 현실 속에서 살아가는 현 주소였다. 하지만 이것만은 확실하다.

문열어놓고 배우면서 살겠다는 사실하나, 그것이야말로 오로지 나를 존재하게 만드는 그 무엇이었다. 작은 일이든 큰 일이든 일을 추진해 가다보면 일에 의한 에너지도 나오지만 힘도 모자르고 능력도 모순도 나온다.

그렇지만 올바른 시도는 결과를 잉태하고 다시 그 일을 통해 다른 희망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믿음은 변할 수 없었다. 그것이 삶의 발전 아닌가? 완전한 사람은 없다. 또 완전한 지도자도 없다. 단지 그가 완전히 경직된 사람인가 아니면 변화 가능한 귀와 가슴이 있는가에 따라 우리는 삶을 나눌 수 있고 신뢰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론가도 좋지만 경험적인 사람이나 실천가를 훨씬 더 좋아한다. 이론가는 하늘의 소리를 전하지만 밭을 가꾸고 난 사람의 땀과 그경험을 모른다.

땅의 사람은 그 생명력이 간단한 것이 아니다. 모질게 산 사람은 그만큼 질긴 생명력을 소유할 뿐만 아니라 어떠한 경우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을 우리가 알거니와 하우스 속에서 자란 시금치의 싱거움보다는 태양아래서 자란 시금치는 키는 작아도 더 달큰한 맛이 난다.

설렁탕의 진국도 오랫동안 뜨거운 불에서 달구어진 다음에서야 맛이 난다. 그렇게 모든 것들이 어우러진 복합적인 맛이 인생의 진국 아닐까나! 그런의미에서 오늘 내가 지는 달 같아도 돌아돌아 다시 보름달이 되는 것은 생의 이치아니겠는가!
<제114호 4면/2001.8. 6일자>

편집국  mirae@gimpo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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