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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망초 - 나를 잊지말아주세요
   
 

 방금 전화 한 통화를 받았다.

 
가끔 잊을 만하면 "나 여기 살아 있어요.나를 잊지 말아주세요"라고 자신의 소식을 전하는 암환자이다. 이제 세월이 10여년 흘렀지만 아직도 아픈 그 마음의 상처는 그대로 불쑥 불쑥 튀어나온다.
 
간혹 그이의 말은 너무도 간절하다. 같은 동성이지만 나더러 "사랑한다. 마음속의 연인(?)"이라며 너무 살기가 어려워서 전화도 못하고 살았는데 너무나 보고 싶어 수 일내로 오겠다고 했다. 무슨 말이든지 그 이가 하는 말은 진실을 담고 있고, 감히 세상의 잣대로 잰다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알기에 모든 말을 있는 그대로 담을 수 밖에 없다.
 
그이는 힘들때마다 내 생각이 난다는 말도 한다. 그리고 울면서 사랑한단다.  말하는 소리가 전화기를 통해 전달될 때 나는 그이의 그 말이 살고 싶다고 절규하는 소리로 들린다. 그렇게 세월이 가고 있고 그와 나는 10년 혹은 9년차의 암환자로 살아오고 생존한 사람들에 속해 있다.
 
말이 가져다주는 치유의 효과는 대단하다고 믿는다.
사람의 가슴속에 말을 가지고 있을 때와 입으로 그 말이 밖으로 나왔을 때는 그 파워가 대단하고 다르다.  하나님의 천지창조도 말의 시작으로부터 이어졌듯이 말이다. 정말로 열심히 살고자 하고 행복하고자 할 때는 어쩌면 우리는 그 구체적인 소망을 혼돈 속에 놔두는 것이 아니라 명료화 시켜서 나의 입 밖으로 내보낼 필요가 있다.
 
자신도 모르게 힘이 생기는 것은 말해놓고 나면 지키게 되고 이루려는 노력이 뒤따르게 되기 때문이다. 말을 하면서 얻는 힘의 위력을 믿는다면 늘 자신스스로  언어를 쓸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바라보고 소망하는 일들은 바로 공표를 통해서 고지를 점령하게 되어 있다. 가슴에 먹먹하게 담고 있던 말들을 시집보내 둣  밖으로 내 보내고 나면 왜 그리 시원한지 . 말을 들어주어야 할 상대가 꼭 사람일 필요는 없다. 하늘을 보고 나무를 보고 그저 말을 하면 된다는 생각이다. 너무 외롭다고, 그리고 작은 물망초 꽃을 보면서도 그렇게 잊지말기를 바라는 꽃말을 간직하고 있어서 애처롭다고 말하면 참 마음이 밝아진다.
 
지난해에 이어서 물망초를 다시 볼 수 있다는 것, 거기 그 자리에 가보니 곱게도 피어있는 모습을 보면 눈물이 핑돌고 이루 말할 수 없는 감동이 밀려온다. 물망초 한 송이를 바라볼 수 있고 가슴에 아름답게 담을 수 있는 여유만 찾아도 우리는 잠시 행복해 질 수 있는 일 아닐까!
 
무슨 일이든지 마음먹기가 힘들지 일단 마음을 먹고 나면 그때부터 에너지가 붙게 되어 있다.
모든 것을 공평하고 동일하게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은 누구하고도 격의 없이 이야기를 나눌 수가 있다. 아침 나절 산책길에 여느 사람과 인사를 하다가 떼죽나무를 배웠다. 무심하게 지나치는 길에 나눈 인사로 수년간 이름 모르고 지나치던 꽃이름을 안 것이 얼마나 기쁜든지. 
 
말을 나누는 행복한 존재를 다시 느꼈다.
아마도 떼죽나무도 내게 자신을 잊지 않게 해주었는지도 모른다.
아카시아 꽃향기가 지나고 가장 향기로운 꽃이 바로 떼죽나무의 꽃이다. 나는 이름을 몰라 아래로 별처럼 피어있는 모양이 향도 그윽하고 하도 예뻐 별꽃이라 이름하였다. 하지만 나무 이름을 아는 이를 만나 떼죽나무의 열매가 한약재로 쓰인다는 것, 그리고 약성이 강해서 물에 열매를 넣으면 물고기가 떼죽음을 한다는 이야기였다.하지만 그 독성도 일정정도는 약이 된다는 이야기를 통해서 날마다 별꽃으로 바라보았던 떼죽나무의 진실을 배웠다. 
 
자신이 열려 있는 사람은 밝을 수밖에 없는 것 아닐까!  
밝은 사람과 함께 있으면 밝음이 전해진다.
내게 있어 밝음과 가벼움은 늘 새로 상징된다. 
 
모든 것들은 소리를 내게 되어있다. 내야되는 소리를 안내거나 내지 말아야 소리를 낼 때 문제가 된다.
아프면 아프다고 말하는 사람은 살 수 있다. 아픔을 명료화해서 들여다보면 대부분의 마음의 아픔이 몸의 아픔으로 무겁게 드러나게 된다.입을 벌려 아픔은 내보내고 호흡으로즐거움을 받아들이며 하늘길을 바라보며 새길 말이 있다.
 
'오늘도 나를 잊지 말아주세요, 이 세상에 오게 되어서 기쁘고 돌아갈 때 기쁘게 돌아가게 해주세요'라고.   
 
 

 

유인봉 대표이사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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