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인봉 본지 대표이사

세상을 살면서 몰라서가 아니라 알아도 벌떡 용기가 일어나지 않을 때가 있다.
이 방향으로 가야겠다고 생각은 하지만 머리에서만 뱅뱅 돌고 몸으로 적극 실천이 안 될 때가 있는 것이다.

용기를 일으키는 말들이 세상에 그렇게 많은 이유는 아무래도 세상 살기가 그렇게 만만치가 않은 탓이다.

어느 한 사람도 단 한 번의 파도가 없을 수는 없다.
파도의 파도를 넘어 항구에 도착하기까지 우리는 순간순간 자신을 살려주는 어떤 힘을 의지할 수밖에 없다.

배고플 때의 밥 한 끼의 고마움도 잊지 못할 일이지만 그보다 더 가슴을 탁치고 일서설 수 있게 하는 명언 한마디, 혹은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한마디는 되돌아보며 가슴에 오래 간직 되게 마련이다.

언젠가 위기의 순간에 귓속으로 쏙 들어오는 한마디의 말은 하늘이 사람을 통해 들려주는 하늘의 소리이며 생명의 소리이다.

시절이 곤곤하여 부도를 맞아 파산을 앞에 둔 사람이 있었다.
그에게 내가 해준 말 한마디는 "죽지 않는다! 걱정 마라"였다.

그에게는 너무나 간절한 순간이었고 그 소리를 듣고 가장 어려운 순간에 되뇌며 살았다고 했다.
얼마 전에 다시 그의 남편을 우연한 자리에서 만났는데 결국 해결이 잘 되었다니 얼마나 잘 된 일인지!

언젠가도 아는 이를 만났는데 수년전 우리 신문사 사무실에 난처한 일을 가지고 상담하러 왔다가 내가 들려주었던 말이 퍽 의지가 되었다며 기억하고 인사를 건넸다.

그때 나눈 말의 힘이 아직도 그이와 나를 반가운 사람으로 연결하고 있었다.
나 또한 7-8년 전 어느 날 전화도 끊기도 전기도 끊겼다며 사무실에서 직원의 전화가 다급하게 온 적이 있다.

낙심이 몹시 되었을 그때 아래층 사무실에 들어있던 여사장님이 사정을 알고 말했다.
"아이고 사모님, 그래도 부도가 난 것은 아니잖아요! 나는 말도 말아요"

그 말을 통해 나보다 더 큰 고통의 바다를 헤엄쳐서 어렵사리 항구에 닿았던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언젠가 고통의 날이 지나면 저렇게  일어나는 것이구나. 내 앞에 당당하게 서있는 그이의 모습을 보며 내 앞길의 서광이 비추이듯 그리도 안심이 되었다.

그이도 시퍼렇게 살아서 다시 용감하게 생업전선에서 억척스럽게 살기까지는 엄청난 끈기를 주었던 광폭한 사건이 있었던 것이다.

그뿐인가! 그 동안 얼마나 잘 살아왔고 거친 폭풍 없이 잘살았는지를 돌아보며 기적 같은 생각이 들어 감사하기까지 했다. 우리의 인생은 웃을 일이 많아서가 아니라 웃고나서 좋아지고, 감사할 일이 많아서가 아니라 일단 감사함을 느끼는 순간부터 감사할 일이 많아진다.

이것은 참으로 진실이다.
유명인사는 아니었지만 이미 부도를 비롯해서 인생에서 겪고 싶지 않은 일들을 모두 경험해본 날마다 만나는 이웃의 한마디는 세상의 모든 귀한 말들 중에서 내게 들어온 생명의 에너지였다.

어려움을 이기고 난 사람이 주는 말의 힘은 대단하다. 이론이 아니고 살아있는 증거니까 말이다.
세상을 살면서 나름대로 자신이 알 수 있는 경험과 노하우에서 나오는 힘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소설보다 더 중요한 것이 인생의 굽이굽이에서 얻는 가치이다.

그것이 내공이 되고 말이 되고 다른 사람을 살려내는 힘이 된다.
등산을 해보면 안다.

정상에 서있는 나무마다 꼿꼿하기보다는 대부분 이리저리 휘어져 있다. 옹이진 나무의 이리저리 구부러진 곡선이 그리도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은 그가 모진 세월을 견뎌내며 그렇게 몸을 웅크리며 참아낸 세월의 결과이다.

인생이라고 늘 옹이 마디를 만들어내는 사건과 파노라마를 경험하며 그렇게 하얀 웃음을 잊어버리지 않고 살 수 있어야 하는 일 아닐까!

하지만 늘 어려워도 우리의 삶에는 늘 필요할 때 마다 수호천사를 보내주는 하늘이 있다. 이웃이 되어 온 그들은 자신도 모르게 하늘의 음성을 담은 메시지를 우리에게 전해준다.

힘줄이 되고 불끈하니 일어나게 하는 말들이 꼭 아름답고 꽃 같은 말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말이 씨앗이 되어 살아날 수 있으니 역시 인생을 건져주는 결정적인 한마디가 아닐까!
 

유인봉 대표이사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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