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선회(73세) 화가

ㆍ대곶면 출생
ㆍ중앙대학교 대학원 회화화과 졸업
ㆍ개인전 17회, 단체전 및 초대전 다수

ㆍ수상경력
ㆍ1970 제1회 한국미술대상전(한국일보, 문공부장관상)
ㆍ문화공보부장관상, 국무총리상, 황희문화대상 등 다수의 수상경력
ㆍ현직 국제미협, 카톨릭미협회원, 서울미협부회장, 사단법인 한국청소년미술협회이사장

시인으로 사는 현대화가
김선회 선생은 스스로 화가나 화백이라는 이름보다는 '그림쟁이'로 불리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그의 은색 머리칼 아래 빛나는 눈빛이 너무 건강해 보였다.

김선회 선생과의 이야기는 ‘한순간 달려가는 바람’과 같이 환상적이다.

이야기는 물 흐르듯 유수하고 지그시 눈을 감고, 시를 너무도 절절하게 외우는 모습에 때로는 가슴이 먹먹하다. 화가가 아닌 시인을 만나는 것 같다고 할까!

"때로는 거울속의 나처럼 살고 싶다. 아픔을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파우스트로 살아가는 편이 편안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정주 시인이 살아생전 그를 알아보고 시인이 되라던 천재성을 가진 이가 김선회 선생이다.
그는 서정주 시인의 "국화 옆에서", "선운사 동구", "동천", 황진이의 시 "영반월" 등을 느리게 혹은 빠른 리듬을 타며 노래하듯 줄줄이 흥겹게 읊어 내렸다.

"이런 시를 보면서 사는 거지. 요즘 사람 사는 것 이런 맛에 사는 것 아닐까 해. 시인보다 더 큰 아티스트는 없어" 

톨스토이보다도 토스트에프스키를 좋아한다는 그의 입을 통해 작품 중 마지막 이념주의자를 끌고가 제비를 뽑아 죽이던 거무칙칙하고 우중충한 마지막 장면을 읊어졌다. 그의 음성 안에 6,25와 함께 아버지를 잃는 아픔을 겪었던 가족사의 흔적이 언뜻 엿보였다.     

순수한 그림쟁이 일 뿐
그의 이야기에는 생명이 들어 있다. 그의 모든 이야기 안에는 '생기'가 있고 '시'가 들어있고 너무나 적절한 표현으로 이어지는 감동의 철학과 종교가 들어 있다.

그는 한계를 지닌 언어를 벗고 초월적인 언어인 그림으로 역사와 참 진리를 입체적으로 열어가는 시야를 보여주는 화가이다.

그의 독특한 작품성은 국내외에서 수많은 찬사를 받고 주목을 받으며 3,000개의 미술관에 전시를 하자는 제의를 받기도 했다.

1982년 나사렛 마을 환자들을 위한 기도의 그림 "이 땅의 빛을" 작품은 로마 교황청에 소장되는 영예를 누리기도 했다.

선생은 예술가는 역사적 가치와 항구적 가치의 틀을 주축으로 사는 이들이며 가치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을 크게 봐주지 않고 폄하하는 것은 안 된다고 말한다.

순수예술을 찾아 심혈을 기울이며 역사를 망가뜨리는 사람은 안 된다고 생각했다. 내 자신한테 고집스럽게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림쟁이일 뿐이야. 홈페이지를 만든 적도 컴퓨터도 못해요. 화백, 화가 소리 듣기 싫어. 우리가 다듬잇돌로 혹은 주춧돌이나 구들장으로 편리하게 쓰며 무생명이라고 사용한 것들에 대해서도 우리와 똑같은 인격을 되돌려 주는 일이 가치 있는 일이라고 믿어요"   

내 고향 수안산, 어려서 하던 병정놀이 
 어린 시절을 이야기하는 김포출생의 김선회 선생은 유난히 얼굴에 생기가 돌았다.
"수많은 인터뷰와 취재에 응해보았지만 이렇게 가슴을 다 열고, 신나고 흥분되는 인터뷰는 처음이다. 고향의 이야기라서 그런 것일까? 참으로 이상하다"고.

어머니를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고 했다.
"서른아홉에 과부가 되어 6남매를 키우고 먹여 살리느라 생선을 이어다 팔고, 굶기를 밥 먹듯이 했던 어머니를 열여섯에 모셨어요. 훗날 돌아가실 때 별명이 '부잣집 할머니'로 가시게 했지요. 그 이름만 부르면 서울에 살면서 이고지고  파는 이들 무조건 밥해 먹여 보내는 후덕한 인심으로 남았다"는 어머니는 지금 김포 안동김씨 집성촌 재실에 모셔져 있다.

김선회 선생은 어린 시절 돈이 없어 돈을 벌어야 살 수 있었고, 스스로 말하듯 천재성을 가진 문제아로 별짓을 다 해 보았다고 한다.

그는 모를 심어도 나뭇짐을 지어 날라도 늘 최고였다.

그림쟁이의 주경야독
“낮에는 일하고 밤이면 같은 학년 사촌에게 공부를 가르쳐 주었어. 백부가 ‘너는 일하면서 독학해도 면장은 하리라’는 이야기를 하시곤 했어요. 그러다 어머니와 의논해서 대두 한 말을 팔아 서울로 튀고 말았어” 

김선회 선생의 인생은 그야말로 소설 같다.
고등학교 선생님이 그야말로 눈물로서 대학을 가라고 할 정도로 그의 재능은 일찍 돋보였다.

"난 정준의원이 결혼 주례를 해 주었어. 19살 때는 당시 정준 국회의원의 선거유세를 하면서 ‘여러분들의 창고의 열쇠를 누구에게 맡기겠는가?’라며 연설을 했고, 20세 때는 정치를 하려고도 해보았지. 4-H 농촌운동으로 질병 많은 화장실을 소독하는 방역과 강연등도 해 보았다고. 21살 때는 4.19를 맞아 총을 맞아 죽을 뻔도 했네요" 

어릴 때 올라가 병정놀이를 했던 수안산은 그렇게 사랑하는 고향의 그림이다.

"그곳 수안산은 역사적으로 중요한 곳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해오고 있어요. 어디엔가 고총이 있을 것이라고 봐. 어릴 때 나무하러 가서 칡뿌리 캐다가 '허정'을 발견한 적이 있었어. 아직도 말총이라는 언어가 있는데, 왜 말을 묻었을까? '라는 나름대로의 물음이 가지고 있었고, 고고학자들과 언론인과 이야기를 나눈 적도 있었던 일입니다. 그들이 그런 자료를 가져오라고도 했던 일이고,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예요" 

강화동막리 초가집의 삶
지금 선생은 기가 세서 인적이 드물었던 초가 움막집을 수리해서 원형을 보존하고 산다. 새로 지을 수 있었지만 '죽을 먹고 지은 집'이었다는 과거의 역사를 이어서 고쳐 살기로 마음먹고, 자연경관과 조화가 이루어지는 집에서 살고 있다. 그는 젊은 나이 서른아홉에 간경화를 앓고 최근에는 암수술을 한 경험이 있다.

“여기가 별유천지이고 신선계이지요. 복숭아꽃 피고, 꽃잎이 지는 모습을 보면서 삽니다. 강화 노인대학 강의를 가니 그렇게 좋아들 해"

"나이 칠십까지 살았으니 감사하지요. 품위있게 아프려고 했는데 진통제도 안 듣고, 항생제 쇼크도 경험했네요”

김포가 낳은 김선회 화백은 그렇게 인생의 굽이굽이를 입체적으로 살아낸 이다. 치열하고도 곱게 살아냈고, 자연에서 생명력을 다시 부여받아 진리를 추구하는 지혜자가 되어 우리에게 돌아왔다.
 

유인봉 대표이사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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