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성춘(김포시청 행정계장)

우리의 이웃, 공무원으로 살아가기 2

서암초
하성고
공무원 23년차
2008, 모범공무원(국무총리)
2009, 전화친절도 우수공무원(시장)
2010, 지방자치경영대상 혁신공무원상(한국공공자치연구원)
         경기도지사, 시장상 등 다수

   
조성춘 계장은 하성고등학교를 다니는 3년 내내 반장을 놓치지 않았다.

"허리가 아프셨던 아버지를 대신해서 엄마와 삼남매가 농사를 지어야 했던 진짜 가난했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장학금이라도 타서 집안 살림에 보태야 했었습니다. 너무 곧아서 손해 본다고들 하기도 하지만 모난 돌이 정 맞으며 다듬어지면서 약이 되는 것 아닐까 합니다"

추호도 공무원의 길로 들어서리라고 생각해 보지 않았지만 그의 인생은 김포의 행정공무원으로서 다양한 경험 속에 있다.

"군대 가기 전에 의류판매도 해보고, 콩나물 공장에서 콩나물도 길러 전국 규모의 유통업체에 납품도 다녀보고, 농업용 수로를 설치하는 노가다 현장도 경험하는 등 다양한 체험을 했습니다. 군대를 다녀와서는 삼보도기 등에서 근로하며 노동자가 되어 불가마 관리도 해보고 그곳에서 시끌법적한 연애로 아내를(45,김진하) 만나는 인연이 되기도 했습니다"

모든 일에 적극적인 탓에 늘 어떠한 도전에도 굴하지 않는 용기로 살았다. 통진면에서 상수도 검침원으로 시작한 때가 바로 88년이다.

당시 공무원이던 최철호씨의 권유로 공무원을 지원했고, 강화군으로 응시한 첫 시험은 보기 좋게 낙방한 후 결혼식 전날 통진학교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다가 택시를 타고 부리나케 군청으로 가서 응시원서를 넣은 것이 공직자의 길을 걷게 되었다.

"89년 7월 12일에 공무원 시험을 정식으로 봐서 합격하고, 통진으로 발령이 났네요. 산업계에서 총무계로 자리를 옮겼는데, 당시 노태우 대통령이 전두환 대통령의 뒤를 이어 범죄와의 전쟁을 대대적으로 할 때였거든요. 나름대로 열심히 하기도 했고. 아무튼 91년에 행정계로 발탁이 되었어요"

조성춘 계장은 이후 30년 만에 부활된 지방의회 구성과 함께 집행부내 의회 창구 역할을 담당하게 되어 기획실로 전보되었다가 다시 행정계로 복귀하게 된다.

"저는 실무자로서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은 윗사람이라도 함께 논쟁을 통해서 합의 과정을 도출해 나가는 방식으로 일했습니다. 그런 자신감과 소신이야말로 자기 일에 임하는 기본적인 자세가 아닐까 합니다.

요즘 후배들은 학력도 높고, 공부도 많이 하고, 치열한 경쟁을 뚫고 들어오기 때문에 한명 한명이 모두 유능하고 일을 잘합니다. 다만 한 가지 좀처럼 자신의 속내를 표현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선배나 상사가 지시하거나 원하는 대로만 하지 말고 일을 맡고 있는 실무 책임자로서 자신들의 생각과 가치를 함께 이야기하면서 일을 풀어나가는 자세가 아쉽다는 겁니다. 결재는 소통의 과정이어야 합니다. 결재가 단순히『알았다. 동의한다.』는 의미만을 갖는다면 우리는『영혼이 없는 일』을 하는 것일 겁니다.

우리는 모두 행정의 틀 속에서 지역과 시민을 지향하고 있지만 거기에 다다르기 위한 과정이나 방법은 각자가 갖고 있는 지식과 경험과 가치에 따라 다를 수 있으며, 이러한 다름이 소통으로 융합되어 가장 최선의 결과물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결재이어야 합니다.

논쟁이 일어날지라도 맞추어가는 과정을 통해 서로 성숙되어 간다고 믿습니다"조성춘 계장은 남들이 부러워하는 행정계 근무를 자원해서 마다하고 93년 다시 통진면에서 근무를 하다가 95년 21C김포발전기획단에서 일하게 된다.

"시청옥상에서 이원경, 임종광, 김한성, 강신준씨와 함께 21C김포발전기획단의 프로젝트 초안을 만들었습니다. 굵직한 도로계획, 산업단지, 도시개발 등 김포발전을 위한 초석들이 그때 많이 만들어졌습니다"

조성춘 계장은 공직생활의 대부분을 행정, 기획 등 중요 부서와 직책을 맡아온 행정 전문공무원이다.

"행정은 미래예측을 인정하지 못하는 맹점을 갖고 있습니다. 미래를 예상해서 미리 투자하는 법이 없어요. 지독히 현실적입니다. 하지만 공무원은 변화를 예측해야하고 뒷북행정이 되어서는 안 되거든요. 변화예측 부분이 자신이 하는 일에 반영이 되어야 합니다"

소신파인 조성춘 계장은 때로 자신의 눈높이에 주변이 안 맞는 때가 힘들기도 했다고. "욕을 많이 먹는다"(웃음)고 말하지만 조성춘 계장은 표정은 밝기만 하다.

인생 팔십을 산다고 할 때 먹고 자는 시간 빼고, 정신이 시키는 것을 몸으로 못살아내면 왜 사느냐 라는 화두를 가지고 살기 때문이다. 공직자로서는 드물게 할 말을 하는 공무원으로 직언으로 괘씸죄에 걸려 중견간부로 성장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불편을 감수하면서 본의 아니게 가족력에는 없는 지병을 얻기도 했다.

술 담배를 끊고 모든 운동을 좋아하며 글쓰기에 대한 열망을 가지고 제대로 된 작품을 남기고 싶다. 2000년에 계장이 되고 11년 반 동안 여전히 계장이다. 연공서열 중심을 깰 대가 왔다고 생각하는 공무원이다. 

"시건방지다. 가는 데마다 말썽이다. 트러블과 구설수에 분위기 못 맞춘다고 듣기고 하고요. 와 닿는 성과가 크지 않으니 답답함이 느껴질 때도 있었지요. 주사보 때 까지는 계장이 되면 다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소위 요직계장으로 기획, 행정을 맡으면서도 못 바꿀 것들이 많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가장 손쉽게 희생도 적게 바꾸는 것은 사람을 바꾸는 것이라고 믿고요. 세상을 바꾸어보고 싶은 생각에 정치하고 싶었던 적도 있습니다. 일을 하면서 방법과 목표설정을 하되 하고 싶은 일로서 맞닿아야 하는 거라고 봐요.

행정계장으로서 열심히 해볼 만 한 것은 해봐야지요. 아니면 봉급을 받는 가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의 이런 하고 싶은 말 하고 사는 모습은 빈 말이라도 "파이팅" 해주는 동료들이 있기 때문이며 이에 힘을 얻기도 한다.

"사람은 나약하기 때문에 맘속에 숨겨두지 않고 말을 꺼내고 책임지려는 모습으로 삽니다. 또한, 이제는 행정조직은 물론 김포 사회가 어려운 일을 두고  "네가 해라"고 등 떠밀 것이 아니라 "같이하자"고 손을 내밀어야 할 때라고 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잘못한 일이 있으면 부정하거나 변명을 할 일이 아니라 진정성 있게 인정하고 사과를 통해 새롭게 시작할 수 있어야 합니다.  

조성춘 계장, 그는 "공무원이지만 유권자와 시민이다"를 뚜렷한 자부심으로 가지고 살아가는 김포시 공무원이다.

참 많은 고민과 퇴직 후 10년과 80세를 살고 있는 아버지의 삶을 돌아보며 자신이 살아가야할 앞으로의 30년을 생각하는 공무원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를 진지하게 생각하는 이 시대의 '생각하는 모범공무원'이다.
 

유인봉 대표이사  mr@gimpo.com

<저작권자 © 미래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