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존과 생존의 위기, 지역 문화재

 지난 해 2월, 문화재청은 문화재 보호법을 「문화재보호법」,「문화재수리 등에 관한 법률」,「매장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등 3개 법률로 분법화 한다고 발표했다.

그 동안 늘어나는 문화재들의 보존, 관리 환경변화에 따른 수요에도 불구하고, 1962년 제정 이후, 1982년도 단 한 번의 전문 개정만을 거쳤던 문화재 보호법이 드디어 48년 만에 현실적인 발돋움을 시작한 것이다.

 지난 2월 5일부터 시행된 이 법령은, 하위 시행령 및 시행 규칙의 제.개정 작업도 함께 추진되었는데, 이에 그 동안 비교적 외면 받아 왔던 지역 문화재에 대한 재조명 및 탐구에 대한 많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라져가는 지역 문화재들

 문화재는 늘 보존과 생존의 위기에 처해있다. 이것은 어느 한 국가, 혹은 지역사회에 있어서 끝나지 않을 논쟁거리 중 하나다.

 1995년, 최초로 지방자치제도가 실시되면서부터 전국의 각 시군단체는 무엇보다도 자체 지역 내의 개발에 최우선의 초점을 맞추며, 지역 발전을 화두로 한 강행군 성장을 계속 해왔다. 때문에 그 동안 시장 및 단체장들이 문화재 보호법에 대한 규제의 해제 및 개발 압력에 대해서 자유롭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그 결과 문화 관광을 위해서 개발 된 몇몇 대표적 유적지와 문화재들을 제외하고는, 수많은 지역 문화재들이 재정 부담에 무방비로 방치되거나, 별다른 조사를 거치지 않고 기록 보존에만 만족하고 부지기수로 사라져 가고 있다.

 지역 내 문화재에 대한 안타까운 시선들은 그 동안 지속적으로 이어져왔는데, 김포의 경우, 09년 9월 중순경 구제발굴조사에서 3세기 무렵 마한 세력의 분묘 군이 대량 발굴돼 학계에 비상한 관심을 모았던 운양동 모담산 일대, 지난 94년부터 2005년까지 오랜 기간 사업비 40억 5천만원이나 들여 복원했지만 제대로 된 명칭조차 붙여지지 않았던 문수산 성 양 문등, 방치되거나 미뤄지는 경우가 허다하여 지역 주민들의 안타까움을 더했었다.

 철종 조모의 묘, 이대로 사라지나

 통진면 마송리 산 13-48에 위치한 제25대 철종의 조모 전주 이씨의 묘 역시 존치가 어려운 지역 문화재 중 하나다.

 이씨의 묘는, 지난 97년 9월 김포문화원에서 경기도 도립박물관 팀과 함께 탁본한 비문과 국사편찬위원회에 의뢰했던 비문 해석의 결과, 강화도령으로 유명했던 철종 조모의 묘로 밝혀졌다. 그러나 매장문화의 가치가 있는 묘임에도 불구하고, 문화재 지정으로서의 필요성이 비교적 적다는 문화재청의 결과평가에 그대로 마송우회도로 건설부지에 편입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그 동안 시청 및 문화재청에 등에 방문하면서까지 묘의 이장을 권유해 왔던 인근 주민 K모씨는 “ 문화재들은 한 번 소실되면 복구할 수도 없는 귀중한 유산이다. 문화재 지정제도의 정형화된 틀 때문에, 비교적 역사성을 인정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이백년 가까이 된 왕족의 무덤이 보존 받지 못하고 이대로 사라지는 것이 그저 아쉽다. ” 며 ,

 “ 오히려 선진국들은 비교적 짧은 문화재라도 역사성을 강조하며 콘텐츠화 시키고 있다. 우리도 시에서 행정적으로 잘 조처해서, 30평정도의 묘역을 근처 공원부지에 조성하게 된다면 좋은 예가 되지 않겠나. ” 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지역 구성원들의 관심이 지역문화재 보존에 큰 힘이 될 수 있어

 2010년 12월 열렸던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 근현대 도시문화유산보존 국제포럼’ 에서 도노반 립케마 국제유산전략연구소 대표는 “ 문화관광은 중요한 산업이지만 문화재 보존은 거기서 그치는 게 아니다. 문화재와 관련해 사람들이 흔히 인지하지 못하는 것은 역사가 깃들어 보존할 필요가 있는 문화재가 기념물이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 라며 “문화재들을 재건하고 올바르게 보존하는 행위 자체가 경제적 효과의 첫 번째라고 생각한다.” 고 지역 문화재 보존의 필요성을 역설 한 바 있다.

 또한 도노반 대표는 “객관적으로 특정 문화재의 가치를 감정하고 그 문화재가 어떤 경제적인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예측을 해볼 수는 있지만 실제로 문화재를 보존하고 새로운 경제적 의미를 부여해 활용하는 건 지역주민들의 몫이다. ” 라며 ｋ모씨와 같은 지역 주민들의 꾸준한 노력들이야말로 지역 문화유산지구를 지켜나가는 초석이라고 정의했다.

 현재 국가 지정 문화재와는 달리, 비지정문화재, 특히 지역에 위치한 비지정 문화재는 자치단체에서의 보존 및 관리가 극히 희박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현행법상의 제도적, 법적 장치가 없기 때문에 실태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기존에 우리가 문화재를 생각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지역 문화재의 효율적인 보존관리와 재지정 및 활성화 방안을 위한 관계 당국들의 각고의 노력이 필요할 때다.

김희선 기자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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