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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말소는 축복이다
   
 

 아침에 같이 차를 한잔 마시며 자신이 큰 실수를 해서 죽을 때까지 절대로 잊을 수 없다며 괴로워하는 이와 잠시 이야기를 했다.

실수를 안 하고 사는 이도 없으려니와 우리는 늘 '술 한잔의 실수'를 비롯해 수많은 크고 작은 실수와 괴로움의 연속선상 위에 있다. 80세의 어떤 노선생님은 "인간이 다 잊어버린다는 것이 얼마나 축복이냐! 라며 말씀하신다.

그에게 있어 모진고문이라든지 한평생을 관통해온 괴로운 여정들은 잊을 수 있어서 감사했던 일이었다. 만약 그렇게 힘든 일들을 다 기억해야 했다면 아마도 미쳤거나 더 이상 생을 지속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우리가 스스로 돌아보면 움켜쥐고 사는 것이 비단 물질에 대한 욕심만이 아닌 듯하다.각종 괴로움들도 움켜쥐고 놓아버리지 못하는 일들이 너무 많은 것 아닐까?

실수나 우리의 괴로움들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실수나 괴로움을 움켜쥐고 그것에 갇혀서 나머지의 시간과 소중한 일들을 감옥에 집어넣은 듯이 사는 일이다. 안 행복하면 본인도 괴롭고 보는 이들도 참 괴롭다.

그것이 가정이든지, 사무실이든지, 함께 하는 이들이 힘들다. 부자집의 괴로움은 아무리 좋은 밥을 먹어도 영혼을 살찌지 못하게 한다. 새우젓에 물을 말아 먹어도 좋은 환경에서 먹는 밥이 최고이다.

어릴 때 학교에서 돌아오면 찬밥을 물에 말아서 고추장에 멸치하나 푹 찍어서 먹어도 가난하다는 느낌이 없었는데 지금은 물리도록 많은 반찬과 밥을 대하고도 괴로운 대화와 일상속에서 행복하지 않은 이들이 부지기수이다.

괴로운 기억은 빨리 말소시켜야 한다.

어떤 내공이 없어서 그런지 나는 그런 일들을 오래 붙잡고 고민하지 못한다. 저녁에 고민하던 일이 다음날까지 이어 지게 하는 일이 얼마나 많은 힘이 들어야 하는지 나는 도데체 견딜 수가 없다. 그래서 5분만 참아주면 되는 여자라는 소리를 듣는다. 때로는 아는 이들이 철부지 소녀 같다고들 하지만 차라리 철부지가 좋다. 철든 괴로움보다는 생각하기 나름의 인생, 가볍게 사는 것을 택하고 싶다.

완전한 날은 세상에 없을 듯하다. 자신 스스로 그렇게 순간순간을 신나게 사는 것 일 뿐.

더 가지려 배고픈 마음보다 현재 있는 그대로 누리는 것도 다 못하고 가는 것이 인생아닐까! 우리가 새털같이 가벼움의 즐거움을 안다면 정말 자꾸만 그렇게 기쁘게 살려 할 것이다. 주민등록이 말소되는 것처럼 늘 깨끗이 지우는 일들이 날마다 가능해야하지 않을까!

괴로운 일들이 쉽게 자신을 놓아주지 않으려 해도 우리는 빠삐용처럼 탈출해야 한다. 우리는 자신의 괴로움도 그렇지만 다른 사람의 행복하지 않은 모습을 계속 봐야 한다는 것, 참 괴로운 일이다. 생각은 표정을 낳고 표정에서 나오는 기운은 타인에게 엄청난 영향을 주기 때문에 때로는 환경공해이상의 압박감이다.

하늘을 날아가는 듯이 가볍고 상쾌하면 좋으련만, 우리는 많은 기억들을 소유하고 머릿속에 집어넣으려는 경향이 있다.그러니 날마다 머릿속을 씻어내야 한다.

그 많은 불편한 것들이 자신을 누르는 압박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나와 불편함과 괴로움을 분리해내야 한다.

때로 잊혀진다는 것이 그렇게 슬퍼 잊지 않으려 노력하는 일이 많지만 한편 뒤집어 생각해보면 우리가 잊는다는 것도 축복이다. 잊지 말아야 할 것들과 잊어야 할 것들이 분명히 있겠지만, 죽으면 그도 저도 다 없는 것 아닌가!

애닳아 할 일은 아예 이 세상에 없다. 갈 사람은 가고 올 사람은 온다. 내안에 가두고 보내지 않을 뿐!

갈 괴로움은 가야하고 올 기쁨도 오게 해야된다.

갈 괴로움에 오는 기쁨이 갇히게 해서야 되겠나! 

유인봉 대표이사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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