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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쾌한 어사 출도를 기다리며
정말로 다사다난했던 한 해였다.
소용돌이 같은 이십 일세기를 맞아 우리에게 다가온 이 한 해야말로 우리의 한반도에서 세계를 놀라게 했던 굵직굵직한 이벤트들이 펼쳐진 정말로 엄청난 변환의 한 해이기도 했다.

우리들 자신은 물론이려니와 우리나라 국민들의 힘의 단결에 전 세계인들을 놀라게 했던 저 유월의 함성 월드컵이 그랬고, 히딩크 신드롬에 온통 세계가 떠들썩했으며, 부산 아시안 게임에서는 사상 처음 북한 선수단과 꽃 같은 미녀군단의 응원까지 곁드린 축제가 벌어지기도 했다. 재일 동포들을 실어 나르며 일본과의 유일한 통로 노릇을 하던 역사적인 만경봉호의 부산 정박이야말로 또한 아시안 게임 내내 내국인은 물론 전 세계인의 주목을 받지 않았던가.


과거에 남파 간첩단의 상륙지점으로서 토벌대와의 격전지였던 부산 다대포에 북한 선적 만경봉호의 정박이야말로 이제 전쟁의 아픔을 씻고 우리들에게 평화와 통일의 희망을 현실에서 열매 맺은 진일보한 민족의 축제였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큰 올해의 국민적 백미는 16대 대통령을 뽑는 선거였다.
선거는 언제나 묘한 여운을 남기기 마련이어서 올해의 선거에서도 역시 숱한 뒷말과 풍성한 화제를 낳았다. 선거 때마다 나타나는 오락가락 정치인들은 낭패를 당했고 막판에 등돌린 인사들이 향후 입지에 있어 사활의 타격을 자초하기도 했다.

자신을 선택해 준 유권자들의 뜻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자신의 입신양명에만 명분과 이유를 내세우며 요란한 성명서 한 장 남기고 이 쪽에서 저쪽으로 떠났던 철새들이 시류를 잘 못 짚어 통한의 멍에를 안았다. 슬그머니 다시 이 쪽으로 등을 드리미는가 하면 배신과 변절이라는 손가락질 속에서도 소속을 바꿨다가 동반 추락한 경우도 얼마나 많았던가.

소위 정계의 원로라는 분들께서 자신의 처신을 잊고 큰기침 한번 잘 못 했다가 「사려 깊지 못한」 경솔함에 이젠 쥐구멍에라도 들어가야 할 딱한 처지에 몰리고 있으니…
범 개혁 신당의 창당도 있었지만, 거대와 소수와의 갈등, 승자와 패자 사이에 끼어 이익 추구를 위한 손익 계산에 바쁜 기회주의자들, 이리저리 기웃거리며 잔꾀를 부리는 군상들, 권력의 주변에서 비린내를 맡으며 혹시나 하는 기대에 세월을 보내고 있는 처량한 샌님들…
이제는 정신을 차려야 할 때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얕은 물의 촛삭거림과 게걸스런 잔꾀보다는 깊게 흐르며 묵묵히 그리고 말 없이 지켜보며 줏대를 세워 흔들림 없는 경륜을 가지고 매사를 처리해 주길 바라는 것이다.
관변에서 호시탐탐하며 눈 도장이나 찍기 위해 알씬대다가 뭐라도 한 건 건지려는 족속들을 현명하게 가려 낼 줄 아는 그런 지도자를 필요로 했다. 이제는 이쪽 저쪽을 왔다갔다하며 널뛰기를 일삼는 그런 소신 없는

「계산기」를 필요로 하는 현실이 아님을 인식하길 바라는 것이다.
한 때 국민에게 먹히지도 않는 요란스런 나발을 불어대며 저 쪽으로 갔다가 건너 디딜 징검다리에서 계산착오의 현실에 부닥쳐 후회막심을 숨기며 슬그머니 이 쪽으로 발을 디밀고도 그래도 또 할 말이 있는 그런 위인들을 국민들은 원하지 않는다.

우리 국민들은 혹세무민하는 탐관오리들을 질풍같이 내달아 즉결 처리하는 어사들의 신화와 같은 야사를 보며 통쾌해 왔으며, 오늘에 이르러서도 역시 그러한 어사 출도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그러나 진검승부이면서 철새들의 정치본색의 장이었던 대선을 비롯해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이 한 해가 기울고 있다.
어느새 구세군 종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다. 앞섶을 여미며 다시 한 번 나를 되돌아 봐야 하는 싯점에 서서 기쁨의 축배를 든 사람이었던 쓴잔을 마셨던 사람이었던간에 이제는 모두들 뜨거웠던 한 해의 소용돌이에서 이제 차가운 이성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는 몸추스림으로 돌아서자.

편집국  mirae@gimpo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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