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은 소중한 사람을 위한 선물이다


▲ 유인봉 본지 대표이사

2002년부터 예외 없이 날마다 아침이면 산길을 걸었다.

아침이면 아직 지지 않은 별과 달을 쳐다보며 걸었고 다시 붉게 타오르는 해를 만나며 집으로 돌아오는 일이 10년 동안 눈이오나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계속되었다.

가끔 산길을 늘 걷는 어르신들이 지나가면서 하는 이야기들이 귓속에 쏙 들어와 앉는다.
"자식들 나중에 고생시키지 않으려고 건강을 챙기고 걷는 거여"

정말로 예사롭게 들리지 않음이여!
그렇다. 소중한 가족의 아픔은 가족 모두에게 어두운 그늘이 되고 생산력을 앗아간다.

나에게 있어 10년 동안의 산길걷기는 건강을 잃는다는 것이 전부를 잃는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면서 건강할 때로 돌아가기 위해 부단히 애를 썼던 순간들이다.

남편은 내 다리를 보며 "이제는 레슬링을 해도 되겠다"며 놀리는데 가랑비에 옷 젖듯이 걸었던 나는 다리는 장난이 아니지만 늘 걷지 않았던 남편은 '부실한 다리'의 소유자가 되었다.

무슨 일이든지 10년을 계속하는 일은 발자국이 된다. 결국 이제 남편은 가늘어진 다리와 체중의 조화와 지독한 마누라(?)의 성화에 억지로라도 같이 산에 오르기 시작한지 서너 달이 되어간다.

남는 것은 부부밖에 없다고, 간혹 걷다보면 부부로 보이는 이들이 산을 오르락 내리락 하는 모습을 본다.
"당신 왜 여태껏 나를 버리지 않고 살았어?" 땀을 뻘뻘 흘리며 자신을 한참 기다리고 서있는 나에게 남편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던진 말이다.

흡사 숙달된 조교와 같이 나는 그가 땀을 뻘뻘 흘리며 쫓아오면 이내 거리를 유지하며 앞서가면서 끝까지 등성이에 오르도록 한다.

"고쳐서 사는 게 나은 듯 하여서 그랬지"

"고치는데 비용이 많이 들잖아"

"그래도 그게 훨씬 더 싸게 먹혀요. 하하"

새록새록 서로서로 챙기는 건강이야말로 서로 자신을 위하고 소중한 사람을 위한 선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무엇보다도 우선하는 것이 건강이라는 생각은 누구나 한다.
하지만 "건강에 대해 자신하는 시절"을 사는 것도 지혜가 많다는 인간이 저지르기 쉬운 어리석음이기도 하다.

처음에는 별것도 아닌 것들도 심신에 중요한 정보들이 많다.
건강에 관한 나름대로의 경험을 소중하게 듣는 것도 인생에 있어 매우 중요한 공부이다.

사람은 기계와 다르지 않아서 늘 규칙적으로 기름을 치고 챙기지 않으면 고장 나게 되어있다.
적당히 쉬고 적당하게 움직여주지 않으면 녹슬고 고장이 난다.

쉬엄쉬엄 쉬는 일과 더불어 적당히 돌릴 때는 돌려주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건강에 대한 정보를 서로 교환할 수 있고 조언해 주는 사람의 한마디 한마디는 인생을 잘 살아가게 하는 비타민이다.

더구나 잠을 안자고 버틸 수 있는 건강도 한계가 있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밤잠을 자는 것도 아까운 시절도 있지만 낮잠은 더 이상 사치가 아니다. 충분한 수면이 일의 능률을 더욱 올려준다. 달게 한 순간 눈을 쉬게 하면 개운해져서 훨씬 즐겁게 일할 수 있다.

잠시라도 행복한 쉼을 통해 더 멀리 나아가고 더 잘할 수 있는 힘이 생성되는 것이다. 5분 혹은 10분간의 짧은 잠도 중요하다.

무엇인가 머릿속이 개운하지 않으면 잠시 잠을 청하거나, 산길을 걷는 일은 이상하리만치 새로운 에너지를 받는 것을 오랫동안 경험하여 오고 있다.

걷다보면 일순간 몸이 가벼워지면서 생기발랄함을 회복시켜주며 잘 정리되지 않았던 일들이 부담 없이 정리되는 것을 알게 된다.

하여 좋으면 좋아서, 힘들면 힘들 때 마다 산언덕으로 도망치듯 달려가는 습관이 들었다.
두 아이 에게도 여러 차례 강조하다보니 멀리 떨어져 있는 아이들이 자신들의 건강법을 전할 때 "걷기"와 "제시간에 잠자리에 들기" 에 관한 나름대로의 경험을 전하기도 한다.

"엄마, 아무리 힘들어도 심장이 터질 만큼 뛰고 나거나 걸으면 이상하게 해결이 되는 것 같아요"
"그래 엄마의 일상의 유언은 오직 힘들 때 마다 걷고 또 걸으라는 것이다. 미리 이야기 하지만 걸으면 살아난단다."

아직까지 힘들다고 느꼈던 여러 고비가 있었지만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우울한 그늘을 벗어날 수 있었던 날들에 감사한다.

남편이 건강 때문에 고생하던 일들도 마음이 치유되면서 점차 좋아지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건강은 가꾸어야 한다고 믿게 된다.

누구나 인생을 살면서 지치고 힘들었던 순간과 다 포기하고 싶은 일들이 있다해도 건강하면 다 해결된다.

아프지만 않으면 무엇이든지 움직일 수 있지 않는가!
비싼 건강요법만이 아니다. 돈으로는 살 수 있는 것에 한계가 있는 것이 건강이다.

타고난 건강은 아니더라도 마음먹기와 좋은 습관에 의해 늘 '환한 건강'을 찾을 수 있다.
진정 인생이라는 시간의 의미를 알고 있다면 살아 있는 모든 순간을 살아 있는 듯이 통통하게 느끼고 살 수 있어야 한다.

마음과 몸이 건강하면 무표정할 수가 없다. 진정 즐겁고 신나고 여유롭게 웃을 수가 있다.
당장 건강해지려고 노력하는 순간은 초심으로 돌아가는 시간이다.

한계단 한계단 올라가다 보면 어느 사이 건강이 만들어질 것이라는 믿음으로 살면 좋겠다.
젊을 때는 젊음과 혈기로 다소 무리를 해도 다시 거뜬히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점점 나이가 들어가면 몸은 신호를 보낸다.

그동안 잘 참고 견뎌주던 몸 이곳저곳에서 신호를 보낸다.
집 안에 아픈 사람이 있으면 음식을 비롯해 많은 변화를 가져올 수 밖에 없다.

유인봉 대표이사 mr@gimp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